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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수뇌부 동반 사퇴에도…대학가·시민사회 “진상 규명하라” 확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6·3 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후폭풍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민들의 항의 집회가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규탄하는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권 역시 진상 규명과 책임론을 둘러싸고 첨예한 공방을 벌이며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12곳, 강남구 1곳, 광진구 1곳 등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선관위는 투표 종료 시각을 오후 10시로 연장했지만 선거 공정성과 관리 부실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민들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와 재선거 요구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개표소로 사용된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대규모 인파가 집결해 선관위의 선거 관리 부실을 규탄하는 집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약 3만 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밤사이 규모가 다소 줄었지만 이날 역시 비슷한 수준의 참가자가 집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회 참가자들은 보수 성향 유튜버부터 정치 집회에 처음 참여한 일반 시민들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는 20~30대 청년층으로 추정된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온 인사들도 시위에 합류했다. 미국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를 지낸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는 전날 현장을 찾아 “이번 선거는 명백한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와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 등도 현장을 지키고 있으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이날 새벽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부터 시작된 시위는 이날로 사흘째를 맞았다. 경찰 기동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개표소 주변을 통제하고 있으며 일부 참가자들은 투표함 반출 등을 막겠다며 경기장 주요 출입구를 봉쇄한 상태다. 개표소 내부에 머물렀던 선관위 직원들은 대부분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선관위는 관련 사실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대학가에서도 선관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외대·경희대·서울시립대·경기대를 시작으로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중앙대·동국대·명지대 등 서울지역 12개 대학 총학생회와 비상대책위원회가 잇따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거 관리 실패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권 대학을 중심으로 시작된 규탄 움직임은 전국 대학가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다만 대학가의 요구는 대체로 재선거 요구보다는 정보 공개와 진상 규명, 제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해당 사안을 특정 정파나 정치 진영의 논리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재선거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재선거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며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관위가 자백한 것만 50개 투표소에 달한다. 전국적이고 총체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올림픽공원은 이미 민주주의의 성지가 됐다"며 “구호는 오직 하나, 재선거"라고 강조했다. 또 “편을 갈라 이득을 얻으려는 정치꾼들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나 역시 이곳에서는 한 명의 시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한 사안으로 규정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와 17개 시·도당 청년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선관위는 국민들의 표를 길바닥에 버렸다"며 “선거 관리 단 하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헌법기관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투표는 국민이 주권자로서 행사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하는 재선거 주장과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헌법기관의 과오를 빌미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적 균열을 조장한다면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선관위 책임론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지난 5일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관위는 선거 과정에서 국민께 끼친 우려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소명과 엄정한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며 “선거 관리 전반에 대한 점검과 제도 개선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수뇌부가 동반 사퇴 의사를 밝히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시민사회와 대학가, 정치권의 진상 규명 요구가 이어지면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재선거 여부와 선거 관리 책임 범위를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하면서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보령, 매출 1위 유방암 치료제 인수…신사업 ‘CDMO’ 시너지

보령이 사노피 유방암 치료제 '탁소텔(성분명 도세탁셀)'의 글로벌 비즈니스 인수 계약 절차를 최종 종결하고 이달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가며 회사의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크게 강화했다. 탁소텔 생산체계의 내재화에 나선만큼 보령이 신사업인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과 시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탁소텔의 글로벌 판권과 유통권 등 사업권을 인수하는 계약의 거래대금(약 2566억원)을 지난달 29일 사노피에 지급하며 거래를 끝마쳤다. 보령이 사노피와 관련 최초 계약을 체결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앞서 보령은 지난해 9월 사노피와 이 계약을 체결할 당시, 계약종결과 함께 사노피에 지급해야 할 거래대금은 2648억원에 달했으나, 계약 당사자간 합의로 거래대금이 약 82억원 감소하며 일부 부담을 덜게 됐다. 다만 이번에 지급한 거래대금은 지난 1분기말 기준 보령 자기자본(8737억원)의 29.4%에 달해 단기간 재무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탁소텔 인수는 보령이 항암제 포트폴리오 확장과 함께, 안정적 신뢰 기반을 확보한 제품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당장 국내에서만 지난 2024년 기준 64.7%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1위 약물 탁소텔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함으로써,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에 따라 매각해야 하는 자사의 시장 2위 약물 디탁셀(탁소텔 제네릭, 13.8% 점유율)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더라도 보령의 내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된다. 탁소텔 인수를 계기로 보령이 글로벌 항암 시장에 최초로 진출했다는 점 역시 의미가 크다. 보령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항암제품군은 지난해 말 기준 총 2387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항생·호흡기 등 전문질환 제품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매출 비중을 나타냈다. 