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가슴 압박, 갈비뼈 부러져도 멈추지 마라”…파라타항공 신입 승무원 응급 처치 참관기](http://www.ekn.kr/mnt/thum/202606/news-p.v1.20260607.6929f3de423a4ce487f80c6f03789a22_T1.png)
“심폐 소생술(CPR)은 하던 도중 환자의 갈비뼈가 부러져도 무조건 계속해야 합니다. 뼈가 부러지는 것보다 뇌로 산소가 공급되는 것이 환자의 생존에 훨씬 중요합니다. 법적으로 기내에서 '사망 선고'는 오직 의사만이 내릴 수 있습니다. 병원 밖 심정지 환자가 CPR로 소생할 확률은 1%에 불과합니다. 상공 한가운데 밀폐된 객실에서 그 1%의 기적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 바로 여러분입니다. 머리로 아는 것을 몸이 즉각 반응하도록 하십시오!" 중환자실에서 3년간 생사의 갈림길을 지켜본 베테랑 간호사 출신 교관의 단호한 목소리가 교육장을 묵직하게 채웠다.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소재 파라타항공 본사 교육장에서는 5기 신입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응급 처치 일반 사항 교육이 진행됐다. 이곳은 친절한 서비스 예절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기내 응급 상황 발생 시 대처해야 할 매뉴얼을 체화하는 '구명(救命)'의 장이었다. 이번 교육의 학습 목표는 △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처치 상황 설명 △기본적인 응급 처치·생명유지 진행 순서 수행 △구조 호흡· CPR 방법 숙지·실시 △부상·질병의 종류 이해·설명 등으로 매우 명확했다. ◇“승무원은 진단하지 않는다"…구명 원칙과 5단계 행동 요령 기내 응급 처치의 대원칙은 '승무원은 환자를 진단하거나 처방하는 의사가 아니다'라는 점이다. 승무원의 역할은 의료인에게 환자를 안전하게 인도할 때까지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조치에 국한된다. 환자가 발생하면 최초 발견자는 즉시 도움을 요청하며 응급 처치를 시작한다. 승무원들은 '상황 판단(Consent)➔소통➔CPR➔회복 자세➔상태 파악·관찰'이라는 5단계 행동 원칙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가장 먼저 환자에게 “저는 훈련받은 승무원입니다.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라고 신분을 밝히고 명시적 동의를 구한다. 단, 의식이 없는 심정지 환자의 경우 묵시적 동의로 간주해 즉시 응급 처치에 돌입한다. 이후 동료 승무원들에게 기장 통보·지상 도움 요청·장비 비치 등 도움을 요청하고 CPR을 실시한다. 호흡은 정상이나 의식이 없는 환자는 기도 폐쇄를 막고 체액이나 이물질이 입 밖으로 흐르도록 옆으로 눕히는 회복 자세를 취하게 한 뒤, 호흡·얼굴색·피부색·체온 등을 살피고 보온을 유지한다. 도움을 요청받은 다른 승무원들은 자동 심장 충격기(AED)와 구급 상자(FAK)를 가져와 처치를 돕고, 객실사무장은 기장에게 보고 후 방송으로 의료진을 찾는 '닥터 페이징'을 실시한다. 남은 승무원은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하고 타 승객들을 안정시킨다. 기내에 자신이 의사임을 밝히는 승객이 있다면 신분 증명서나 명함을 통해 의사·한의사·치과의사·간호사·조산사 등 법적 의료인임을 확인해야 하며, 입증이 불가능하면 전적으로 기장의 판단을 따른다. 기내에서 의료인이 응급 조치를 수행할 때 승무원은 항상 환자 곁을 지키며 기장에게 상황을 지속해서 보고해야 하고, 지상 의료진에게 인계될 때까지 함께해야 한다. 만약 의료인이 탑승하지 않았고 환자 상태가 위급하다면 기장은 지상 의료진에게 원격 협조를 요청한다. 이때 지상에 전달해야 할 필수 정보는 △환자 인적 사항(성명·좌석 번호·국적·나이·성별·출발/도착지·연락처) △과거 병력·현재 사용 중인 약명 △의식 상태를 포함한 모든 증상 △호흡 유무·산소 사용 여부 △동반자 유무 △기내 응급 처치 사항 △도착 시 필요한 의료 지원 종류 등이다. 