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거푸집 선도 기업인 주식회사 삼목에스폼이 자사주 처분 과정에서 관련 규정 준수 여부와 거래 조건을 둘러싸고 소액주주 측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제3차 상법 개정)'를 추진하는 가운데 제기된 논란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삼목에스폼 소액주주연대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는 8일, 삼목에스폼 경영진을 발행공시규정 위반 및 배임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고발하고 즉각적인 특별 감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주주연대는 이번 사태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회사의 알짜 자산을 대주주 개인회사로 이전하기 위해 법규와 절차를 무시한 '노골적인 터널링(부당 지원)'"이라고 규정했다. 현행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상장사는 자사주 신탁계약 해지 결과보고서를 제출한 뒤 1개월(30일)이 지나야 자사주를 처분할 수 있다. 이는 시세 조종 등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냉각기간'이다. 그러나 삼목에스폼은 지난해 9월 4일 해지 보고서를 제출하고, 불과 19일 만인 9월 23일 이사회를 열어 처분을 강행했다. 주주연대 관계자는 “상장사가 기본적인 규정조차 준수하지 않은 것은 단순 과실이라기보다, 향후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기 전, 조속히 오너 일가에게 지분을 넘기려는 의도적인 위법 행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자사주를 넘기는 과정에서 이사회 운영의 적법성 논란도 제기됐다. 이번 거래는 최대주주(김준년 회장)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이므로 상법상 이사회 승인을 위해서는 '이사 총수(7명)의 3분의 2', 즉 5명 이상의 찬성이 필수적이었다. 당시 김준년 회장과 엄석호 대표는 이해관계자로 분류되어 의결권이 제한됐다. 남은 이사는 5명으로, 이 중 한 명이라도 불참하거나 반대하면 안건은 자동 부결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사측은 김준년 회장의 4촌인 '김재년 이사'를 표결에 참여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주주연대 측은 “회장이 이해관계로 배제되는 상황에서 그 4촌 동생이 표결에 참여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김재년 이사가 빠질 경우 찬성표가 4표에 그쳐 안건 통과가 불가능해지자, 오직 '찬성 5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4촌을 동원하여 정족수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규정 위반 논란 속에 처분된 자사주의 가격은 주당 2만2800원에 불과했다. 이는 삼목에스폼의 주당 순자산가치(BPS)인 4만6000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헐값 매각이다. 이 주식을 매수한 주체는 김준년 회장의 개인회사인 '에스폼'과 자녀들이 지배하는 '에스브이씨(SVC)'였다. 주주연대 분석에 따르면, 에스폼은 김준년 회장이 지분 69%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 역시 김 회장 일가족과 엄석호 대표이사가 보유한 사실상의 100% 특수관계인 법인이다. 이 회사는 2007년 설립 후 내부거래 등을 통해 15년 만에 기업가치 43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함께 자사주를 취득한 SVC의 경우 김 회장의 세 자녀가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 측에 따르면 이 회사의 최근 3년 동안 매출은 전무한 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목에스폼 주주연대 관계자는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가치 제고를 독려하는 상황에서, 삼목에스폼은 회사의 자산을 저가에 최대주주 가족회사로 이전시켰다"며 “이는 상법 개정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행위로, 금융당국은 즉시 조사에 착수하여 이사회의 배임과 규정 위반 혐의를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ACT에는 삼목에스폼 지분 2.4%가 결집된 상태다. 이상목 ACT 대표는 “이번 사안은 단순히 삼목에스폼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틈을 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며 “액트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시장에 명확히 전달되고 현장의 목소리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플랫폼으로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연대는 이번 금융감독원 진정서 제출을 시작으로, 위법한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및 주주명부 열람등사 등 강력한 법적 대응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자사주 소각 의무화 촉구 탄원서 제출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