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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코로나 책임론'에 '무역합의 파기' 경고까지...미중 악화일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5.07 13:4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의 확산 책임론을 연일 강조하면서 양국 간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를 전염병의 발원지로 지목한 데 이어 중국의 투명하지 못한 대응과 초기 확산 억제 실패가 결국 미국의 대규모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이렇듯 양국 관계가 코로나19 책임론을 두고 악화되면서 ‘제2의 미중 무역전쟁’으로 번질지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이같은 소식에 투자심리가 얼어 붙으면서 미국 증시는 장 막판에 하락 반전했다.


◇ 트럼프 "코로나19는 역대 최악의 공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에도 코로나19의 미국 내 대유행 사태와 관련해 중국의 책임론을 겨냥한 발언을 이어갔다. 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에서 발원했다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는 코로나 유래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중국을 향해 "그들이 투명하길 바란다.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서 7만명 넘는 사망자를 낸 코로나19의 피해를 "지금까지 우리가 가진 최악의 공격"이라며 "이는 진주만보다 더 나쁘다. 세계무역센터보다 더 나쁘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폭격으로 2000명 이상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고, 2001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등 동시다발적 9ㆍ11 테러로 3000명가량이 희생됐다.

코로나19 확산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미국이 공격받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미국이 지금까지 가장 심한 공격을 받은 사례에 속하는 이들 두 사건과 비교하더라도 코로나19 공격에는 못 미친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이와 같은 공격은 절대 없었다. 절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며 "중국에서 멈춰졌을 수도 있었을텐데, 이는 원천에서 멈춰졌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중국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 역시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 미중 관계를 "실망과 좌절의 관계"라고 표현하며 중국이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숨겼다고 비판하는 등 중국 압박에 가세했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일부 결정이 미국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것에 대해 얼마나 좌절했는지 말해 왔다"라고도 언급했다.


◇ 폼페이오도 어이가는 ‘중국 때리기’…"상당한 증거가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한연구소 유래설과 관련, 확신할 수는 없다며 종전보다 톤을 낮췄다. 그러면서도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며 중국 때리기를 이어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한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확실성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 연구실에서 왔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며 "두 가지 발언(확실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과 상당한 증거가 있다는 것) 모두 사실"이라고 밝혔다.

우한 연구소 유래설을 굽히지는 않으면서도 "거대한 증거가 있다"고 했던 이달 3일 발언에 비해서는 한 발 빼며 수위를 다소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국민은 여전히 위험에 놓여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것(코로나19)이 연구소에서 시작됐는지 또는 그 외 다른 곳에서 시작됐는지에 대해 확실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에 대한 대답을 찾는 쉬운 방법이 있다. 투명성과 개방성"이라며 중국을 압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중국이 보다 투명했더라면 전 세계 수십만명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며 세계가 국제적 경제 하강을 겪는 것도 피할 수 있다면서 맹공을 이어갔다. 그는 중국의 은폐가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미국이 중국을 괴롭힌다고 말한다. 우리는 단지 그들에게 다른 나라들에 대해 요구하는 것과 같은 것을 요구할 뿐이다. ‘투명하라’, ‘개방하라’,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다른 나라들도 중국 공산당과 거래를 하는 것의 위험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면서 공정한 조건과 호혜성에 이르지 못하는 한 공산 정권과 진정한 윈-윈은 없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와 함께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번달 세계보건총회(WHA)에 대만을 초청할 것을 요구하면서 유럽을 포함한 모든 나라가 이를 지지할 것을 촉구하며 공동전선 구축을 시도,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4일 유럽연합(EU) 국가 등이 공동주최한 모금 행사에 미국이 불참한 것과 관련, "중국이 거기에 있었다. 그것(코로나19)은 우한에서 시작했다. 이것을 저지른 당사자가 거기 있었다"며 "그리고 우리는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이뤄지지 않아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 트럼프 "중국 약속 지키는지 보겠다"…무역합의 폐기 가능성 시사


▲미중 무역 1단계 합의 서명식(사진=AP/연합)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책임론을 두고 불거진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멈추기로 한 1단계 무역합의 폐기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는지 여부를 약 1주나 2주 이내 보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은 미 농산물을 많이 구매하고 있지만 합의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규모인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합의 내용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잘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중국이 무역 합의를 지킬 수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알아낼 것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고 있지 않다면 무역합의를 파기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은 올해 1월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타결하면서 향후 2년간 농산물 320억 달러를 포함해 미국산 재화와 서비스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구매를 약속했다. 그 대가로 미국은 당초 지난해 12월 15일부터 부과할 예정이었던 중국산 제품 1600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또 1200억 달러 규모의 다른 중국 제품에 부과해온 15%의 관세를 7.5%로 줄이기로 했지만 25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부과해오던 25%의 관세는 그대로 유지한 상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중국이 미국산 상품 구매 관련 협정 내용을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에 나선 것이다. 합의가 파기되면 관세율을 올리거나 다른 제품에 대한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 국가경제위원회(NEC)에서 일했던 클레테 빌렘스는 "추가 관세 부과나 1단계 무역합의 파기 관련 위협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게(합의 파기) 임박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전면적인 관세부과보다는 의료기기 사재기나 코로나19 발생 은폐와 관련된 인물에 대한 맞춤형 제재가 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중국도 무역협상 관련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 관영 언론 글로벌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발원지가 우한연구소라는 주장을 펴며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공세를 멈추지 않는다면 중국은 2단계 무역협상을 무기한 연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전쟁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글로벌 경제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장본인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된 와중에 미중 무역협상이 파기될 경우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상승세로 장을 시작한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장 막판 하락 반전했다. 이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18.45포인트(0.91%) 하락한 23,664.64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역시 전장보다 20.02포인트(0.7%) 내린 2,848.42에 장을 마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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