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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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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임대차법 시행 100일, 그 후 전세시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1.03 17:19
김덕례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임대차법이 시행된지 100일 즈음이 되어가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7월 30일 국회를 통과하고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부지불식간에 임대차시장 규제가 시작되었다. 최근 주택시장을 보면 정부는 임대차시장 규제로 얻어지는 순기능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전체 가구의 약 40%가 전월세가구이고 이 중에서 80% 이상이 민간시장에서 공급되는 전월세주택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크게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전세물건이 사라지면서 전세를 구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이 깊어지고, 전셋값이 크게 오르는 전세시장의 공포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다. 전세시장 문제는 전세주택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또한 단기간에 해결하기도 어렵고 뽀족한 정책적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 만의 독특한 임차시장 구조 때문이다.

미국, 독일 등 해외국가는 보증금 규모가 적은 월세기반의 임차방식이 대부분이다. 월세가 200만원이라고 하면, 보증금은 월세의 3~4배 수준인 600만~800만원선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것을 순수월세라고 부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서구식의 순수월세는 전체 임차시장의 3% 내외에 불과하다. 대부분 전세와 보증금 규모가 상당히 큰 보증부월세다. 전세와 보증금 규모가 큰 보증부월세는 매매시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 가구는 매매전환을 통해 자가가구가 된다. 때로는 자가가구가 집을 처분하고 전세가구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가구나 보증금 규모가 큰 보증부월세가구를 일반 월세가구와 같은 개념으로 보기 어렵다. 특히 전세시장 안정은 전세시장과 매매시장의 유연한 호환적 관계가 유지될 때 기대할 수 있다. 매매시장이 불안정하면 전세시장도 위험하다.

정부는 2021년 7월 공공주택 사전청약 6만가구 발표를 했다. 이로 인해 많은 가구가 청약을 기다리면서 임차수요로 잔류하고 있을 것이다. 전월세수요의 증가요인이다. 게다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주택관련 세금을 인상하면서 다주택자 뿐만 아니라 1주택자도 주택보유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양도소득세 중과로 다주택자는 주택처분도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6.17대책과 7.10대책을 통해서 주택 구입 시 실거주 의무를 강화했고, 등록임대사업의 경우 4년 단기임대 및 아파트 8년 임대까지 폐지했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전월세가구의 공급처가 모호해진 것이다. 게다가 본격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했다. 내년 7월부터는 전월세신고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매매시장에 이어 전월세시장까지 정부규제가 강화되면서 전세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다주택자가 공급한 민간임대주택에서 2년단위로 살던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2년을 연장해서 더 살 수 있다. 정부가 기대할 수 있는 임차인의 주거안정효과이다. 그러나 정부가 공급한 공공주택이 많지 않고 새로이 임차주택을 구해야 하는 가구는 그 어느 때보다 전세주택 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이 어려움은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10월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91.1이다. 이는 2001년 8월(193.7)이후 19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서울 191.8, 수도권 194, 지방광역시 191.5 등 대부분지역이 190선을 넘겼다. 전세주택 공급이 매우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전세물건이 씨가 말랐다는 기사부터 역대급 전세대란이라는 기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공급부족은 가격상승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전월세가구의 80% 정도가 민간임대주택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전세주택은 매매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되며, 공적주택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공적규제만으로는 민간참여가 어렵고, 민간참여 없이는 시장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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