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인류의 에너지 전환 역사에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세계적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가 '2025년 올해의 혁신상(Breakthrough of the Year)'에 재생에너지의 폭발적 성장을 선정한 것은 이를 상징한다. 올해의 혁신상은 사이언스에서 매년 수여하는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전을 인정하는 상으로, 단백질 구조 해석이나 중력파 검출 같은 순수 과학적 발견이 주를 이루던 예년과 달리 산업적·사회경제적 현상을 꼽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특히 2025년 화두였던 인공지능(AI)이 아닌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선정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이제 에너지 전환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 인류 문명의 변화, 산업 구조 재편, 전 지구적 정치 질서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았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5,200GW에 달해 화석연료 발전설비 용량 4,800GW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불과 4년 전인 2021년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량이 연 264GW에 불과했으나, 2025년에는 세 배를 넘어선 800GW에 이르렀다. 800GW는 2025년 말 기준 전 세계 가동 중인 핵발전 용량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한 영국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집계한 발전량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1월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과 가스 발전량을 모두 앞질렀다. 이는 전력의 중심이 완전히 이동했음을, 오랜 기간 '미래 에너지'나 '대안 에너지'로 불리던 재생에너지가 이제 명실상부한 '주류 전력원'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2026년 글로벌 에너지 정책의 화두는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재생에너지 전환의 지역별 분열, AI·데이터센터 폭증 수요 대응으로 요약된다. 미국의 대규모 보조금 축소, 중국의 재생에너지 정책 조정, 유럽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본격 시행이 맞물리면서 이전처럼 일방적인 '그린 러시'가 아니라 현실적 균형과 경쟁이 지배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 AI와 데이터센터 확대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은 또 다른 과제를 던져준다. 이제 각국은 '속도의 경쟁'보다는 에너지 안보·산업 경쟁력·지속가능성의 균형점을 찾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기후·환경정책이 아니라 경제·산업·기술의 종합적 전략임을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의 현주소는 냉혹하기만 하다. 지난 12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25년 1~3분기 통계에서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1.2%로, 조사 대상 53개국 중 최하위다. OECD 평균(36.9%)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전력의 90% 가까이 여전히 석탄·가스·핵에 의존하는 구조가 2026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탈석탄'을 외치는 선진국들이 석탄 비중을 15% 이하로 낮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OECD 대부분 국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연평균 1.5~5%씩 끌어올린 데 비해 한국은 연평균 0.4~0.8% 수준의 미미한 증가에 그쳤다. 수치로만 봐도 격차는 더 빠르게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기후 변화 대응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심각한 리스크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 100GW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려면 현재 3~4GW 수준의 설치 속도를 매년 10GW로 세 배 이상 끌어 올려야 한다. 공공주차장, 공동체·영농형 태양광, 산업단지, 육상·해상풍력 등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고 있지만, 정책·시장·인허가 구조의 병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는 한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특히 현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의 적정성 논의도 부족해 보인다. 전력시장 구조 개편과 계통(그리드) 인프라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설비 확대가 곧바로 전력 생산 확대로 이어지지 못한다. 이제 2025년이 세계의 전환점이었다면, 2026년은 한국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세 축은 서로 대립하지 않으며, 오히려 재생에너지 확대는 이 세 축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해법이다. 11.2%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자,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바꾸라는 경고음이며, 부끄러운 성적표다. 세계가 이미 전환의 궤도에 올라탄 지금, 한국은 과거의 에너지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에너지의 중심축은 이미 바뀌었다. 문제는 우리가 아직 그것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