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4일(토)



[이슈&인사이트] 극우 유튜버의 부정선거 주장과 실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23 10:21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제22대 총선이 끝났다. 이번에는 민주화 이후 총선 가운데 최고의 투표율이 기록되었다. 2020년 총선에서는 66.2%였던 투표율이 4년 만에 67.0%로 올랐다. 사전투표율도 4년 전에 26.7%였다가 2024년에는 31.3%로 역대 최고였다. 여기에는 국민의힘의 적극적인 투표 독려도 크게 한몫했다. 특히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전투표를 앞두고 “흔들림 없이 한 분도 빠짐없이 나와 투표해달라"고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한동훈 전 비대위장은 “이번 선거부터 우리가 강하게 추진해서 사전투표를 포함한 모든 선거에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개표가 실시된다"고 부정선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옥의 티가 없지 않았다. 4월 총선 직전인 3월 28일 전국의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소 40곳 이상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극우 유튜버가 검거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선거가 끝난 뒤 4월 15일에는 경찰이 주범 3명을 구속했고 공범 9명을 특정하여 수사하는 중이라고 알려졌다. 검거된 유튜버는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자 수를 속이는 것 같아 직접 투표자 수를 확인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불법 카메라를 설치하려고 시도했을 뿐 아니라 2022년 대통령선거와 2023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에도 사전투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한다. 불법 카메라를 설치하여 “투표자 수를 세어봤으나 선관위가 발표한 숫자와 달랐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무지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티브이 화면이나 신문을 통하여 보이는 극우 유튜버의 불법 카메라 설치 장소는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정수기 뒤였다. 이보다 투표자 수를 가장 정확하고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공직선거법에 따라 각 정당이나 후보가 추천하는 투표참관인이 되는 것이다. 투표참관인으로서 사전투표소의 투표용지 발급기 발급수 및 투표용지 교부수와 투표한 사람의 수를 서로 합법적으로 맞춰보면 된다. 사전투표소의 투표용지는 일련번호까지 매겨져 있어서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든 숫자는 사전투표소마다 여러 정당이 추천한 투표참관인들이 이중 삼중으로 확인한 다음 투표록으로 기록된다.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데 사람 얼굴을 확인하기 어려운 위치인 정수기 뒤에 몰래카메라를 달아 놓고 투표자 수를 정확하게 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참으로 놀랍다. 독자들이 잘 알다시피 사전투표는 선거일 전 주 금요일과 토요일 2일 동안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이루어진다. 총 24시간 투표 시간 동안에는 유권자만 지나가는 것이 결코 아니다. 투표인 외에 가족 등 동행자가 있을 수 있고 투표사무원과 투표참관인도 지나갈 수 있다. 투표사무원과 투표참관인은 식사와 휴식을 위하여 몇 번씩 카메라 앞을 지나갈 수 있다. 또 몇 사람이 겹쳐서 지나간다면 몰래카메라로 투표자 수를 정확하게 세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불법 카메라로 자신이 집계한 숫자가 각 당의 투표참관인들이 감시하고 투표함 봉인에 서명까지 한 투표지 수와 다른 것이 당연하다. 이렇게 허술하게 투표인 수를 세어 놓고선 숫자가 서로 다르다고 부정선거라고 퍼뜨리는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다.


백보 양보해서 극우 유튜버가 부정선거라고 주장함으로써 얻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 극우 유튜버는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도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는 보수 정당의 윤석열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그렇다면 이 극우 유튜버는 부정선거의 결과 윤석열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주장하는 격이다. 누워서 침을 뱉어도 이런 식이라면 참으로 한심하지 않은가. 이렇게 허술한 주장을 유튜브에 올리는 것은 자신의 돈벌이에 도움을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이를 열심히 봐주고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나자마자 민경욱 전 의원이 “성명불상의 특정인이 투표 단계에서 서버 등을 통해 사전투표 수를 부풀린 뒤 위조된 사전투표지를 다량 제조해 투입하고, 투표지 분류기와 서버 등을 통해 개표 결과를 조작하는 등 선거 과정 전반에 걸쳐 부정선거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22년 7월 대법원은 이 선거 무효소송을 기각했다.


이때 대법원은 “이 사건 선거에는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바에 따라 투·개표 절차 전반에 걸쳐 민 전 의원을 추천한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각 정당 추천의 선거관리위원 및 참관인, 공무원인 개표종사원 등 수많은 인원이 참여했다"며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감시 아래 민 전 의원의 주장과 같은 부정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산 기술과 해킹 능력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조직,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이지만, 민 전 의원은 그와 같은 부정선거를 실행한 주체가 누구인지조차 증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단을 한마디로 줄이자면 대한민국에서 부정선거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극우 유튜버들의 혹세무민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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