동시에 승무원은 환자의 객관적 상태를 알 수 있는 4대 활력 징후(Vital Signs)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정상 범위는 맥박 분당 60~100회, 호흡 분당 12~20회, 체온 36.5~37.2°C, 혈압 수축기 90~140 / 이완기 60~90mmHg이다. 비행이 종료되면 이 모든 과정을 담아 각종 내역을 상세히 적은 '객실 보고서(Cabin Report)'를 제출해야 한다. 처치 과정에서 감염 방지 수칙도 엄격하다. 환자의 혈액·상처dlsk 짓무른 부위 등 체액과 직접 접촉을 피하고, 인공 호흡 시 FAK 내 마스크를 반드시 사용하며, 처치 후 손을 씻고 접촉 시 비행 후 의료진의 조치를 받아야 한다. ◇땀방울 맺힌 골든타임 사수…CPR·AED·기도 폐쇄·붕대법 실습 훈련생들은 실전과 똑같은 강도로 실습에 임했다. CPR 훈련에 나선 여성 훈련생은 성인 마네킹을 상대로 두 손을 깍지 끼고 팔을 수직으로 뻗어 양 젖꼭지 사이 정중앙을 약 5cm 깊이로 체중을 실어 압박했다. 영유아의 경우 양 젖꼭지 가상선 바로 아래 중앙을 두 손가락만으로 4~5cm 깊이로 눌러야 한다. 분당 100~120회의 속도로 가슴 압박 30회를 한 뒤, 머리를 젖히고 턱을 들어 올려 기도를 열고 인공호흡 2회를 실시하는 사이클이 기계처럼 반복됐다. 자동 심실제세동기(AED)는 연령과 체중에 상관없이 CPR과 병행해 심장 기능을 소생시키는 장비다. 부착 전 피부의 땀과 물기를 닦고, 털이 많으면 제거하며 금속 장신구는 뺀다. 패드 부착 위치는 성인의 경우 우측 쇄골(빗장뼈) 바로 아래와 좌측 유두 아래쪽 겨드랑이 선이며, 영유아는 가슴과 등에 앞뒤로 부착한다. 전원을 켜고 심장 리듬을 분석하거나 주황색 쇼크 버튼을 누를 때는 반드시 “환자에게서 떨어지세요!"라고 크게 외쳐야 하며, 지시가 끝나면 즉각 CPR을 다시 시작한다. 기도 폐쇄(Choking) 실습은 2인 1조로 진행됐다. 환자가 쌕쌕거리며 숨을 쉴 수 있는 '부분 기도 폐쇄' 상태라면 상체를 숙이게 해 스스로 기침을 하도록 유도한다. 반면 숨소리가 안 나고 기침도 못 하며 청색증이 오는 '완전 기도 폐쇄' 시엔 즉각 등 뒤로 가 명치와 배꼽 중간 지점에 주먹을 쥐고 위로 강하게 밀어 올리는 복부 압박(하임리히법)을 실시해야 한다. 단, 비만이나 임산부의 경우 복부가 아닌 흉부를 압박하며, 영유아는 등을 5회 두드리고 가슴을 5회 압박한다. 의식이 없는 환자라면 '현장 안전 확인➔의식·호흡 확인➔가슴 압박 30회➔입안 이물질 확인 후 제거➔인공 호흡 2회'의 사이클을 기도가 개방될 때까지 반복한다. 외상·출혈 응급 처치 실습에서는 바닥에 모여 앉은 여성 훈련생들이 서로의 팔에 삼각건(붕대)을 감으며 감각을 익혔다. 베인 상처와 타박상은 출혈 시 지혈하고 물로 세척 후 소독해 깨끗한 붕대로 감는다. 심한 출혈은 마른 붕대나 천으로 환부를 직접 압박하며, 골절이 의심되지 않는다면 상처를 심장(가슴)보다 높게 들어 올린다. 완전히 지혈되기 전까진 너무 단단히 감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붕대법으로는 붕대의 시작과 끝을 고정하는 '환행대', 굵기가 일정한 팔 부위에 붕대 너비의 3분의 2씩 겹쳐 감는 '나선대', 굵기가 다른 부위에 한 번씩 꺾어 산(▲) 모양을 만들어 단단히 묶는 '절전대' 기법이 모두 동원됐다. 매듭은 환자가 불편하지 않게 롤을 바깥쪽으로 향하게 처리하는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기내 작은 약국 '메디컬 백'과 내과 질환, 기내 출산 매뉴얼 기내 전방과 후방에 각각 1개씩 탑재되는 메디컬 백(Medical Bag)은 13종의 용품으로 구성된다. 내복약인 성인용 해열 진통 소염제·소아용 해열 진통 소염제·멀미약·알레르기약·소화제·지사제를 비롯해 일회용·멸균 밴드와 소독용 스왑·인공 눈물·상처 및 화상 연고가 구비돼 있다. 객관적 활력 징후 파악을 위해 즉시 사용해야 하는 '체온계'(겨드랑이로 측정)와 2도 이상 화상 환자에게 즉각적인 냉각 및 오염 방지를 제공하는 '번 실드(10x10cm 시트)'도 탑재돼 있다. 번실드는 화상 연고와 함께 사용하지 않고 단독 사용을 권장한다. 