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지배 구조 13년 下] 되찾은 현금과 남은 과제…‘통합 대한항공’ 시대의 해법은](http://www.ekn.kr/mnt/thum/202611/news-p.v1.20261108.5ea88911f717433f86ecc2d3b81101d4_T1.png)
[편집자 주] 한진칼은 2013년 출범 이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서 왔다. 행동주의 펀드의 지분 매집과 총수 일가의 분열에 이어 호반그룹의 최대 주주 등극까지 그룹의 지배 구조는 거듭 시험대에 올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둔 현 시점에서는 경영 안정성과 주주 권익을 함께 확보할 해법이 요구된다. 본지는 공시와 재무 자료를 토대로 한진칼이 경영권 위협에 노출돼 온 구조적 원인을 짚고 통합 항공사 시대에 필요한 지배 구조 개선 방향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둔 한진칼은 경영 안정의 근거를 새로 입증해야 한다. 항공 산업 재편을 위해 모였던 주주들이 통합 이후에도 같은 선택을 하도록 만들려면 사업 성과와 투자 수익, 공정한 의사 결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주사의 재무 여력이 개선된 지금은 그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 12일 이사회에서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승인했고 그 기일을 오는 12월 16일로 정했다. 통합 항공사 출범이 성큼 다가오고 있는 현재 한진칼은 통합 투자를 지원하면서 주주 환원과 산은의 투자금 회수, 호반의 향후 행보에 함께 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몸집 커진 항공사…지주사 현금과 주주 수익으로 연결해야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둔 대한항공의 실적은 규모 확대와 수익 관리 과제를 함께 보여준다. 올해 상반기 별도 매출은 9조535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20.1% 늘었다. 영업이익은 7787억 원으로 약 3.8% 증가했다. 매출 증가 속도에 비해 이익 개선 폭은 작았다. 2분기에는 연료비 부담 등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매출 확대를 곧바로 한진칼의 배당 수입 증가로 연결하려면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 대한항공이 통합 비용과 항공기 투자, 차입금 상환을 감당하고도 현금을 남겨야 한다. 한진칼은 배당을 받는 주주이면서 자회사의 장기 경쟁력을 관리해야 하는 지주사다. 항공사의 투자 여력을 줄여 지주사 현금만 늘리는 방식은 장기 주주들의 지지를 약화할 수 있다. 한진칼 자체의 신용도는 개선됐다. 올해 반기 보고서에 기재된 회사채 등급은 A-이고 한국기업평가·NICE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가 2026년 정기 평가에서도 해당 등급을 부여했다. 칼호텔네트워크의 그랜드 하얏트 인천 웨스트 타워 매각은 1월 6일 완료됐다. 이는 지주사와 종속 회사의 재무 여력 개선 가능성을 판단할 이유로 작용한다. 현금 회수는 이미 지주사 재무제표에도 반영됐다. 칼호텔네트워크는 한진칼 차입금 2500억 원 가운데 1월 6일 2000억 원을 갚았고, 3월과 4월에 걸쳐 나머지 500억 원을 상환했다. 반기 말 대여금 잔액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자회사에 묶였던 자금이 실제로 돌아오면서 지주사의 자금 운용 여력이 커진 것이다. 한진칼의 상반기 별도 영업 활동 현금 흐름은 약 1078억 원 순유입이었다. 배당금 수취액은 약 918억 원이었고, 투자 활동에서는 종속 기업 대여금 2500억 원을 회수했다. 같은 기간 단기 금융 상품 2400억 원을 취득하고 유동성 사채 640억 원을 상환했다. 배당 의존도가 높은 사업 구조와 현재의 현금 확보 능력을 나눠 평가해야 하는 대목이다. 반복적으로 들어오는 배당과 일회성 대여금 회수를 구분하고 돌아온 자금을 부채 축소·투자·주주 환원에 배분할 기준을 세우는 것이 다음 과제다. 자금 운용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주주가 경영진을 평가할 근거도 분명해진다. ◇ 협력 성과와 독립 이사회…주주들이 지지할 근거 만들어야 첫째, 주요 주주와의 협력을 경영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 델타항공과는 조인트 벤처(JV)의 수익성, 국내 기업과는 물류·판매·공급 협력의 실익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주주 관계를 개인 간 친분에 맡기면 경영진 교체와 투자 전략 변화 때 흔들리기 마련이다. 협력 계약의 성과를 이사회가 점검하고 거래 조건의 공정성을 검증해야 관계가 오래간다. 둘째, 이사회의 독립성을 실제 의사 결정에서 입증해야 한다. 올해 3월 주총에서는 이사 수 상한을 11명에서 9명으로 줄이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정관 개정 등이 승인됐다. 