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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맞은 조원태...앞날은 여전히 '가시밭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4.19 13:18

지난해 4월 24일 회장 취임···위기관리 리더십 시험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겹악재’를 만나 고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 산업 경쟁력이 무너져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3자 연합’이 그룹 경영권을 노리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큰 고민거리다.


◇ 코로나19에 ‘직격탄’···유동성 위기 봉착 

19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당장 주력사인 대한항공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국내 항공 업계 1위인 대한항공은 이달 내로 보유 현금이 바닥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발행한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6228억 원이 이달 내로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한 달 고정비용이 대략 4000억~5000억 원에 달한다. 이달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도 2400억 원 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하늘길이 막혀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국제선의 경우 주간 공급 기준 900회가량 운항했다. 현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뉴욕 등 13개 노선을 주 50∼55회 운항하고 있다. 3월 여객 수송량은 전년 동기 대비 75.7% 급감했다. 화물 수송량 역시 16%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조 회장은 ‘비상 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대한항공은 전 직원의 70% 이상이 6개월간 순환휴직에 들어가는 한편 임원진은 월 급여의 30∼50%를 반납하기로 했다. 송현동 부지, 왕산마리나 등 유휴 자산과 비수익 사업 매각에도 속도를 낸다. 이 같은 자산 매각을 위해 한진그룹은 최근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다만 현재 상황이 워낙 심각해 이 같은 자구안 만으로는 독자생존이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예상이다. 전체 항공사에 대한 무담보 저리대출 확대와 채권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등 대규모 정책자금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선 정부는 이번주 중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항공사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항공사들의 입장을 잘 전달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데도 조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할 전망이다. 


◇ 경영권 지키기 위한 ‘우군 확보’도 과제

조 회장 입장에서는 그룹의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으면서 동시에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매집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지난달 주총에서 경영권을 장악하려다 실패한 ‘3자 연합’이 공격 수위를 계속해서 높이며 조 회장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KCGI 산하 앤케이앤코홀딩스는 지난 17일 한진 주식 23만 4923주(1.96%)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실탄’을 확보해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은 지난달 주주총회가 끝난 이후에도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집하고 있다. 지난번 주총에서는 조 회장 측과 대결해 ‘참패’했지만 내년 주총 또는 임시주총소집을 통해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분석이다. 

3자 연합은 최근 한진칼 지분율을 42.74%까지 끌어올렸다. 반도건설의 경우 지난 주총 주주명부 폐쇄일까지 지분율이 8.28%였는데 현재는 16.9%까지 늘렸다. 조 회장이 델타항공 등 우군을 포함해 지닌 지분은 41.15%다. 지난 2월 3~4만 원대에서 움직이던 한진칼 주가는 17일 종가 기준 10만 9500원까지 뛰었다. 

양측 지분율이 비슷한 탓에 최악의 경우 소모전만 계속되는 장기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한진칼 정관상 이사 해임에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필요하다. 임기가 끝나기 이전 누군가를 끌어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신규이사 선임을 유도하더라도 현재 이사회 인원이 11명에 달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남매의 난’을 빠르게 마무리 짓기 위해 사내외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 주총 과정에서 주요 계열사 노조 및 직원들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1월 말 코로나19 사태에서 ‘우한 전세기’에 직접 탑승하는 모습 등이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극적으로 화해하는 경우도 염두에 둘 수 있다. 다만 조현아 전 부사장이 그룹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알려진 만큼 이를 수용할 경우 여론의 거센 반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한진칼 주가가 더 뛸 경우 투기자본인 KCGI가 차익을 실현하고 떠날 가능성도 있지만 조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한 포인트는 아니다. 

한편 한진칼은 작년 4월 24일 이사회를 열고 사내이사인 조원태 사장을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그는 지난 2003년 8월 한진그룹 IT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의 영업기획담당으로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이듬해인 2004년 10월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기획팀, 자재부, 여객사업본부, 경영전략본부, 화물사업본부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2017년 대한항공 사장에 취임한 이후 델타항공과의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 출범, 아시아태평양항공사협회(AAPA) 사장단회의 성공 개최 등을 진두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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