이는 모두 내수시장에서 기록한 성과로, 탁소텔 인수를 통해 글로벌 항암제 매출을 창출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원개발사인 사노피의 탁소텔 글로벌 매출은 지난 2024년 기준 11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특히 이번 인수로 탁소텔의 생산체계를 내재화하는 과정에서 보령의 CDMO 수주 시너지 역시 기대를 모은다. 보령은 지난 2022년 일라이릴리의 세포독성항암제 '알림타(성분명 페메트렉시드)'의 국내 사업권을 인수한 뒤, 생산체계 내재화를 통해 지난 2024년 대만에서 알림타를 판매하는 제약사 로터스에 이를 공급하는 CDMO 수주를 성사시켰다. 해당 수주물량은 지난달부터 본격 출하를 시작한 상태다. 앞서 보령은 지난 2021년에도 일라이릴리로부터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성분명 올란자핀)'을 인수하고 이를 내재화해, 자이프렉사 글로벌 권리를 확보한 체플라팜과 지난해 CDMO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인수된 탁소텔 역시 내재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보령의 세포독성항암제 생산 역량을 강화해 CDMO 수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김성진 보령 최고전략책임자는 “탁소텔 비즈니스 인수는 단순히 오래된 항암제 한 제품을 인수한 것이라 아닌,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분명한 기회를 확인하고 보령이 글로벌 필수 항암제의 허가·품질·생산·유통을 직접 책임지는 회사로 탈바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령은 이번 인수 완료를 기점으로 글로벌 필수 항암제 공급망 안에 이름을 올렸다"며 “탁소텔을 발판으로 주요 글로벌 공급자로서의 입지를 지속적으로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일 보령이 탁소텔의 영업을 양수하는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국내 도세탁셀 성분 항암제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보령이 보유한 탁소텔 제네릭 '디탁셀' 영업 자산을 제3자에 매각하도록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탁소텔 인수에 따라 보령이 국내 도세탁셀 시장에서 확보하게 될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24년 매출액 기준 최대 78.5% 수준으로 집계됐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EE칼럼] 불 꺼진 집에 기본사회는 없다: 이제는 기본에너지다

기본소득 논의가 다시 정책의 앞줄로 올라섰다. 이재명 정부는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국정 목표 중 하나로 내세웠고, 보건복지부는 소득·돌봄·의료를 기본사회 전환의 핵심축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대통령 직속 기본사회위원회도 출범했다. 그만큼 논의의 무게중심은 “소득을 얼마나 보전할 것인가"에서 “국민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어떤 기본 조건을 보장할 것인가"로 넓어지고 있다. 이 흐름에서 에너지도 뒤로 밀려 있어서는 안 된다. 전기, 열, 가스, 연료는 단순한 요금 고지서의 항목이 아니다. 집안의 조명을 켜고, 음식을 보관하고,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냉난방을 유지하고, 의료기기를 작동시키는 기반이다. 소득이 일부 보전되더라도 단열이 잘되지 않는 주택에 살거나, 요금 체납으로 전기가 끊기거나, 산소발생기 전력 사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인간다운 생활은 곧바로 흔들린다. 여기서 필요한 개념이 '기본에너지'다. 기본소득이 현금의 바닥을 말한다면, 기본서비스는 의료·돌봄·교육·주거처럼 시장 구매력에만 맡기기 어려운 서비스를 함께 보장하자는 구상이다. 기본사회는 이런 여러 기본 보장을 묶는 더 큰 정책 틀이다. 기본에너지는 그 틀 안에서 에너지 분야의 생활 하한을 정하는 개념이다. 이는 전기를 마음껏 공짜로 쓰자는 주장이 아니다. 폭염과 한파 속에서 위험에 빠지지 않고, 식품 보관과 취사, 조명, 통신, 위생, 필수 의료 이용이 멈추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에너지 접근을 제도화하자는 뜻이다. 한국의 에너지복지는 결코 빈손이 아니다. 에너지바우처는 여러 연료 구입을 지원하고,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에는 취약계층 감면 제도가 있다. 생명유지장치 사용 가구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저소득층 에너지효율 개선사업, 공공요금 감면 신청 체계도 이미 운영 중이다. 문제는 이 제도들이 대체로 “누구에게 얼마를 깎아줄 것인가"라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정도의 에너지 기능만큼은 누구도 잃지 않게 하겠다"라는 기준은 아직 약하다. 사각지대는 바로 그 틈에서 생긴다. 바우처를 받아도 오래된 집의 열 손실이 크면 난방 효과는 낮다. 요금 할인을 받아도 의료기기 사용 때문에 전력 수요가 많은 가구에는 부족할 수 있다. 도시가스가 닿지 않는 지역의 등유·LPG 사용 가구, 공동계량을 쓰는 임차 가구, 신청 절차를 모르는 고령 가구도 빠지기 쉽다. 에너지복지를 기본에너지로 바꾼다는 것은 현행 제도를 없애자는 말이 아니라, 흩어진 지원을 생활 기능 중심으로 다시 배열하자는 제안이다. 가장 상징적이고도 현실적인 첫걸음은 전기요금에 '기본사용량 무상 구간'을 두는 것이다. 보호 대상 가구에 대해 매월 일정량의 전력을 무상 또는 사실상 무상으로 보장하고, 그 이상 사용분은 통상 요금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작은 생명선 구간을 분명히 설정하는 일이다. 무한정 보조가 아니라 전기의 첫 구간만 사회적으로 보호하는 장치여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남아공은 저소득 가구에 월 50kWh의 무상 전기를 제공하는 제도를 운용해 왔다. 브라질은 사회요금 수급 가구가 월 80kWh까지의 전기 사용분을 부담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두 사례 모두 모든 전력 소비를 국가가 떠안는 방식이 아니다. “처음의 작은 구간은 보호하고, 초과분은 일반 요금체계로 돌린다"는 단순한 원리가 핵심이다. 한국도 이 원리를 그대로 베끼기보다, 기후·주거·가구 규모·의료 필요를 반영한 한국형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복지는 오랫동안 할인, 바우처, 긴급지원의 언어로 말해 왔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기본사회가 국민의 삶을 떠받치는 최소 조건을 다시 쓰는 프로젝트라면, 에너지는 그 목록의 주변부가 아니라 출발점에 가까워야 한다. 불이 꺼진 집에서 돌봄은 작동하지 않고, 냉난방이 없는 주거는 안전하지 않으며, 전력이 불안한 곳에서 의료와 통신도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에너지복지에서 기본에너지로의 전환은 더 많은 전기를 나누자는 구호가 아니다. 누구도 생활의 필수 기능을 잃지 않게 만드는 사회정책의 다음 단계다. bienns@ekn.kr

삼성에피스, 유럽서 안과질환 시밀러 출시…K-바이오 “시장 주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리제네론의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오퓨비즈'를 유럽시장에 출시하며 현지 '애플리버셉트(아일리아 주성분)'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합류했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유럽시장 합류는 우리 기업들의 현지 애플리버셉트 바이오시밀러 시장 주도권 장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유럽 시장에 오퓨비즈 저농도 제형(40㎎)을 직접판매 방식으로 출시하며 현지 애플리버셉트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합류했다. 애플리버셉트는 글로벌 제약사 리제네론과 바이엘이 공동 개발한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주성분으로, 원개발사인 리제네론의 지난해 실적 기준 전세계 시장에서 약 12조원 매출을 올린 글로벌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이다. 아일리아의 주요 물질특허는 유럽에서 지난해부터 순차 만료됐으나, 제형특허를 앞세운 리제네론의 시장 방어로 특허 합의·회피 전략에 따라 기업별 출시 일정은 상이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개별 회원국간 오리지널 특허침해 판단 여부가 갈려 시장 공략의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지난 1월께 리제네론과 특허 합의를 거쳐 유럽권 출시 가능일자를 지난 4월로 확정하고 출시 준비에 나선 바 있다. 이번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오퓨비즈를 공식 출시함에 따라 유럽권 애플리버셉트 바이오시밀러 경쟁은 국내 기업들의 3파전 구도로 형성됐다. 앞서 삼천당제약은 지난해 11월 유럽에 자사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비젠프리'를 출시하며 올 1분기부터 매출이 발생한 상태다. 셀트리온 역시 지난해 말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권에서 자사 바이오시밀러 '아이덴젤트' 출시 국가를 순차적으로 확대하며 매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 9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자사 바이오시밀러 '아일럭스비'의 시판허가를 획득한 국내 바이오기업 알테오젠도 현지 시장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국내 기업간의 4파전 구도로 확장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7일 현재 유럽의약품청(EMA) 홈페이지에 게재된 애플리버셉트 바이오시밀러 승인 품목은 총 12개로, 이 중 동일 약물이면서 유럽 내 국가별로 제품명이나 파트너사만 다른 경우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5~6개 제품이 현지 국가별로 출시돼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중 인도 바이오콘(Biocon Biologics), 독일 포마이콘(Formycon), 아이슬란드 알보텍(Alvotech) 등이 현재 국내 기업들과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직 출시 경쟁 초반이라 글로벌 빅파마들의 진입이 이어질 전망이지만, 현재 우리나라 기업이 가장 많이 포진돼 있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발빠른 출시와 초기 시장 주도권 장악을 위한 점유율 확대 전략이 주목된다. 