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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에너지정책에 대한 세가지 소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2.01.04 08:27

이학노 교수 <동국대 경제통상학부>

신년에는 밝은 얘기를 하는 것이 좋으련만 새해 에너지정책에 대한 소망을 밝은 톤으로 시작하지 못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그러나 어려움이 있어야 행복도 느끼는 것이고 교훈은 두고두고 새기는 법이지 않은가.

작년은 우리나라 에너지 역사상 ‘사건’이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이따금씩 전기가 나가곤 했으나 그 이후 언제부터인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나의 기억에는 정전이란 없었다. 그러다가 9월15일 소위 순환 정전이 발생했는데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선진국 등에서도 정전이 가끔씩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랜만에 일어난 엄청난 사건이어서 일까. 관련 정책과 집행을 담당하시던 분들이 책임을 지는 안타까운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정전사건에 대한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단기적인 대응이야 그렇다 치고 근본적인 원인으로서 수요관리가 부족했다든지 공급측면을 도외시한 결과라든지 등등.

새해 에너지정책의 화두는 추운 겨울에 하루하루를 넘기는 것을 넘어 외양간을 고치는 소위 시장기능의 강화이고 이를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에너지가격 수준에 대한 개념적 혼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모든 재화의 공급자들은 품질은 좋게 하되 가격은 인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화폐수량설식의 물가 상승분만 제외하면) 에너지 가격도 일종의 재화사용의 대가이기 때문에 저렴할수록 좋은 것이다. 수요와 공급이 제대로 작동하면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그 가격은 수요량과 공급량을 결정한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을 높여 수요량을 줄이겠다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을 왜곡시킨다.

따라서 시장에서 가격 기능을 복원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는 다른 재화와 달리 사실상 여러 에너지 소스(원) 간에 독점적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장이다. 사람들은 석유가격이 싸면 석유난로를 쓰다가도 석유가격이 전기에 비하여 비싸지면 시간이 걸리지만 전기난방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때 석유가격과 전기요금이 시장에서 결정돼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에너지 소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에너지 분야에는 거대한 투자가 수반되는데 투자비는 시장진입 장벽이면서 정책적 고려에 의한 가격 책정으로 이어져 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 전기, 가스산업은 사실상 독점이고 석유산업은 과점적 경쟁 구조이다. 따라서 정부는 전력, 가스산업에서는 이들 산업이 다른 에너지 소스와 경쟁할 수 있고 산업 자체로서 효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요금 구조를 운용해야 하고, 석유산업은 시장 자체가 더 경쟁적이 될 수 있도록 경쟁제한적 요인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가격 기능을 복원하면 에너지수요 관리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 등이 강조되고 있으나 전력절감은 새로운 기기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사람들이 스스로 할 때 효과가 있는 것이다.

둘째, 에너지 공급이 수요증가에 맞추어 늘어나야 한다. 경제가 성장하고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증가할수록 에너지수요는 증가하기 마련이다.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는 기본적으로 에너지공급을 통해 맞추는 것이 순리다. 환경문제 등을 내세워 에너지 수요관리를 지나치게 강화해서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과 맞추겠다는 것은 기술적 한계가 있고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에너지수요관리에 투입되는 비용에 대비한 효과는 그저 무시해도 되는 사소한 이슈는 아니다.

셋째, 에너지는 에너지의 논리로 풀어야 하며 다른 논리가 강화하면 꼬이게 된다. 예컨대 바이오연료나 신재생에너지 등이 대표적이다. 바이오연료는 독일 등이 친환경적이라고 하여 사용하던 것을 자연조건이 다르고 기술격차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도입했고, 석유에 바이오연료를 혼합하는 것을 의무화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바이오 연료와 신재생에너지는 고비용과 먹는 곡물의 사용, 환경의 훼손 등 문제를 낳게 되었다, 에너지 분야를 순전히 에너지논리로만 풀 수는 없겠지만 환경과 사회적 이슈의 과도한 고려는 결국 에너지문제를 자체적으로는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로 만들게 된다.

정부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에도 에너지 분야의 세 가지 소망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전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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