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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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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1년’ 후폭풍... 일학개미 ‘1·2픽’도 불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07 15:43

100엔당 800원대 장기화...최근 연중 최저치

보유 규모 1위 미 장기채 ETF 투자성과 저조

2위 일본제철, US스틸 인수합병도 ‘불투명’

도쿄증권거래소.

▲도쿄증권거래소. 사진=연합뉴스

일본 여행 가기는 좋아졌지만 '일학개미(국내 일본주식 투자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엔화 약세가 예상보다 장기화돼 투자 성과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일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는 달러·엔 환율 고조로 투자손실이 심화되고 있다. 보유 규모 2위 일본제철도 US스틸 인수합병 전망이 불투명하다.


7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이날 원·엔 환율은 전일 대비 3%가량 하락한 870원대 후반에 복귀했다. 지난 4월 12일 잠시 900원대로 올라서며 환율 회복 기대감이 모였지만, 같은달 26일 871.32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후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일학개미들의 한숨도 깊어지는 중이다. 990원~1000원대를 오가던 원·엔 환율이 작년 5월 중 급락한 후 국내 일학개미 인구는 크게 증가한 상태였다. 당시만 해도 힘을 못 썼던 일본 증시의 성장 잠재력, 미래 엔화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 등 '두 마리 토끼'를 노린 투자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5월경 30억달러(한화 약 4조500억원)를 밑돌던 국내 일본주식 보관금액 규모는 이달 현재 41조원(약 5조5350억원)까지 3분의 1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일본 대표 증시 니케이225지수가 올 3월 사상 최고치(4만888.43)를 찍는 등 호황을 겪는 동안 원·엔 환율은 하락세가 계속돼 환차손을 걱정해야 할 판이 됐다. 현재까지도 일본은행(BOJ)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환율 전망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학개미가 가장 많이 선택한 종목은 일본 증시 호황 수혜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달 3일 기준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이하 ISIN) 보유 규모는 7억2618만달러로 전체 일학개미의 약 20%가 들고 있다. 이는 일본시장에서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엔화 차익과 더불어 미 국채 이자 수익 및 향후 달러·엔 환율 하락에서 오는 채권가격 상승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작년부터 큰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일본의 통화정책과 함께 미국 금리 인하 예상 시점도 불투명해 ISIN에 비우호적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곧 하락할 것으로 기대됐던 달러·엔 환율도 이달 3일 157.66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쳤다. 이 영향으로 니케이225가 올해 16% 오를 동안 ISIN 주가는 10%가량 내렸다.


이에 박탈감을 느낀 일학개미들은 ISIN에 대한 장기 투자를 포기하고 타 종목으로 갈아타는 모습을 보인다. ISIN은 현재 일학개미 보유 규모 1위인 동시에 올해 들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매도결제 규모 1억4416만달러)이기도 하다.


일학개미 보유 규모 2위 종목은 일본제철(3억6530만달러)이다. 일본제철은 세계 4위 철강사로 평가받으면서 작년 12월 미국의 US스틸 인수합병을 발표해 일학개미의 관심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합병안을 승인하면서 미 당국의 승인만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미 정치권 및 노조가 모두 합병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 및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대선 후보들도 모두 US스틸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미 일본제철도 US스틸 인수 목표 시기를 올 상반기에서 하반기 이후로 미뤘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일본은행이 지난 4월 금리를 인상했을 때도 큰 효과가 없어서 미국에서의 금리 인하를 확인한 후 매파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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