유럽 내 애플리버셉트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는 각 기업별 유통망 확보 전략이 현지 점유율 경쟁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럽 주요국에서 약국 단위 '대체 조제' 활성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까닭이다. 대체 조제란 환자가 병원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처방받았다 하더라도 약국이 오리지널 대신 바이오시밀러 등 복제약으로 대체해 조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특히 유럽 내 최대 애플리버셉트 시장인 프랑스를 중심으로 바이오시밀러 대체 조제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애플리버셉트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매출 및 점유율 확대를 위해 현지 약국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적극 펼쳐야 함을 의미한다. 이에 직판망을 중심으로 유럽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공략 중인 셀트리온의 경우, 지난달 114년간 프랑스 내에서 9000여개 약국 영업망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는 현지 헬스케어기업 '지프레'를 인수하며 현지 약국 영업력을 선제적으로 끌어올렸다. 현지 파트너사를 통해 유럽에 진출한 삼천당제약은 현지 시장을 동유럽과 서유럽으로 구분짓고, 폴파마(서유럽)·MD바이오로직스(동유럽)·프레제니우스 카비(프랑스) 등과 독점계약을 체결해 권역별 맞춤형 시장 공략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주자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기존 안과질환 치료제 제품인 '바이우비즈(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의 현지 직판을 통해 축적한 영업망을 활용해 시너지를 높여 점유율 확대를 이끈다는 구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유럽 시장의 경우, 사보험 중심인 미국 시장과 달리 입찰제 등 회원국별 특색이 다르다"며 “현지에서 바이우비즈 등 기존 안과용제 포트폴리오를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섰던 노하우를 살려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조기에 점유율 확대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패트롤] 경기도-동두천시-양주시-의정부시-포천시

의정부=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경기도가 여름철에 증가하는 축산악취와 환경 민원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6월 한달 동안 도내 축산업 허가 대상 5000여 농가를 대상으로 '2026년 축산농가 종합평가'를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이번 평가는 축산 관계 법령 준수 여부와 농가의 관리 수준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가축방역과 축산환경 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해 추진된다. 평가 항목은 축사 관리를 비롯해 △사육환경-복지 △방역관리 △종사자 교육 △지역사회 기여도 등으로 구성되며, 시-군과 지역축협, 읍-면-동 등이 참여해 현장 중심으로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도 여름철 축산악취 민원이 집중되는 시기에 앞서 실시함으로써 농가 스스로 환경을 개선하고 관리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평가 초점을 맞춘다. 평가 결과 평균 60점 미만 농가는 하절기 집중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현장 지도와 컨설팅을 실시하고, 반복 민원 발생 농가에 대해선 축산환경 개선을 위한 맞춤형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우수 농가는 축산농가 표창과 각종 축산 지원사업 선정 우선순위 반영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발적인 참여를 확대할 예정이다. 신종광 경기도 축산정책과장은 “축산농가 종합평가는 단순 점검이 아니라 농가 스스로 축산환경과 방역 수준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예방 중심 정책"이라며 “미흡 농가에 대한 집중관리와 우수 농가에 대한 지원을 통해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축산환경 개선 성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동두천=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동두천시가 국토교통부 주관 '2026년 도시재생사업 추진 실적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양호' 등급을 획득했다. 이로써 동두천시는 3년 연속으로 최고 등급을 받는 영예를 누리게 됐다. 도시재생사업 추진 실적 평가는 사업 추진 성과와 집행 실적, 주민 참여도, 거버넌스 운영, 지역 활성화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로, 도시재생사업 효과와 지속가능성을 검증하는 국가 단위 평가다. 동두천시는 202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생연2동-중앙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해 국토부 평가를 받았다. 도시재생 공동이용시설 조성(생중계 상생플랫폼, 제일문화플랫폼)을 비롯해 △주민어울림프로그램 운영 △사회적경제조직 육성 △노노케어 프로그램 운영 등을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해 동두천시는 2024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최고 등급을 달성했다.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7일 “3년 연속 최고 등급 획득은 원도심 주민과 행정의 유기적인 협력과 적극적인 참여로 일궈낸 값진 결실"이라며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이 계속해서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주=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양주시립합창단이 내달 4일 오후 3시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 대강당에서 제33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에선 '메시아' 작곡가인 헨델의 초기 바로크 대표작 'Dixit Dominus'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폭발적인 에너지와 화려한 대위법이 특징으로, 마치 한 편의 오페라를 보는 듯한 강렬하고 극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공연은 지현정 지휘자의 섬세한 해석 아래 양주시립합창단이 진행하며, 소프라노 김제니와 카운터테너 정민호, 콜레기움무지쿰서울이 협연해 정통 바로크 음악의 풍성하고 입체적인 사운드를 재현한다. 공연은 2부로 구성된다. 1부는 헨델의 'Dixit Dominus'와 오페라 의 명곡 'Lascia ch'io pianga(울게 하소서)'를 선보인다. 2부에선 박나리의 '구름', 김준범의 '더불어 숲' 등 아름다운 한국 합창곡부터 퍼커션과 안무가 결합된 역동적인 현대 합창곡까지 다채로운 무대를 펼친다. 홍미영 문화관광과장은 7일 “헨델의 숨겨진 명작을 통해 오페라 못잖은 압도적인 전율을 선사하고자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수준 높은 라이브 음악 감동을 무대에서 직접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양주시립합창단 제33회 정기연주회는 포스터 내 큐알코드를 통해 사전 예매할 수 있으며, 세부 사항은 양주시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의정부=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의정부시는 6일 자일동 현충탑에서 '2026년 제71회 현충일 추념식'을 엄숙히 거행했다. 이번 추념식은 국가수호를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자 마련됐으며, 600여명 시민이 함께했다. 