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9일(목)
에너지경제 포토

에너지경제

ekn@ekn.kr

에너지경제기자 기사모음




[EE칼럼] 체감물가와 ‘평균의 함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2.17 01:50

김태공 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 이사

[EE칼럼] 체감물가와 ‘평균의 함정’ 

김태공

▲김태공 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 이사

작년 11월부터 전국을 휩쓴 AI(조류 인플루엔자) 여파로 달걀 1판(특란 30개들이) 가격이 한때 1만원을 넘었다가 현재 7900원대로 떨어졌다. 반면 지난 5일 구제역 발생과 함께 국내산 돼지고기와 쇠고기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계절적 요인이 있지만 우리 식탁에서 뺄 수 없는 배추와 무 가격은 각각 50% 전후로 올랐다. 라면과 맥주 등 소비 비중이 큰 품목 또한 5% 정도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물가와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에도 못 미치는 0.97%에 그쳤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은 최소한 두 자릿수다. 왜 이런 괴리가 생기는 것일까. 통계청은 소비 비중이 큰 460개 품목을 선정해 품목별로 가중치를 부여해 평균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출한다. 총합이 1000인 가중치 항목 중 가장 높은 것은 주거비로 전세의 가중치는 49.6, 월세는 43.6이며, 이어서 휴대전화 요금(38.3), 휘발유 가격(25.1), 전기요금(18.9), 아파트 관리비(18.6), 도시가스 요금(18.3) 등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중치가 부여된다.

그렇다 보니 무·배추·라면 등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는 품목이지만 가중치가 낮아 물가지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반대로 가중치가 높으면서 전체 인구가 사용하는 휴대전화 요금이나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다. 예를 들면, 휘발유값 인하는 전체 물가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자동차가 없는 가구라면 실감을 느끼기 어렵다. 또 중고생 자녀가 없는 가구라면 학원비 상승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체감물가와 공식물가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이유를 살펴보자. 먼저 소비자물가에 포함된 460개 품목들과 개별 소비자가 실제 소비하는 품목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평균의 함정’이다. 가격이 많이 오른 품목을 구매한 소비자일수록 체감물가는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구입 빈도도 체감물가에 크게 작용한다. 소비자가 얼마나 자주 그 품목을 소비하는가 하는 구입 빈도는 소비자물가 산정에서 감안되지 않지만, 체감물가는 자주 구입하는 품목의 가격 변동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콩나물과 TV의 경우, 자주 구입하는 콩나물 가격이 오르고 TV 가격은 내려갈 경우 소비자물가 변동은 적지만 체감물가는 크게 오른 것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심리적 요인도 체감물가와 공식물가 사이의 차이를 벌리는 역할을 한다. 소비자물가는 가격 상승과 하락을 동일하게 반영하지만 체감물가는 가격이 올라간 것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사과 가격이 10% 오르고 바나나 가격이 10% 하락한 경우, 소비자들은 사과 가격이 오른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가격 인식의 비대칭적 성향이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가격이 올라갈 때는 실제보다 2~3배 오른 듯이 느끼고 내려갈 때는 원래 가격만큼 체감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소득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소득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점도 소비자들의 체감물가가 높아지는 이유다. 지난해 실질 경제성장률은 2.6%로 추정되는데, 여기서 물가상승률 1%를 빼면 살림이 평균적으로 1.6%포인트 나아져야 하지만 이를 체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소득이 늘지 않으니 물가가 조금만 올라도 살림살이가 팍팍하다고 느낀다(현대경제연구원)"거나 "경기 침체 속 소득 증가율이 워낙 낮아서 물가 수준이 높다고 느낀다(LG경제연구원)"고 진단했다.

올해는 닭의 해다. 달걀은 생명의 힘으로 부화를 시켜야지 외력으로 깨뜨려서는 병아리를 얻지 못한다. 달걀을 잘 고르면 봉황이 태어날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 선택하면 AI에 걸린 닭이 나와서 결국 동족까지 집단 살처분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