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4일(토)



[이슈&인사이트] 현실적인 건설 근로자 보호방안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23 10:22

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지난 4월 10일 치러진 22대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총 175석(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포함)을 확보하여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했고, 관련하여 건설안전특별법의 제정이 이루어질 것인지 여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민주당은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시행에 관한 연장 합의를 거부하였고,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49인 이하 사업장도적용되고 있어 건설안전특별법을 별도로 제정할 필요가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2022년 1월 광주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와 6월 광주 학동재개발 현장 철거공사 사망사고를 계기로 민주당은 건설안전특별법의 제정 등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안전관리에 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였다. 건설안전특별법은 민주당 소속 김교흥 의원이 2020년 9월과 2021년 6월에 각 대표발의했으나, 2년여간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가, 별다른 진척 없이 입법이 무산되었다.


건설안전특별법이 발의되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건설협회는 건설 발주사와 시공사 193개사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였고, 응답기업의 85% 가량이 산업안전보건법 규정과의 중복(42. 1%),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별도 법률 제정이 불필요(40.9%)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건설안전특별법은 건설공사에 참여하는 발주사,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건설 종사자 등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건설공사에 관한 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제안되었다. 반면, 산업안전보건법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에 적용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에 대하여 적용을 하며, 예방보다는 처벌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자에게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와 계약을 하는경우 안전관리 역량을 확인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시공자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하수급 시공자의 안전관리 역량 확인을 지시할 의무를 부과한다. 그리고 설계자에게 설계도서 작성시 건설 종사자가 안전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건설사고 예방에 필요한 안전 시설물 등을 고려해 예정공사 기간과 비용을 산정하는 의무조항을 삽입했다. 시공자의 경우 설계도서가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시공될 수 있도록 착공 전에 검토하여야 하고, 공사기간과 비용, 가설 구조물과 안전 시설물 등을 고려하도록 하였고, 시공단계에서는 안전 난간, 추락 방호망 등의 안전 시설물을 직접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수급 시공자에게는 공사기간과 비용이 안전한 작업환경과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원수급자인 시공자에게 기간연장과 비용인상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다. 그리고 감리자의 경우 건설사고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설계도서의 변경을 발주자 또는 시공자에게 요청할 수 있고, 공사의 중지명령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에 더하여 건설 종사자들에게도 안전교육에 성실하게 임하도록 하고, 음주상태로 작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건설공사에 관련한 자들의 의무와 책임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재해 조사대상 사고 사망자는 459명이고, 그 중 건설업은 240명으로 52.3%에 이른다. 이러한 통계에 비추어 보아도 건설업 현장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여야 하는 필요성은 절실하다. 그러나 건설안전특별법이 규정하는 정부, 발주자, 원수급자, 하수급자, 근로자의 책무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는 내용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하여, 실질적으로 안전 확보에 관한 예방책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교육과 안전보건 관리체계, 작업 및 공사 중지에 관한 규정이 있고,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안전보건 교육과 안전보건 관리체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건설안전특별법이 부과하는 의무들과 중복되어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법률 상호간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아 실제 사고 발생시 어느 법률에 근거하여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를 하여야 하는지 혼란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


건설현장의 노동자를 위한 특별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사회적으로도 의사의 합치를이루고 있고, 그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안전관리를 확보하는 수단이 반드시 특별법의 제정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존 법률에 의하여 보호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현장에 혼선을 줄 수 있는 중첩적인 규정을 추가하는 것은 도리어 건설 노동자의 보호라는 입법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 오히려 실질적으로 안전관리가 실행될 수 있는 감시단체를 설립하거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법률적인 구제수단을 안내해 줄 수 있는 상담소를 설치하여 구제수단을 알지 못해 보호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


법률의 제정에 따른 실천과 현실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중복적인 법률 제정은 무의미할 뿐이다. 건설현장의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은 이미 촘촘히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 규정을 적절히 활용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필자는무분별한 법률 제정보다는 근로자들에게 안전한 현장이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가 마련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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