추념식은 이날 오전 10시 추념 사이렌을 시작으로 묵념, 헌화 및 분향, 추념사, 추도사, 추모 헌시 낭독, 현충일 노래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추념사에서 “최고 보훈은 잊지 않는 것"이라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희생을 끝까지 기억하고, 그에 걸맞은 예우와 존경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추념식은 기존 현충탑 광장이 '의정부시 메모리얼파크'로 리모델링된 후 처음 열린 행사로, 참석자는 새롭게 단장한 현충탑이 보훈 의미를 더욱 친숙하게 느끼게 해 준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정부=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의정부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2026년 길 위의 인문학' 공모사업에 의정부정보도서관, 의정부과학도서관, 의정부미술도서관 등 3개 도서관이 각각 선정됐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선정으로 국비 3000만원을 확보했으며, 의정부과학도서관과 의정부미술도서관은 3년 연속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사업 운영력과 기획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길 위의 인문학은 지역 인문 자원을 활용한 강연, 탐방, 체험, 토론 등을 통해 시민의 인문학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일상 속 인문 가치를 확산하고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대표적인 인문학 사업이다. ▷ 정보-과학-미술도서관 국비 3천만원 확보= 올해는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연 의정부정보도서관을 비롯해 의정부과학-미술도서관이 각 도서관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공모에 참여했으며, 3개 도서관이 동시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의정부정보도서관은 새롭게 조성한 의정부기록공유관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지역 기록문화와 인문학을 연결하는 차별화된 내용으로 주목받았다. 의정부정보도서관은 '예술과 역사, 그리고 일상의 기록'을 주제로 7월부터 9월까지 총 12회 강연-탐방-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재개관과 함께 조성된 의정부기록공유관을 활용해 예술과 역사 속 기록문화를 살펴보고 기록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탐구할 예정이다. 참여자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인간의 기억과 경험의 가치를 성찰하고, 자기 일상을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개인 삶이 지역 역사로 이어지는 기록의 의미를 발견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의정부과학도서관은 작년 큰 호응을 얻었던 '나를 알고 싶은 순간, 뇌과학'의 두 번째 시즌을 내달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일상 속 뇌에 대한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을 탐구하고 잘못 알려진 상식을 바로잡는 강연으로 뇌와 신체의 상관관계를 알아본다. 이어 건강하고 올바른 운동법을 배우고 실생활에 적용해 보는 수업도 진행한다. 참여자는 뇌-정신-신체의 연결고리를 과학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신체와 정신을 모두 돌보는 건강한 삶의 지향점을 찾고 인간 존재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과학-미술도서관 3년 연속 선정 '쾌거= 의정부미술도서관은 '아트 인 sight 시대를 읽고, 나를 그리다'라는 주제로 7월부터 9월까지 12차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술도서관 전문성을 반영해 기획된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그림 감상을 넘어 시대적-인문학적 시각에서 작품을 깊이 있게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참여자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거장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명화를 통해 내면을 치유하는 등 다각도의 예술적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은 전문가의 깊이 있는 강연뿐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 탐방, 미술치료 체험 등 오감을 활용한 다채로운 형식으로 구성된다. 이희숙 의정부시 도서관과장 7일 “이번 사업을 통해 시민이 도서관에서 인문학을 보다 더 쉽고 친근하게 접하고, 지역과 사람, 미래를 함께 사유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인문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프로그램별 세부 일정과 참여 방법은 이달 중 의정부시도서관 누리집에 공지될 예정이다. 세부 사항은 △의정부정보도서관 △의정부과학도서관 △의정부미술도서관으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포천=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포천시는 민간 체육시설과 함께 추진하는 청소년 스포츠 복지사업 '포천 체육 꿈나무 이음 사다리'에 체육시설 재능기부 제2호 업체로 '박경준 골프 아카데미'가 참여한다고 7일 밝혔다. 포천 체육 꿈나무 이음 사다리는 민간 체육시설의 재능기부를 바탕으로 청소년에게 무료 전문 레슨과 시설 이용 기회를 제공하는 포천형 스포츠 복지사업이다. 이를 통해 포천시는 청소년의 스포츠 참여 기회를 넓히고 생활체육 저변 확대와 스포츠 나눔 문화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군내면에 소재한 박경준 골프 아카데미는 포천시 관내 청소년 5명을 대상으로 무료 골프 레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선정된 참여자는 2개월간 주 2회 골프 레슨과 시설 이용을 지원받는다. 레슨 프로그램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된다. 참여자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참여 신청은 네이버폼(m.site.naver.com/296oF)을 통해 가능하며, 오는 18일까지 접수한다. 세부 사항은 포천시 문화체육과 체육진흥팀으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황희석 문화체육과장은 7일 “민간 체육시설의 자발적인 참여가 지역사회 스포츠 복지 확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청소년 누구나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체육복지 기반 확대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포천시는 골프연습장, 체육도장, 체력단련장, 당구장 등 관내 전 종목 체육시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 참여 업체를 연중 상시 모집하고 있다. 앞으로도 포천시는 '스포츠 나눔 네트워크'를 구축해 청소년 중심 체육복지 정책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강근주 기자 kkjoo0912@ekn.kr

중복상장 7월 시행 초읽기…‘3%룰’ 유력, MoM은 난관 [자본법안와치]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 장치로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 적용 일반결의'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계와 기관투자자는 소수주주 다수결(MoM·Majority of Minority) 도입을 주장하지만 법무부가 부정적 견해를 밝힌 가이드라인 때문에 현실적으로 채택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르면 이번 주 중복상장 관련 규정 개정 예고를 발표한다. 한국거래소는 중복상장 특례를 마련해 7월부터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상장 규정 개정 예고와 의견 수렴, 금융위원회 승인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제도 골격은 이미 잡혔다.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만 허용하는 방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사가 종속회사나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회사를 상장하려면 영업·경영 독립성과 투자자 보호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예외로 인정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영업과 경영 독립성은 재무제표와 공시 등을 통해 비교적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투자자 보호는 정량화가 쉽지 않은 만큼 거래소 심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모회사 주주를 충분히 설득하고, 일반주주 의견을 의사결정에 반영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심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중복상장 제도개선 3차 세미나에서 “일반주주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에 방점을 두고 모든 사안을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거론되는 주주 동의 방식은 특별결의, 3%룰 적용 일반결의, MoM 등 세 가지다. 특별결의는 주주총회 출석 주식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합병·분할, 정관 변경 등 회사의 근간을 바꾸는 안건에 적용되는 가장 강력한 의사결정 방식이다. 