모든 약품은 승객이 먼저 요청했을 때만 알레르기 유무를 확인하고, 객실 사무장(DP)에게 반드시 보고한 후 제공한다. 사용 후엔 '약품 관리 대장'에 수기로 날짜·사용자·약품명·좌석 번호 등을 꼼꼼히 적고, 사내 커뮤니티에 탑재 요청 글을 작성해 비행 전 약품을 보충해야 한다. 기내에서 자주 발생하는 특정 증상별 대처법도 철저히 다뤄졌다.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만취 상태로 술 냄새·분별력 저하·안면 창백 및 홍조, 메스꺼움 또는 구토 증상을 보일 경우 즉각 주류 제공을 중단한다고 한다. 카페인이 없는 음료로 수분을 보충하고, 적절히 보온하며 구토 상황에 대비한다. 저혈당 환자가 의식이 있다면 인슐린 쇼크 방지를 위해 사탕 3~4개나 주스 등 당질을 제공한다. 의식이 없을 땐 질식 우려가 있으므로 절대 억지로 먹이지 말고 혀 밑에 소량의 설탕만 발라준 뒤 기도가 막히지 않게 조치하며 신속히 의료진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승객이 이통(항공 중이염)을 느끼면 기압 변화로 귀가 멍멍하고 고통스럽다. 현기증·두통이 오면 하품·침 삼키기·껌 씹기·물 마시기를 유도한다. 코를 막고 입을 다문 채 코 뒤쪽으로 공기를 힘껏 미는 '발살바 호흡법(Valsalva maneuver)'을 적극 안내하고, 유아는 우유병이나 젖을 물리게 한다. 뇌졸중의 F.A.S.T 징후인 얼굴 일그러짐(Face)·한쪽 팔 마비 및 감각 저하(Arms)·어눌한 발음(Speech)을 식별하면 즉시(Time) 기장에게 보고해 3시간 내 병원 도착을 목표로 한다. 기도 확보 후 환자를 안정시키며 필요시 산소를 주되, 질식 위험으로 음식물 제공은 절대 금지된다. 가장 긴장감이 맴도는 훈련은 중대한 '기내 출산' 매뉴얼이었다. 산모의 하복부 통증과 함께 양수가 터지고, 30~60초간 지속되는 진통의 간격이 10~20분에서 2~3분으로 짧아지면 즉시 출산을 준비해야 한다. 닥터 페이징 후 바닥에 깨끗한 천과 담요를 깔고 위생 장갑·구토대·의료 장비를 준비한다. 산모의 무릎을 굽히고 다리를 벌리게 한 뒤 머리·어깨·엉덩이 아래에 옷가지를 받쳐준다. 승무원은 손과 팔 전체를 씻고 소독 장갑을 낀다. 아기가 머리부터 나오기 시작하면 손과 팔로 조심스럽게 받쳐준다. 교관은 “절대 인위적으로 잡아당겨서는 안 되며,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유도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탯줄이 목에 감겼다면 보이는 부분부터 느슨하게 푼다. 출산 직후에는 신생아를 깨끗한 옷으로 감싸고 태반 분만을 돕는다. 산후 출혈을 막기 위해 생리대를 대어주고, 자궁 수축 및 출혈 감소를 위해 산모 스스로 배꼽 주변을 마사지하도록 안내하며 출혈 정도와 전신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 ◇승무원 건강 관리=300명 승객 생명줄 구명 훈련의 마지막 장식은 승무원 본인의 건강 관리를 위한 '항공 생리' 교육이었다. 기내 환경은 7000~8000ft의 높은 산과 유사한 기압, 24°C 내외의 온도, 10% 내외의 무척 건조한 습도를 가진 특수 공간이다. 또한 3~4분마다 환기 장치로 공기가 완전히 교체되고 비행 중 지속적으로 50~60dB의 진동과 소음이 발생한다. 이처럼 환경 속 좁은 좌석에서 장시간 움직이지 않으면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피떡이 생기는 치명적인 질환인 '심부정맥 혈전증(DVT·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술을 피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하며, 몸을 꽉 조이는 자세로 잠들거나 수면제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교관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좌석 앞 발밑에 짐을 두지 말고, 일정 시간 간격으로 발을 스트레칭하며 다리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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