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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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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 시대에 석탄의 '역설적인 부활'...부동산·주식보다 가격 더 뛰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02 13:33
석탄발전

▲중국 석탄발전소(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세계적 석탄 대란 조짐이 일고 있다. 올 여름 최악의 폭염으로 인해 석탄 수요가 급증했는데 이는 겨울철 재고 비축을 초래할 수 있어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석탄 수입은 앞으로도 쉽게 중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석탄 가격은 물론 이를 운송하는 운임료 또한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호주산 발전용 석탄 가격은 톤당 150달러를 돌파했다. 과거 2008년 9월 이후 최고가다. 120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지난 6월에 비해 25% 가량 급등한 수준이자 35달러에 불과했던 작년 9월에 비해 세 배 넘게 뛰어오른 상황이기도 하다.

FT는 "올해 석탄 가격의 상승세는 각각 28%, 25%씩 오른 부동산, 금융자산을 뛰어넘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금융그룹인 스티펠의 벤 놀란 애널리스트는 "석탄이 죽었다는 소식은 결국엔 크게 과장된 격"이라며 "가격과 수요에 매우 민감한 미국 발전용 석탄 수출이 올해 194% 오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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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산 발전용 석탄 가격추이(단위 : 톤당 달러)


가격이 오른건 석탄뿐만이 아니다. 이를 운송하는데 가격 프리미엄까지 붙고 있는 상황이다. 노르웨이 클락슨 플라토 증권에 따르면 석탄 등을 실어나르는 18만톤급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9만톤급 파나막스 벌크선, 6만톤급 수프라막스 벌크선의 스팟 운임료가 최근 각각 3만 2800달러, 3만 1800달러, 3만 1600달러를 기록했는데 모든 종류에서 운임료가 3만 달러선을 돌파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러한 추세는 또한 지난 5주 동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재앙, 탈(脫)탄소, 녹색금융에 대한 얘기가 오가고 있는 상황에서 석탄은 역설적인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며 "벌크선들은 석탄을 아시아와 유럽으로 운송하느라 바쁘다"고 지적했다.

세계적 탈탄소 기조 또한 석탄 수요 증가 앞에선 무용지물인 모양새다. FT는 "재생에너지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결국 화석연료가 이 공백을 매우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이어 "석탄의 부활은 각국 정부가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데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폭염 등의 기상이변에 따른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놀란 애널리스트는 "올해 아시아의 무더운 여름으로 인해 탈석탄 기조를 보이고 있었던 소비국들은 결국엔 석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영국 광물 컨설팅 업체인 CRU의 디미트리 포포브 수석 석탄 애널리스트 역시 "특히 중국에서의 강한 수요가 가격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중국 바이어들은 고가에도 석탄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상반기 가뭄으로 인한 수력 발전량 감소와 기록적인 폭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 지난달 홍수 사태로 인해 중국의 전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베이징 등 주요 도시들은 블랙 아웃을 막기 위해 피크 타임에 전력 공급을 차단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중국 동부에 위치한 8곳의 성(省)에서 하루 평균 석탄소비는 220만 톤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과거 같은 기간에 비해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폭염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지난 1년 새 두 배 뛴 점도 세계적 석탄 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놀란 애널리스트는 "천연가스 재고 급감으로 탈탄소 핵심지역인 유럽은 물론 거의 모든 국가가 발전용 석탄 수입을 급격하게 증가시켰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에 있다. 올 여름 소비 증가가 겨울철 재고 비축을 초래한다는 분석이다.

중국에서는 현재 발전용 석탄 재고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국 석탄재고가 2420만톤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과거 같은 기간과 견줘 최저 수준이다.

한국도 겨울철 재고 비축을 위해 석탄 수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 중개업체 브레마는 "한국을 비롯한 국가들은 겨울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에너지 공급 부족사태를 막기 위해 석탄구매를 늘렸다"고 밝혔다. 브레마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 7월 석탄 수입은 5년래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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