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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얽힌 8개그룹, 그들은 왜…⑦ 롯데그룹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2.04 12:48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자료=에너지경제신문 DB)


지난 1988년 일해재단에 지원금을 낸 재벌그룹들을 불러세웠던 ‘5공 청문회’. 1996년 총 36명의 대기업 총수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수사’, 2003년 말부터 그 이듬해까지 대기업 총수들이 연일 검찰 조사를 받은 ‘대선 불법자금 수사(일명 차떼기 사건)’ 등. 과거 정권과 연결된 유명한 사건들이다. 당시 대기업들 역시 정권의 요구에 응한 댓가로 경영마비와 기업이미지 실추라는 수모(?)를 겪으며 새롭게 출발한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거의 악습은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 역사상 최대의 정치 스캔들로 기록될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오는 12월6일 진행되는 국회 국정조사 1차 청문회 증인으로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 8인이 채택됐다.    

과거에는 비공개 검찰 수사만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전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나서게 됐다. 내년 새로운 경영계획을 수립해야 할 시기에 총수들이 국조 증인 채택으로 인해 기업운영은 사실상 휴업상태다. 기업들을 무조건적인 ‘피해자’로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과거부터 경영보다 우선시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정권의 요구에 따라가는 것도 사실이다. 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이어가는 기업들의 현실인 것이다.    

이에 본지는 역대급 규모 청문회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8개 그룹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정권과의 악순환을 재조명한다. 


◇ ‘최순실 게이트’ 얽힌 8개그룹, 그들은 왜...⑦ 롯데그룹


▲일본에서 출발한 롯데그룹이 한국에서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첫 번째 배경에는 박정희 정권에서의 특혜다. (사진=연합)


롯데그룹의 정권과 관계는 압박보다 특혜에 가깝다. 특혜의 이면엔 압박을 따른 것일 수 있다. 일본에서 출발한 롯데그룹이 한국에서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첫 번째 배경에는 박정희 정권에서의 특혜다.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은 1946년 일본에서 껌 회사로 출발해 1967년 국내에 롯데제과를 세우며 사업의 물꼬를 텄다. 이후 롯데는 박정희 정부의 적극적인 외자 유치 정책에 따라 파격적인 혜택을 받으며 고속 성장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일본에 뿌리를 둔 롯데는 투자금 일부를 외자로 인정받으면서 법인세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누렸다는 것. 식품에서 출발한 롯데 사업영역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1970년대 들어 유통, 호텔, 건설, 석유화학 등으로 확대됐다.

전두환 정부에서도 다양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1970년대 서울시 도시계획을 총괄했던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저서에서 "당시 롯데월드 건설에 모든 관련기관이 발 벗고 지원하고 모든 문서가 초고속으로 처리됐다"며 "롯데월드는 우리나라 건축 역사에서 구청, 소방서, 시 본청, 건설부, 상공부, 재무부, 관세청 등 관계기관 공무원들이 모두 나서 적극적으로 지원한 전무후무한 예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롯데가 롯데월드를 건립할 수 있었던 배경에 전두환 전 대통령과 신 총괄회장의 친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제2롯데월드 부지 매입 역시 이 시기에 성사됐다. 롯데는 1980년대 롯데쇼핑을 설립해 유통서비스 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등 외형을 크게 키웠다.

김영삼 정권에서도 각종 특혜의혹은 불거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는 당시 롯데물산 김웅세 전 사장의 사위였다. 특히 김 전 사장은 신 총괄회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직접 추천을 의뢰해 영입한 인사로 알려져 있으며 1992년 대선에서 승리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로비 창구 역할을 했을 것이란 의혹이다.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던 제2롯데월드 건설은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군 당국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인허가를 받았다. (사진=연합)



이후 롯데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정권이 이명박 정부다. 롯데는 이 시기에 국내 최고층(123층) 빌딩인 제2롯데월드 인허가, 면세사업 확대, 맥주 사업 진출 등을 성공하며 많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던 제2롯데월드 건설은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군 당국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인허가를 받았다. 서울공항 비행안전성 논란 등 사회적으로 많은 우려가 나옴에도 2009년 정부는 서울공항 동편활주로 방향을 3도 변경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 제2롯데월드 건축을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제2롯데월드의 용적률과 건폐율도 상향 조정돼 층고는 112층에서 123층으로 오히려 높아졌다.

롯데그룹이 면세점 사업을 확대하게 된 배경에도 정권의 특혜 논란이 나온다. 2010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호텔롯데의 AK글로벌 면세점 인수를 독과점 논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조건 없이 승인했다. 롯데는 2012년 3월 국세청으로부터 주류 제조업 허가를 받고 맥주 제조 사업에 진출했다. 정부가 그 직전인 2011년 맥주 제조 면허를 위한 저장시설 기준을 1850㎘에서 100㎘ 이상으로 완화해 진입 장벽을 낮췄기에 가능했던 일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역시 특혜 논란이 일었다.  

롯데는 MB정권 5년간 자산은 43조원에서 96조원(현재 103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계열사는 46개에서 79개(현재 93개)로 크게 늘었다.

이 같은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명박 정권 시절 롯데의 호텔, 면세, 제2롯데월드 사업 등을 총괄한 장경작 전 호텔롯데 대표이사 사장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장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로 조선호텔 사장 등을 지낸 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5년 호텔롯데 사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2008년 롯데그룹 호텔부문 총괄사장에 올라 2010년까지 롯데의 당면 현안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지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롯데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신동빈 회장이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K스포츠에 70억원을 낸 것과 관련해 면세점 신규 특허가 필요해 대가를 바라고 돈을 건넨 것 아니냐는 추측으로 인해 향후 특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최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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