다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국내 기업 구조에서는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총회 출석률을 50%로 가정할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이 33.4%를 넘으면 사실상 다른 주주의 반대와 무관하게 특별결의를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그중 감사위원 선임에 적용하고 있는 '3%룰을 유력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또는 합산해 3%로 제한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를 자회사 상장을 위한 주총 결의에 준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 의결권을 각각 3%로 제한할 것인지, 합산해 3%로 묶을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개별 적용 시에는 지배주주 일가가 여러 명에 걸쳐 지분을 보유한 경우 의결권 합이 합산 적용보다 커져 규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3%룰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김규식 변호사는 지난 4일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서 “지배주주는 주식 쪼개기나 차명 거래를 통해 얼마든지 이 룰을 우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3%룰은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라고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도 지분을 5%, 10% 보유해도 의결권은 3%까지만 행사할 수 있어 오히려 제약을 받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학계와 기관투자자는 MoM이 일반주주 보호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MoM은 합병, 포괄적 주식교환, 중복상장, 상장폐지 등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거래에서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제외한 일반주주 표를 별도로 집계해 정당성을 확보하는 절차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상위 200대 기업 중 93%에 지배주주가 있는 구조에서는 주총에서 MoM을 통해 주주 권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성윤 달톤인베스트먼트 코리아 대표는 “한국의 가족기업 비중은 73%로 미국(6%)·일본(4%)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며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한 한국에서는 독립적인 특별위원회만으로 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MoM이 한 주 한 표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두고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이 거래로 다른 주주보다 큰 이익을 가져가는 특정 거래에만 적용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적 근거 부족은 MoM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다. 법무부는 지난 2월 발표한 '기업 조직개편 시 이사의 행위규범 가이드라인'에서 MoM이 주주평등 원칙과 충돌할 수 있고, 의결권 포기로 의사정족수 충족이 어려울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일반적인 공정성 강화 조치로 권고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 가이드라인이 실제 거래에서 MoM을 좌절시킨 사례도 있다. 이마트가 지배주주로 있는 신세계푸드를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완전 자회사화하는 과정에서 신세계푸드 특별위원회는 MoM 표결을 검토했으나 “현행 상법상 주주총회에서 소수주주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할 근거가 없고, 법무부 가이드라인도 실현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는 이유로 도입을 포기했다. 대신 매수청구권 가격을 4만8800원에서 6만3348원으로 약 30% 상향하는 방식으로 봉합했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를 세 차례 반려한 끝에 나온 결과다. 벤처투자업계는 중견·중소기업 계열사에 대한 중복상장 심사 제외나 완화를 요구해왔다. 대기업은 IPO 외에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이 있지만, 중견·중소기업은 기술 M&A나 IPO가 성장과 혁신을 위한 핵심 경로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거래소는 기업 규모에 따라 주주 보호 기준을 달리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상무는 3차 세미나에서 “주주 보호에 대한 부분이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며 “예외적으로 벤처·중견 기업이기 때문에 트랙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관점은 옳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 실효성과 법적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MoM보다는 3%룰을 활용한 방식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거래소는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해 최종 개정안을 마련한 뒤 이르면 7월부터 새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안이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IPO를 준비하는 기업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르포] “가슴 압박, 갈비뼈 부러져도 멈추지 마라”…파라타항공 신입 승무원 응급 처치 참관기

“심폐 소생술(CPR)은 하던 도중 환자의 갈비뼈가 부러져도 무조건 계속해야 합니다. 뼈가 부러지는 것보다 뇌로 산소가 공급되는 것이 환자의 생존에 훨씬 중요합니다. 법적으로 기내에서 '사망 선고'는 오직 의사만이 내릴 수 있습니다. 병원 밖 심정지 환자가 CPR로 소생할 확률은 1%에 불과합니다. 상공 한가운데 밀폐된 객실에서 그 1%의 기적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 바로 여러분입니다. 머리로 아는 것을 몸이 즉각 반응하도록 하십시오!" 중환자실에서 3년간 생사의 갈림길을 지켜본 베테랑 간호사 출신 교관의 단호한 목소리가 교육장을 묵직하게 채웠다.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소재 파라타항공 본사 교육장에서는 5기 신입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응급 처치 일반 사항 교육이 진행됐다. 이곳은 친절한 서비스 예절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기내 응급 상황 발생 시 대처해야 할 매뉴얼을 체화하는 '구명(救命)'의 장이었다. 이번 교육의 학습 목표는 △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처치 상황 설명 △기본적인 응급 처치·생명유지 진행 순서 수행 △구조 호흡· CPR 방법 숙지·실시 △부상·질병의 종류 이해·설명 등으로 매우 명확했다. ◇“승무원은 진단하지 않는다"…구명 원칙과 5단계 행동 요령 기내 응급 처치의 대원칙은 '승무원은 환자를 진단하거나 처방하는 의사가 아니다'라는 점이다. 승무원의 역할은 의료인에게 환자를 안전하게 인도할 때까지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조치에 국한된다. 환자가 발생하면 최초 발견자는 즉시 도움을 요청하며 응급 처치를 시작한다. 승무원들은 '상황 판단(Consent)➔소통➔CPR➔회복 자세➔상태 파악·관찰'이라는 5단계 행동 원칙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가장 먼저 환자에게 “저는 훈련받은 승무원입니다.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라고 신분을 밝히고 명시적 동의를 구한다. 단, 의식이 없는 심정지 환자의 경우 묵시적 동의로 간주해 즉시 응급 처치에 돌입한다. 이후 동료 승무원들에게 기장 통보·지상 도움 요청·장비 비치 등 도움을 요청하고 CPR을 실시한다. 호흡은 정상이나 의식이 없는 환자는 기도 폐쇄를 막고 체액이나 이물질이 입 밖으로 흐르도록 옆으로 눕히는 회복 자세를 취하게 한 뒤, 호흡·얼굴색·피부색·체온 등을 살피고 보온을 유지한다. 도움을 요청받은 다른 승무원들은 자동 심장 충격기(AED)와 구급 상자(FAK)를 가져와 처치를 돕고, 객실사무장은 기장에게 보고 후 방송으로 의료진을 찾는 '닥터 페이징'을 실시한다. 남은 승무원은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하고 타 승객들을 안정시킨다. 기내에 자신이 의사임을 밝히는 승객이 있다면 신분 증명서나 명함을 통해 의사·한의사·치과의사·간호사·조산사 등 법적 의료인임을 확인해야 하며, 입증이 불가능하면 전적으로 기장의 판단을 따른다. 기내에서 의료인이 응급 조치를 수행할 때 승무원은 항상 환자 곁을 지키며 기장에게 상황을 지속해서 보고해야 하고, 지상 의료진에게 인계될 때까지 함께해야 한다. 만약 의료인이 탑승하지 않았고 환자 상태가 위급하다면 기장은 지상 의료진에게 원격 협조를 요청한다. 이때 지상에 전달해야 할 필수 정보는 △환자 인적 사항(성명·좌석 번호·국적·나이·성별·출발/도착지·연락처) △과거 병력·현재 사용 중인 약명 △의식 상태를 포함한 모든 증상 △호흡 유무·산소 사용 여부 △동반자 유무 △기내 응급 처치 사항 △도착 시 필요한 의료 지원 종류 등이다. 동시에 승무원은 환자의 객관적 상태를 알 수 있는 4대 활력 징후(Vital Signs)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정상 범위는 맥박 분당 60~100회, 호흡 분당 12~20회, 체온 36.5~37.2°C, 혈압 수축기 90~140 / 이완기 60~90mmHg이다. 