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P/연합) |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승리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낸 성명에서 "이번 선거가 전혀 끝나지 않았다"고 불복하며 소송전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에도 트위터를 통해 "언제부터 주류언론이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 정했느냐"고 적으며 대선 결과에 관한 불만과 불신을 표했다. 개표가 끝나지 않았는데 언론이 자체 분석을 통해 당선인 확정 보도를 낸 데 대한 불만으로 해석된다.
이를 반영한 듯,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승복으로 돌아서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오히려 트럼프 대선 캠프는 소송과 집회 비용 마련을 위해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AP통신은 측근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승복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지만 임기 말에 마지못해 백악관을 비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충성 지지층에게 여전히 싸우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노력으로, 다음 단계의 싸움에서 지지층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승복할 계획은 없다며 측근을 인용해 분위기를 전했다.
로이터는 "측근들은 비공식적으로는 선거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인정한다"면서도 "그들은 법적 소송이 진행되도록 할 시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 백악관·공화당에서 결과 불복 놓고 의견 분분
주목할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대선 패배 불복 입장을 놓고 여권 내에서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 있다.
백악관은 물론 친정인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는 주장과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입장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의 경우 아들인 도널드 주니어와 에릭은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싸울 것을 촉구하며 공화당이 그들과 함께 설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부정 투표의 증거를 제시하겠다는 기자회견까지 열 정도로 강경파에 속한다.
반면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복이 필요하다는 쪽이라는 외신 보도가 있다. 이들은 장녀 이방카 트럼프,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승복 결심을 설득할 인사로 꼽힌다.
ABC방송은 "가족을 포함해 핵심부에 있는 모든 이들은 이것이 끝났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우아한 출구를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대화가 영부인을 포함해 이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멜라니아 여사는 트위터에 "미국 국민은 공정한 선거를 가질 자격이 있다"며 "불법이 아닌, 모든 합법적 투표는 개표돼야 한다. 우리는 완전한 투명성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라고 적었다. 듣기에 따라선 우편투표를 사기투표라고 규정하고 투표소 현장투표 개표만 허용해야 한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공화당이 분열돼 있다"고 말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우리가 필요한 건 모든 합법적 투표가 집계되고 모든 재검표가 완료되며 모든 법적 문제가 법원에서 심리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리고 나서 미국은 누가 이겼는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이날 ABC방송에서 사람들이 불법 행위를 목격했다는 진술이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했다.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전날 트위터에 "재검표가 끝나고 사기 혐의가 다뤄지면 승자가 누군지 알 것"이라고 썼고, 맷 개츠 하원의원은 "이 중요한 순간에 트럼프를 위해 일어나 싸우지 않으면 공화당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인 밋 롬니 상원의원과 로이 블런트 상원의원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광범위한 선거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의문을 표시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옳은 일"을 하기 바란다며 패배를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호건 주지사는 "실수가 있다고 생각하면 법적 절차가 있지만, 선거를 뒤집을 만한 건 없을 것"이라며 "좋든 싫든 이제 승자 뒤로 물러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1인자로 통하는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바이든의 당선 확정 이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며칠째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 트럼프, 남은 임기 이란 ‘최대 압박’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임기 두 달여간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의 고삐를 더욱 쥘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시간)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내년 1월20일 물러날 트럼프 행정부가 남은 기간 새로운 대(對)이란 제재를 연속적으로 가하는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엘리엇 에이브럼스 미 국무부 이란·베네수엘라 특별대표가 이날 이스라엘로 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메이어 벤-샤밧 국가안보보좌관 등 이스라엘 정부의 핵심인사와 만났다고 이들 소식통은 말했다.
에이브럼스 특별대표와 가까운 한 소식통은 이 매체에 "며칠 전 특별대표가 ‘정부는 내년 1월20일까지 약 10주간 매주 새로운 대이란 제재를 발표하길 원한다’라고 브리핑했다"라고 전했다.
임기를 불과 두 달여 앞둔 시점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적대를 최후까지 포기하지 않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소식통들은 악시오스에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압박하는 이런 ‘제재 세례’로 차기 정부가 핵합의를 쉽게 되살리지 못하도록 하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파리기후협약과 같은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국제 합의에 돌아가겠다고 공약했지만 이란 핵합의 복귀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현재로선 핵합의와 관련해 이란 정부에 원상 복원이 아닌 ‘개정 협상’을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