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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 울리는 지역주택조합…'제도 폐지' 요구 잇달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9.10 15:46

▲지역주택조합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이 꾸준히 청와대에 올라오고 있다.(출처=청와대 청원게시판)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청약 통장이 필요없고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탄생한 지역주택조합 제도가 무주택 서민을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올해 사업능력이 없는 업무대행사가 조합원 모집을 위한 허위과장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자본금과 모집기준 등을 강화지만 오래전부터 사업을 추진해온 현장에서는 여전히 조합원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피해를 입은 조합원에 대한 마땅한 구제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 아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역주택조합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올해 1월 입주를 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2017년 9월 19일 고양시의 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 그러나 사업은 계속해서 지연됐고, 현재까지도 해당 사업장은 입주는커녕 환경영향평가 문제로 사업진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청원인은 지역주택조합 가입을 철퇴하고 있지만 계약서 10조 규약에 따라 이미 납입한 돈을 돌려 받기 힘든 상황이므로, 이에 대한 소송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청원인은 사업지연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조합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에 글을 올린 청원인은 서울 강북의 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으나 해당 제도가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려면 95%의 토지확보가 돼야 한다. 토지매입 비용은 조합원들의 납입금으로 마련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금융권에서 집단대출을 받기도 한다. 거듭되는 추가 납입금으로 인한 부담은 커지지만, 조합원들은 사업지연으로 인해 이미 낸 납입금마저 날리게 될까봐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아울러 토지매입비용으로 낸 납입금이 알 수 없는 사용출처로 공중분해되는 경우도 생긴다. 최근에도 한 지역주택조합의 업무대행사가 847명의 조합원에게서 450억원의 계약금을 받았지만 조합원들은 토지확보에 78억원만 썼다는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주택조합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올해 12월 11일부터 주택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합원은 가입비를 납부한 시점부터 30일 이내에 조합에 탈퇴 의사를 밝히고 가입비를 전액 돌려 받을 수 있지만, 상당부분 사업이 진행된 곳에서 나오는 피해자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이 무산될 경우 조합원들은 납입금 전액을 돌려 받지 못한다.

무분별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막기 위해 조합원 모집 요건도 강화됐지만 고질적인 문제를 고치기에는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 모집 시 해당 주택 건설 대지의 80%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의 사용 권원을 확보하고 15% 이상 토지의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토지소유권 95%를 달성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05년∼2015년 사이에 시작된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총 155건이다. 그 중 입주까지 완료한 단지는 지난해 기준 총 34개로, 성공률이 22%에 불과하다. 대부분 토지확보를 못하면서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도시개발사업으로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불가능한 곳에서도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지만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이를 잘 모르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부터 조합원 모집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안내 의무는 물론 업무대행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탈퇴 기준도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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