비행이 종료되면 이 모든 과정을 담아 각종 내역을 상세히 적은 '객실 보고서(Cabin Report)'를 제출해야 한다. 처치 과정에서 감염 방지 수칙도 엄격하다. 환자의 혈액·상처dlsk 짓무른 부위 등 체액과 직접 접촉을 피하고, 인공 호흡 시 FAK 내 마스크를 반드시 사용하며, 처치 후 손을 씻고 접촉 시 비행 후 의료진의 조치를 받아야 한다. ◇땀방울 맺힌 골든타임 사수…CPR·AED·기도 폐쇄·붕대법 실습 훈련생들은 실전과 똑같은 강도로 실습에 임했다. CPR 훈련에 나선 여성 훈련생은 성인 마네킹을 상대로 두 손을 깍지 끼고 팔을 수직으로 뻗어 양 젖꼭지 사이 정중앙을 약 5cm 깊이로 체중을 실어 압박했다. 영유아의 경우 양 젖꼭지 가상선 바로 아래 중앙을 두 손가락만으로 4~5cm 깊이로 눌러야 한다. 분당 100~120회의 속도로 가슴 압박 30회를 한 뒤, 머리를 젖히고 턱을 들어 올려 기도를 열고 인공호흡 2회를 실시하는 사이클이 기계처럼 반복됐다. 자동 심실제세동기(AED)는 연령과 체중에 상관없이 CPR과 병행해 심장 기능을 소생시키는 장비다. 부착 전 피부의 땀과 물기를 닦고, 털이 많으면 제거하며 금속 장신구는 뺀다. 패드 부착 위치는 성인의 경우 우측 쇄골(빗장뼈) 바로 아래와 좌측 유두 아래쪽 겨드랑이 선이며, 영유아는 가슴과 등에 앞뒤로 부착한다. 전원을 켜고 심장 리듬을 분석하거나 주황색 쇼크 버튼을 누를 때는 반드시 “환자에게서 떨어지세요!"라고 크게 외쳐야 하며, 지시가 끝나면 즉각 CPR을 다시 시작한다. 기도 폐쇄(Choking) 실습은 2인 1조로 진행됐다. 환자가 쌕쌕거리며 숨을 쉴 수 있는 '부분 기도 폐쇄' 상태라면 상체를 숙이게 해 스스로 기침을 하도록 유도한다. 반면 숨소리가 안 나고 기침도 못 하며 청색증이 오는 '완전 기도 폐쇄' 시엔 즉각 등 뒤로 가 명치와 배꼽 중간 지점에 주먹을 쥐고 위로 강하게 밀어 올리는 복부 압박(하임리히법)을 실시해야 한다. 단, 비만이나 임산부의 경우 복부가 아닌 흉부를 압박하며, 영유아는 등을 5회 두드리고 가슴을 5회 압박한다. 의식이 없는 환자라면 '현장 안전 확인➔의식·호흡 확인➔가슴 압박 30회➔입안 이물질 확인 후 제거➔인공 호흡 2회'의 사이클을 기도가 개방될 때까지 반복한다. 외상·출혈 응급 처치 실습에서는 바닥에 모여 앉은 여성 훈련생들이 서로의 팔에 삼각건(붕대)을 감으며 감각을 익혔다. 베인 상처와 타박상은 출혈 시 지혈하고 물로 세척 후 소독해 깨끗한 붕대로 감는다. 심한 출혈은 마른 붕대나 천으로 환부를 직접 압박하며, 골절이 의심되지 않는다면 상처를 심장(가슴)보다 높게 들어 올린다. 완전히 지혈되기 전까진 너무 단단히 감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붕대법으로는 붕대의 시작과 끝을 고정하는 '환행대', 굵기가 일정한 팔 부위에 붕대 너비의 3분의 2씩 겹쳐 감는 '나선대', 굵기가 다른 부위에 한 번씩 꺾어 산(▲) 모양을 만들어 단단히 묶는 '절전대' 기법이 모두 동원됐다. 매듭은 환자가 불편하지 않게 롤을 바깥쪽으로 향하게 처리하는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기내 작은 약국 '메디컬 백'과 내과 질환, 기내 출산 매뉴얼 기내 전방과 후방에 각각 1개씩 탑재되는 메디컬 백(Medical Bag)은 13종의 용품으로 구성된다. 내복약인 성인용 해열 진통 소염제·소아용 해열 진통 소염제·멀미약·알레르기약·소화제·지사제를 비롯해 일회용·멸균 밴드와 소독용 스왑·인공 눈물·상처 및 화상 연고가 구비돼 있다. 객관적 활력 징후 파악을 위해 즉시 사용해야 하는 '체온계'(겨드랑이로 측정)와 2도 이상 화상 환자에게 즉각적인 냉각 및 오염 방지를 제공하는 '번 실드(10x10cm 시트)'도 탑재돼 있다. 번실드는 화상 연고와 함께 사용하지 않고 단독 사용을 권장한다. 모든 약품은 승객이 먼저 요청했을 때만 알레르기 유무를 확인하고, 객실 사무장(DP)에게 반드시 보고한 후 제공한다. 사용 후엔 '약품 관리 대장'에 수기로 날짜·사용자·약품명·좌석 번호 등을 꼼꼼히 적고, 사내 커뮤니티에 탑재 요청 글을 작성해 비행 전 약품을 보충해야 한다. 기내에서 자주 발생하는 특정 증상별 대처법도 철저히 다뤄졌다.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만취 상태로 술 냄새·분별력 저하·안면 창백 및 홍조, 메스꺼움 또는 구토 증상을 보일 경우 즉각 주류 제공을 중단한다고 한다. 카페인이 없는 음료로 수분을 보충하고, 적절히 보온하며 구토 상황에 대비한다. 저혈당 환자가 의식이 있다면 인슐린 쇼크 방지를 위해 사탕 3~4개나 주스 등 당질을 제공한다. 의식이 없을 땐 질식 우려가 있으므로 절대 억지로 먹이지 말고 혀 밑에 소량의 설탕만 발라준 뒤 기도가 막히지 않게 조치하며 신속히 의료진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승객이 이통(항공 중이염)을 느끼면 기압 변화로 귀가 멍멍하고 고통스럽다. 현기증·두통이 오면 하품·침 삼키기·껌 씹기·물 마시기를 유도한다. 코를 막고 입을 다문 채 코 뒤쪽으로 공기를 힘껏 미는 '발살바 호흡법(Valsalva maneuver)'을 적극 안내하고, 유아는 우유병이나 젖을 물리게 한다. 뇌졸중의 F.A.S.T 징후인 얼굴 일그러짐(Face)·한쪽 팔 마비 및 감각 저하(Arms)·어눌한 발음(Speech)을 식별하면 즉시(Time) 기장에게 보고해 3시간 내 병원 도착을 목표로 한다. 기도 확보 후 환자를 안정시키며 필요시 산소를 주되, 질식 위험으로 음식물 제공은 절대 금지된다. 가장 긴장감이 맴도는 훈련은 중대한 '기내 출산' 매뉴얼이었다. 산모의 하복부 통증과 함께 양수가 터지고, 30~60초간 지속되는 진통의 간격이 10~20분에서 2~3분으로 짧아지면 즉시 출산을 준비해야 한다. 닥터 페이징 후 바닥에 깨끗한 천과 담요를 깔고 위생 장갑·구토대·의료 장비를 준비한다. 산모의 무릎을 굽히고 다리를 벌리게 한 뒤 머리·어깨·엉덩이 아래에 옷가지를 받쳐준다. 승무원은 손과 팔 전체를 씻고 소독 장갑을 낀다. 아기가 머리부터 나오기 시작하면 손과 팔로 조심스럽게 받쳐준다. 교관은 “절대 인위적으로 잡아당겨서는 안 되며,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유도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탯줄이 목에 감겼다면 보이는 부분부터 느슨하게 푼다. 출산 직후에는 신생아를 깨끗한 옷으로 감싸고 태반 분만을 돕는다. 산후 출혈을 막기 위해 생리대를 대어주고, 자궁 수축 및 출혈 감소를 위해 산모 스스로 배꼽 주변을 마사지하도록 안내하며 출혈 정도와 전신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 ◇승무원 건강 관리=300명 승객 생명줄 구명 훈련의 마지막 장식은 승무원 본인의 건강 관리를 위한 '항공 생리' 교육이었다. 기내 환경은 7000~8000ft의 높은 산과 유사한 기압, 24°C 내외의 온도, 10% 내외의 무척 건조한 습도를 가진 특수 공간이다. 또한 3~4분마다 환기 장치로 공기가 완전히 교체되고 비행 중 지속적으로 50~60dB의 진동과 소음이 발생한다. 이처럼 환경 속 좁은 좌석에서 장시간 움직이지 않으면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피떡이 생기는 치명적인 질환인 '심부정맥 혈전증(DVT·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술을 피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하며, 몸을 꽉 조이는 자세로 잠들거나 수면제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교관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좌석 앞 발밑에 짐을 두지 말고, 일정 시간 간격으로 발을 스트레칭하며 다리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코스피 9000 목전서 숨고르기…6월 증시 키워드 ‘순환매’ [주간증시]

지난주(1~5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상승 곡선을 그리며 8900선을 돌파한 후 가파르게 하락했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종목 차익 실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단기 장세 핵심은 여전히 “주도주 속 순환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5일 코스피지수는 5.54% 하락하며 8160.59포인트까지 내려앉았다. 지난 2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8900선을 돌파했으나, 4일 1.84% 하락세를 보이며 주춤한 지 하루 만에 낙폭이 커지며 미끄러졌다. 외국인 매도세가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한 주간 외국인은 18조6720억원 규모의 물량을 팔아치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0거래일간 하루를 제외하고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업종을 비롯한 주도주 급등이 외국인의 차익 실현 심리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도는 주도주 급등에 따른 리밸런싱(자산 비중 조정) 차원의 매물 출회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종에서 투자자의 차익 실현 심리를 부추긴 요인으로 메모리 고점론, 브로드컴 실적 발표 등이 꼽힌다. 앞서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레이몬드 제임스는 D램과 낸드를 비롯한 메모리 가격이 올해 중반에 고점을 찍고 내년 초부터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메모리 사이클이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평가다. 브로드컴은 지난 3일 진행된 실적 발표에서 올해 2분기 매출이 222억 달러(한화 약 34조6253억원), 인공지능(AI) 관련 매출은 108억 달러(한화 약 16조8447억원)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8%, 143%씩 오른 수치다. 반면 올해 3분기 AI 관련 매출 전망은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에 대한 실망으로 브로드컴 주가는 하락하며 반도체 업종에서 경계감을 키웠다. 