이 외에도 △독립 이사 명칭 변경 △집중 투표 배제 조항 삭제 △전자 주주총회 근거 마련도 포함됐다. 작년 8월 14일 사내 근로 복지 기금에 출연한 자기 주식 44만44주도 운영의 투명성을 평가할 대상이다. 직원 복지를 위한 자산이 어떤 기준으로 운용되고 의결권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독립이사 후보를 선정한 이유, 주요 거래의 심사 기준, 경영진 성과 평가를 주주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복지 기금 출연 주식은 운용 목적과 의결권 결정 절차를 설명하고, 소수 주주가 제안한 이사 후보도 전문성과 이해 상충 여부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 경영진 교체 요구가 나올 때 이사회가 성과와 절차로 답할 수 있어야 반복되는 분쟁의 명분도 줄어든다. ◇ 회사·총수 재무 분리…산은 회수와 호반 협상 원칙 수립 필요성 셋째, 회사와 총수 일가의 재무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회사는 통합 투자와 부채 상환, 적정 배당을 위한 현금을 관리하고 총수 일가는 개인 차입과 담보 비율을 관리하는 체계로 이뤄진다. 항공 업황 악화를 가정한 배당 감소·차입 상환 계획을 세우면 외부 충격이 지주사 유동성과 개인 담보 위험으로 연쇄 전이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투자 여력과 적정 가치에 근거해 판단할 사안이다. 매입은 현금을 소모하고 소각은 잔존 주주의 지분율을 함께 높인다. 호반 측도 그 효과를 공유한다. 회사 자금을 투입하는 의사 결정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기준으로 설명돼야 한다. 브랜드 사용료와 자문 수익 확대도 실제 제공하는 서비스와 합리적인 가격이 뒷받침돼야 한다. 넷째, 산은의 회수 절차에 대비해야 한다. 매각 물량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투자 계약 종료에 따른 권리·의무 변화, 새로운 주주의 사업 전략을 각각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개적이고 공정한 매각 절차 안에서 통합 항공사의 장기 경쟁력과 투자금 회수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특정 우군에게 넘기는 것을 전제로 짠 방어 계획은 정책 금융의 회수 목적과 충돌할 수 있다. 다섯째, 호반그룹과 협의할 창구를 열어 두되 거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진칼 지분에 대한 호반그룹의 선택지는 △장기 보유 △주주 제안 △사업 협력 △지분 매각 등으로 나뉜다. 한진그룹 측은 요구의 내용을 검토하고 다른 주주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원칙으로 대응해야 한다. 대규모 지분 매각이 추진되면 매수자의 자금력과 거래 가격, 사업 계획이 관건이다. 경영권 안정을 위해 회사가 특정 주주의 고가 매각을 보장하는 구조는 새로운 주주 갈등을 만들 수 있다. ◇ 산은·호반·글로벌 동맹…통합 이후 세 갈래 경로 지분 구도와 사업 관계를 바탕으로 보면 향후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산은의 단계적 회수와 기존 주주 연합의 유지다. 산은 지분이 여러 장기 투자자에게 분산되거나 기존 전략적 투자자에게 일부 이전되고, 현 경영진이 통합 성과를 입증하는 경우다. 이 경로에서는 정책 금융의 지원이 줄어드는 만큼 민간 주주를 설득할 실적과 배당 정책의 비중이 커진다. 두 번째는 호반의 추가 지분 확보와 이사회 진입이다. 호반이 산은 지분 10.58%를 모두 인수한다는 가정 아래 지분은 31.27%가 된다. 조 회장 측과 델타의 단순 합계 35.48%보다 낮지만 집중 투표와 다른 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일부 이사 선임을 추진할 기반은 커질 수 있다. 이사회 참여를 거쳐 주요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경로다. 세 번째는 글로벌 항공사와 국내 전략적 투자자 중심의 지분 재편이다. 델타항공 등 사업 파트너가 산은이나 호반의 매각 물량을 일부 인수하면 협력 관계와 지배 구조가 더 밀접해질 수 있다. 실제 거래에는 매수자의 투자 한도와 항공 관련 외국인 투자 규제, 경쟁 당국 심사 등 적용 요건을 검토해야 한다. 강해진 전략적 주주의 영향력을 이사회가 어떻게 조율할지도 과제가 된다. 세 경로의 공통 변수는 통합 대한항공의 성과와 한진칼 이사회의 신뢰다. 우호 주주는 투자 수익과 사업상 실익을 얻을 때 남고, 일반 주주는 공정한 의사 결정과 기업 가치 개선을 확인할 때 경영진을 지지한다. 한진칼이 구축해야 할 안정성은 주주가 바뀌어도 항공사의 투자·안전·서비스 전략이 흔들리지 않고, 경영 성과에 대한 책임은 분명하게 묻는 체제다. 그 체제가 자리 잡을 때 13년간 반복된 지분 전쟁의 비용도 줄어들 수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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