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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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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기평 선정, ‘문제적 에너지기술’ 4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2.23 23:52
에기평 선정, ‘문제적 에너지기술’ 4선

[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 에너지저장장치, 수소차용 연료전지, 화력발전용 통합감시제어 시스템, 태양전지 제조용 웨이퍼 박막 코팅기술 등은 하나같이 최근 국내 산업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킨 ‘문제적 에너지 기술’로 평가된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은 이들 기술의 핵심과 특성, 향후 파장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 내용을 훑어본다.


▶한전 대용량 ESS 실증시스템 = 에너지저장장치(ESS)만큼 최근 한국 에너지 업계를 뒤흔든 기술은 없다. ESS 출현 이전에는 전기는 쓰지 않으면 잃어버리는 가스와 같았다. 가스는 저장용기(vessel)로 담아둘 수 있지만 전기는 그렇지 못했다. 흔히 ‘건전지’로 부르는 용기가 있었지만 산업용으로 쓰기에는 턱없이 용량이 부족했다.

한전은 2012년부터 ESS를 신재생에너지나 발전소에 결합하는 실험을 했다. 이런 개념은 외국에도 있었지만 한전은 주파수 보정용 ESS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전력은 태어날 때부터 최적이 아니다. 주파수가 60Hz 정도로 오를 때 쓸 만하다. 오르기 전까지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기기는 기다려야 한다. 주파수 보정용 ESS는 이 기다림을 없애준다.

가령, 정전이 난 경우에도 병원은 정상가동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비상발전기를 쓰는데 기다릴 여유가 없다. 즉시 전기를 써야 한다. 주파수 보정용 ESS는 이 역할을 한다. 한전은 주파수 보정용 ESS를 포함해 현재까지 매출 657억원 특허등록 4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병훈 책임연구원은 "개발에서 상용화까지 시간이 짧다 보니 ESS는 신뢰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고려할 사항을 놓친 것이 많다"며 "알고리즘 개발 등 기술 보완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 유럽 등 선진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수소차용 연료전지 =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했다. 수소차의 단점인 가격이다. 상용차 투싼 FCEV의 가격은 1억원을 넘었다. 이후 한 차례 가격을 낮췄는데, 그래도 7500만원이나 됐다. 수소연료전지차의 대중화를 위해선 가격이 낮아질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 많다. 현대차는 2015년 9월 ‘전극막접합체(MEA, 멤브레인)’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현대차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출시할 예정인 2세대 국산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탄력이 생겼다. 전극막접합체는 연료전지에서 전기화학 반응이 발생하는 부분이다. 연료전지에 공급된 수소와 산소는 각각 음극과 양극에서 전자를 내어놓으며 이온이 되고 내어진 전자는 외부로 빠져나가 전류가 된다. 이런 반응이 일어나는 곳이 전극막접합체이다.

현대차는 수입산보다 가격이 13% 가량 싸면서도 성능이 1.5배 개선된 국산 전극막접합체 생산에 성공해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쟁력을 높였다. 이 기술은 과거 1억원을 훌쩍 넘던 수소연료전지차 가격을 상당 폭 낮춘 일등 공신이다. 김세훈 수소차개발실 본부장은 "2018년에 차기 수소차 모델이 출시되는 만큼 보급에 방해 없도록 수소차 충전소 등 기반시설도 함께 갖춰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화력발전용 단일 플랫폼 통합감시제어시스템 = 한국은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비중이 67%에 달하면서도 두산중공업이 통합플랫폼을 개발하기 전까지 500MWRMQ 화력 발전소의 제어시스템은 모두 제 각각이다. 보일러, 터빈, 발전기용 제어시스템이 각기 다른 제조사의 제품들로 결합돼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들고 운영이 복잡했다.

두산중공업의 통합플랫폼은 세계 처음으로 기존 제어시스템보다 운전 효율성이 높고 유지보수가 용이한 장점이 있다. 비효율적인 제어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 하드웨어 플랫폼과 운영자 환경이 통합됐다. 발전 주기 특성에 따라 요구되는 소용량 고속 입출력 신호와 대용량 저속 입출력 신호처리를 위한 각각의 제어 보드를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했다. 선진기술로 구현된 제어보드를 바탕으로 각 보드별 신호 특성에 적합한 통신구조를 하나의 제어기 안에 적용해 입출력을 통합, 처리할 수 있게 했다.

통합플랫폼 개발을 주도한 육심균 두산중공업 상무는 "기술 개발로 통신기술 등 요소기술을 확보했고 다른 기술로 응용할 가능성도 봤다"며 "이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발전소 플랫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편이지만 단일화한 통합플랫폼은 거의 없어 경쟁에 유리하다.

다만 발전소들이 수의계약을 꺼려해 애로가 있다. 그는 "발전사들이 통합플랫폼의 편리성을 인정하면서도 통합플랫폼 경쟁자가 없어 두산중공업과 수의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는데, 그 점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엔씨디 태양전지 원자층 증착기 개발 = 원자층 증착장비는 코팅 두께가 30∼50마이크로미터로 원자 300∼500개 두께다. 엔씨디는 고효율 태양전지 제조공정용 원자층 증착장비(ALD)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웅철 엔씨디 대표는 삼성종합기술원 출신으로 ALD를 자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디의 원자층 증착기는 태양광셀의 PN접합 정션 부문을 알루미나로 코팅해 외부 공기를 차단한다. 알루미나 코팅 안에서 안전하게 전자가 공으로 이동을 도와 발전이 신뢰성 있게 이뤄지도록 돕는다. 이 장비는 N형 고효율 태양광셀을 양산하는데 기여했고 현재까지 93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태양광시장에도 진출한 성과를 거뒀다.

양철훈 전략기획팀장은 "엔씨디의 ALD는 N형 웨이퍼, P형 웨이퍼 가리지 않고 원자층을 증착할 수 있다"며 "최근 중국 국영 태양광 관련 기업이 엔씨디의 기술을 적용해 중국 시장에도 진출한 만큼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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