이 연구원은 “올해 3분기 AI 매출 가이던스가 160억 달러로 예상치 172억 달러를 밑돈다"며 “브로드컴의 부진한 가이던스로 반도체 이익 전망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주 조정을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흔들린다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거대 기술기업(빅테크)의 자본 지출(Capex)이 이어지면서다. AI 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국내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계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알파벳의 대규모 유상증자와 Capex 확대는 AI 인프라 투자 장기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AI 서비스 수요가 공급 능력을 초과하는 환경이 이어진다면 메모리, AI 서버, 전력 인프라 등 한국 밸류체인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유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달에도 주도주 속 순환매 확산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도체 업종 자체의 호실적은 유지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유안타증권은 메모리 가격 상승과 원·달러 환율 효과를 감안할 때 반도체 기업 주당순이익(EPS)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 고환율은 수출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어디로 갈지는 이익과 투자자별 수급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한다고 조언한다. 우수한 실적과 자금 유입이 맞물리는 업종으로 매수세가 들어올 것이란 진단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익 모멘텀이 우수한 업종으로 IT 외에 산업재, 금융, 소비재, 통신·에너지가 있다"며 “이 중에 외국인과 연기금 수급이 함께 유입되는 것은 유통·화장품·의류를 포함하는 소비재와 에너지다. 해당 업종에서 최근 1개월간 외국인의 지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기자의 눈] 용인 반도체가 RE100 달성하는 법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이전 논란이 6·3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마무리될지 확신이 안 선다. 그동안 용인 반도체 산단 이전 논란은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보다는 재생에너지가 많은 지역으로 가면 RE100을 달성할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에 기대어 확산됐다. 그러나 원전 15기 이상 규모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반도체 산업단지를 호남에 건설하더라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용인에 짓는 것 이상으로 추가 송전망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설비가 필요하다. 이런 현실은 애써 외면됐다. RE100 달성은 왜 어려운지 살펴보자. 호남 지역의 태양광 발전사업자 상당수는 이미 한국전력과 20년 장기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해당 계약은 지금 규정으로는 파기가 안 된다. 현물시장에 참여하는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들 역시 높은 현물가격에 적응한 상태다. 기업이 기존 사업자의 계약을 대체하거나 현물시장 사업자를 만족시킬 수준의 가격 조건까지 제시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 이런 방식은 기업의 자발적인 RE100 이행과도 맞지 않고 정치권의 요구에 강매당하는 모습에 가깝다. 게다가 RE100 캠페인의 본래 취지는 기존 사업자와 계약하기보다는 신규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렇다고 호남에 반도체 산업단지를 짓기로 하고 조성 일정에 맞춰 충분한 신규 재생에너지 전력이 공급될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현재 호남은 태양광 포화상태다. 대부분 해상풍력 사업은 인허가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용인 반도체 산단이 RE100 전력을 확보할 대안은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수도권·충청권·강원권을 중심으로 총 12GW 규모의 대규모 태양광 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은 전력망이 여유로워 반도체 산단 수요 없이도 대규모 태양광 건설이 가능하다. 예컨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해당 사업과 일부 장기 PPA를 체결하면 기업은 안정적으로 RE100 전력을 확보하고 신규 태양광 사업은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특히 SK는 관련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최근 정승일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사장으로 선임했고, SK이노베이션 E&S, SK에코플랜트, SK일렉링크 등 에너지 전문 계열사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수도권의 대규모 태양광 단지로 용인 산단에 RE100 전력을 공급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두 사업이 비슷한 시기에 준공된다면 기업은 산업 경쟁력과 RE100 전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은 호남 지역에 추가 투자를 할 수 있고 지역의 해상풍력 사업과 PPA를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걸 기대할 수 있다. 지방선거는 끝났다. 이제는 수도권과 호남이 제로섬 경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때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 신호등] “하늘에서 떨어지는 얼음 폭탄” 도시를 정조준하다

지난해 5월 3일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와 독일 일부 지역에 지름 3~4㎝에 이르는 대형 우박이 쏟아졌다. 이 우박은 탁구공(40㎜)과 비슷한 크기였다. 이 우박으로 인해 자동차 차체가 파손되거나 찌그러졌고,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지붕도 손상을 입었다. 도시 교통도 차질을 빚었고, 샤를 드골 공항 등에서는 항공기 운항도 지연됐다. 농촌에서는 포도밭 등 농작물 피해도 컸다.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LSCE)에 따르면 이 우박으로 인해 3억 유로(약 5000억 원)가 넘는 보험 손실액이 발생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얼음 덩어리 우박. 과거에는 봄철이나 초여름에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국지성 기상현상으로 여겨졌다. 농작물 일부를 망치거나 차량에 흠집을 내는 정도의 피해가 일반적이었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들은 기후변화가 우박 발생 환경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드물었던 대형 우박이 점차 흔해지고 있으며, 도시가 만들어내는 인위적 열이 우박 폭풍을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대기의 에너지 구조를 바꾸어 우박을 '하늘에서 떨어지는 얼음 폭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과학자들은 우박이 더 이상 '작은 자연재해'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우박 횟수는 늘지 않더라도, 살아남아 떨어지는 우박은 더 크고 더 무거워서 더 파괴적인 형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구와 인프라가 밀집한 대도시가 새로운 위험지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기후변화에 따른 우박 대형화가 예상되는 중위도 지역에 속하는 동시에, 서울·수도권을 비롯한 초고밀도 도시권을 보유하고 있어 미래 위험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변화가 우박을 바꾼다…선별적 거대화 중국 베이징대학교 장스이 교수와 미국 센트럴미시간대학교 존 T. 앨런(John T. Allen) 교수 연구팀은 지난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에서 기후변화가 우박의 크기 분포를 크게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전 세계 1만4000건 이상의 우박 사례를 분석하고, 과거 기간인 1985~2014년과 미래 기간인 2071~2100년 예측치를 비교했다. 온실가스 고배출 시나리오(SSP585) 하에서 비교한 결과, 지름 30㎜ 이상 대형 우박의 형성 가능성이 38~51% 증가하는 반면, 30㎜ 미만의 작은 우박은 4~12%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얼핏 모순처럼 보인다. 기온이 상승하면 얼음이 줄어들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핵심은 대기 에너지 증가다. 온난화된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품고 있으며, 이는 강력한 상승기류를 만들어낸다. 상승기류는 우박 알갱이를 구름 속에 오랫동안 붙잡아 두면서 과냉각 물방울을 계속 흡수하게 만든다. 과냉각 물방울은 0℃ 이하인데도 아직 얼음으로 변하지 않고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물방울을 말한다. 