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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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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숙적’ 사우디-이란, OPEC 감산 연장 찬물 끼얹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4.03 11:04

감산기간 연장 논의 앞두고 사우디-이란 간 긴장 고조 가능성

▲지난해 11월 이후 국제유가를 11% 이상 끌어올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연장이 중동의 양대 맹주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 간 긴장관계로 인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지난해 11월 이후 국제유가를 11% 이상 끌어올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5월 연장합의를 앞두고 원유시장의 눈길이 온통 OPEC에 쏠린 가운데, 중동의 양대 맹주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 간 긴장관계로 인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전망이다.

원자재 전문 매체 플래츠는 사우디가 감산기간 연장 조건으로 이란의 감산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둘러싸고 사우디와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OPEC은 2016년 11월 정례총회에서 2017년 1~6월 산유량을 2016년 10월 산유량 3360만 배럴 대비 약 120만 배럴 낮추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세계에너지기구에 따르면, OPEC의 1~2월 평균 감산이행률은 98%이었다. 국제석유재고가 예상보다 느린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데다, 지난달 8일과 9일에는 유가가 감산합의 당시와 비슷한 수준인 배럴당 52달러 이하로 하락하면서 감산 연장 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감산이 시작된 2017년 1월 이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50~56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OPEC의 지난해 말 증산과 미국 셰일오일 생산증가의 영향으로 3월 8일과 9일 사이 유가가 배럴당 약 3달러 하락한 뒤 현재까지 배럴당 47~53달러 수준에서 등락 중이다.

현재 사우디는 감산 할당량 이상으로 감산을 이행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의 시장점유율이 낮아지는 상황을 장기간 감수할 수는 없어, 감산기간을 연장할 경우에는 감산이행률이 저조하거나 감산에서 제외된 국가에 더 큰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플래츠의 통계에 따르면 사우디의 올해 1~2월 평균 원유 생산량은 992만 배럴이며 감산합의에서 설정한 감산량보다 14만 배럴을 추가로 감산했다.

앞서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부 장관은 감산기간 연장과 관련해 이란은 원유 생산량을 2017년 말까지 380만 배럴 수준으로 유지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자국 원유 생산량을 현재의 생산쿼터인 379만 7000배럴보다 낮은 수준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강하게 저항할 것으로 전망했다. RBC 캐피털은 "이란 정부가 5월 대선을 앞두고 감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 생산량을 현재의 생산쿼터보다 낮게 설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컨설팅기업 SVB 에너지는 "이란은 이미 생산쿼터를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감산 요청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며 "사우디가 유일하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이란이 현재의 생산쿼터를 준수하는 것 뿐"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사우디와 이란의 오랜 불신 관계를 고려할 때 감산기간 연장 논의 시 양국 간 긴장관계가 가장 큰 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2016년 4월 도하에서 있었던 OPEC의 첫 감산합의 시도는 이란의 감산참여를 둘러싼 이란과 사우디의 마찰로 무산된 바 있다.

OPEC 모니터링위원회가 3월 26일 쿠웨이트에서 개최됐으나 감산기간 연장에 대한 논의는 없었으며, OPEC 장관들은 5월 25일로 예정된 정례총회에서 감산 이행상황을 검토하고 감산기간 연장 여부를 논의·결정할 예정이다.

OPEC 모니터링위원회는 OPEC 회원국인 쿠웨이트, 알제리, 베네수엘라와 비회원국 러시아와 오만으로 구성돼 있으며 OPEC의 감산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OPEC 모니터링위원회는 감산기간 연장 여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감산기간 연장 결정에 앞서 감산 이행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OPEC 모니터링위원회 회의에는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팔리 장관 대신 사우디 아디브 알 아마 OPEC 이사가 참석했다. 팔리 장관이 감산기간 연장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우디 에너지부 관계자들 역시 감산기간 연장에 대한 협상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므로 감산 기간 연장에 대한 사우디의 입장을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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