과냉각 물방울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작은 충격이나 얼음 결정과의 접촉만 있어도 즉시 얼어붙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박은 야구공 크기에 가까운 대형 우박, '괴물 우박'으로 성장할 수 있다. 반면 기온 상승은 어는점이 나타나는 고도(高度)도 함께 높인다. 작은 우박은 지상에 떨어지는 과정에서 녹아 사라지고, 충분히 크게 성장한 우박만 살아남는다. 우박의 '양극화 현상'이다. 결국 기후변화는 우박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크고 더 위험한 우박만 살아남게 만드는 셈이다. ◇2㎝ 차이가 만든 재앙…파리가 보여준 미래 이 같은 변화는 이미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의 다비데 파란다 박사 연구팀은 최근 '대기 과학 회보 (Atmospheric Science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해 5월 3일 파리를 강타한 기록적 우박 폭풍을 분석했다. 이 연구는 기후변화가 특정 우박 사건의 강도를 얼마나 키웠는가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유럽 최초의 우박 기후 귀속(attribution,기여도 분석) 연구다. 연구진은 지난해 5월 우박 크기가 과거 기후변화가 없었을 때보다 약 2㎝정도 더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경미한 피해 수준'에 머물 수 있었던 사건이 '명백한 파괴적 사건'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우박 크기 2㎝ 차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피해 규모는 전혀 다르다. 기상학자들은 우박 피해가 크기에 비례하지 않고 비선형적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우박 지름이 커질수록 질량은 급격히 증가하고, 낙하 충격력은 그보다 더 빠르게 커진다. 이 정도 크기면 차량 유리가 깨지고 태양광 패널이 손상되며 건물 외장재와 지붕, 항공기 동체까지 파손될 수 있다. 연구진은 같은 기압 배치와 같은 폭풍이 발생하더라도, 지금의 따뜻해진 기후에서는 △ 대류 가용 잠재에너지(CAPE)가 증가하고 △어는점 고도가 높아지고 △우박 발생 확률이 최대 30% 증가하고 △우박 크기는 약 2㎝ 커진다고 분석했다. CAPE는 공기가 위로 솟아오를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뜻한다. 기후변화로 대기가 더 많은 열과 수증기를 품게 되면서 CAPE가 증가하고, 이는 강력한 상승기류를 만들어 우박이 더 크고 무겁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도시가 우박을 키운다…'병합형 우박'의 등장 최근 연구들은 도시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우박을 키우는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주고 있다. 중국 난징대학교의 저우앙 박사와 자오쿤 교수 연구팀은 도시의 인위적 열이 우박 폭풍을 증폭시키는 메커니즘을 규명해 지난 3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건물 냉난방과 자동차, 산업시설, 데이터센터 등에서 발생하는 열은 도시 경계층을 가열한다. 이 열은 대기 불안정성을 높여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개의 뇌우 세포(thunderstorm cell)를 만든다. 뇌우 세포는 상승기류와 하강기류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하나의 독립적인 '폭풍 덩어리'를 말하는데, 폭우와 우박, 번개를 발생시킨다. 문제는 여러 개의 뇌우 세포가 서로 합쳐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를 '병합형 우박(Merger Hailstorm)'이라고 불렀다. 여러 폭풍 세포가 하나로 합쳐지면 상승기류가 급격히 강화되고 더 많은 수증기가 상층으로 공급된다. 결과적으로 일반 우박보다 훨씬 크고 강한 우박이 만들어진다. 시뮬레이션 결과, 도시에서 인위적인 열 방출이 증가할 경우 우박 피해 면적은 최대 71%까지 확대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예외 아니다…서울 등 수도권이 특히 취약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의 티모시 로파크 박사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 우박 발생 지역이 점차 극지방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 북부, 북유럽, 동아시아 중위도 지역에서는 대형 우박 위험이 증가하는 반면, 열대와 아열대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난징대 연구팀은 동아시아는 북미와 함께 우박 재해가 가장 빈번한 지역 중 하나로 지목했다. 동아시아 대도시권에서는 병합형 우박 발생 빈도가 농촌 지역보다 약 95% 높게 나타났으며, 강력한 우박 폭풍의 경우 도시와 농촌 간 발생 빈도 차이가 130%까지 벌어졌다. 광저우와 선전이 위치한 주강삼각주,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양쯔강 삼각주 등 중국의 메가시티가 대표적 사례다. 이들 해외 연구 결과에 비추어 한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우박 대형화 위험과 도시 열섬 효과가 동시에 작용하는, 대형 우박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될 수 있다. 특히 서울·인천·수원·성남으로 이어지는 수도권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고밀도 도시권이다. 즉 서울과 수도권은 기후변화가 키운 대형 우박과 도시 열섬이 유도하는 병합형 우박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인 셈이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최근 수년간 대형 우박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23년 6월 강원도와 충북, 경북 북부 지역에서는 지름 5㎝ 안팎의 대형 우박이 쏟아져 사과·복숭아·포도 농가에 큰 피해를 입혔다. 2024년 5월에는 경기 북부와 강원 일부 지역에서 골프공 크기의 우박이 관측돼 차량 수백 대가 파손됐고, 비닐하우스와 태양광 시설 피해도 보고됐다. 기상청 관계자도 “한반도에서는 봄철과 초여름에 강한 상층 한기와 지상 고온이 만나면서 우박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에는 지상 기온 상승으로 대기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대형 우박 발생 조건이 강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농촌도, 공항도 새로운 위협에 직면 우박 피해는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구자들은 동아시아에서 겨울 작물의 우박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후변화로 우박 발생 시기와 작물 생육 시기가 겹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보리, 밀, 과수 산업이 특히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과와 배는 개화기와 어린 열매 시기에 우박을 맞으면 상품성을 거의 잃게 된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과수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우박 위험까지 증가하면 농업 부문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항을 미래 우박 재난의 핵심 취약 시설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파리 샤를 드골공항 사례처럼 대형 우박은 항공기 동체와 조종석 유리를 손상시키고 활주로 운영을 중단시킬 수 있다. 한국의 인천국제공항 역시 연간 수천만 명이 이용하는 동북아 허브 공항인 만큼 우박에 따른 항공기 파손이나 운항 차질이 발생할 경우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클 수 있다. 특히 수도권 열섬 효과와 병합형 우박 가능성을 고려하면 향후 공항 기상예측 체계와 시설 내구성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 도시의 과제는 '우박 회복력' 과학자들은 미래의 우박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 설계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건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태양광 패널, 외장재, 유리창, 지붕재 등이 지름 4㎝ 이상의 우박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 기준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 도시 열섬 완화 정책도 중요하다. 녹지 확대,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 폐열 감소 정책은 폭염 대응뿐 아니라 병합형 우박 위험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예측 기술 역시 발전해야 한다. 기존 기상 모델은 개별 뇌우를 중심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다. 기상청과 지방자치단체는 도시형 고해상도 예측 모델을 구축해 병합형 우박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탐지해야 한다. 농업 부문에서는 우박 방지망 보급 확대와 재해보험 개선이 요구된다. 과거의 우박이 농경지를 위협하는 자연현상이었다면, 미래의 우박은 도시의 심장부를 직접 타격하는 새로운 기후 재난이 될 수 있다. 과학자들이 지금 우박을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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