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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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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수요·공급 다 무너진다"...주요국 '경기 부양' 총력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3.11 14:37

美, 급여세율 0%·셰일업계 지원 등 경제적 대응방안 논의

EU, 27개국과 250억 유로 기금 조성...보건·기업 등 지급

日, 150억 달러 금융지원· 40억 달러 직접지출로 중기 지원

홍콩·호주도 각각 4조6000억·8조원 규모 긴급자금 투입

▲의료진이 교대 근무를 위해 방호복을 입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이 있는 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경기 부양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이탈리아, 이란 등의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생산, 소비 등 실물경제에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우려되자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책을 가동해 경기 침체를 막겠다는 의지다.


◇ 트럼프의 ‘급여세 면제’ 초강수…코로나·재선 "두 마리 토끼 잡자"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말까지 급여세 면제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10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들과 만나 올 한해 동안 근로자들과 고용주를 대상으로 급여세율을 0%로 낮출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는 또 급여세를 영구적으로 인하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회를 직접 찾아가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주례 오찬에 참석,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파 대응을 위해 경기부양책을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급여세는 일종의 근로소득세로, ‘메디케어’(고령자 의료지원)와 사회복지 보장 등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근로자들은 사회복지 항목으로 6.2%의 세금(최대 13만 7700달러, 약 1억 6400만원)을 내고 메디케어 항목으로 1.45%의 세금을 납부한다.

고용주들도 또한 같은 비율의 세금을 내면서 근로자들이 납부한 것과 매칭한다. 또한 연소득이 20만 달러(약 2억 3800억원) 이상이면 0.9%의 메디케어 세금이 가산되고 자영업일 경우 사회복지와 메디케어 항목으로 각각 12.4%, 2.9%의 세금을 낸다.

CNBC는 또 "백악관은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불거지고 있는 가격전쟁에 따른 유가폭락과 관련, 셰일 업계에 연방 차원의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를 구제금융(bailout)으로 받아들이지 안 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백악관은 수요일인 11일(현지시간) 월과의 임원들을 초청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대응방안을 함께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연합)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면담 후 취재진에게 "진정해라, (대응책 마련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낙관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날 의회 방문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등이 총출동했다.

이같은 행보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충격을 대응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경기부양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급여세 인하 등의 ‘극적 조치’를 의회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코로나19 TF 기자회견 브리핑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진행했지만 전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시간제 노동자와 항공·호텔·크루즈 산업에 대한 지원책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만큼 급여세 인하 등의 경기부양책을 코로나19 대응 겸 재선 전략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성장을 자신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데,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 등의 악재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이 저임금 근로자와 취약계층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자칫 동조했다간 미 대선의 판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자체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어 경기부양책을 놓고 합의에 진통이 예상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기업에 대한 추가 감세는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방안이 아니라면서 유급병가와 긴급 실업보험 등을 지원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소상공인 대출과 식품지원 확대 등도 거론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사망자와 감염자가 이어지면서 신속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경기부양책을 놓고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코로나19 지원책을 위한 초당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른 시일 내에 합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므누신 장관 역시 이날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난 뒤 취재진에 지원책을 긴급히 초당적으로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트럼프, 민주당·연준에 또다시 비난 퍼부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사진=AP/연합)


이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고 비난하는 한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거듭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낸시 펠로시가 방금 말하기를 ‘이번 주에 우리가 준비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면서 "즉 아무것도 안하는 민주당이 휴가를 간다는 거다. 1년 반 동안 그들이 해온 이야기!"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하원의장이 무엇에 대해 언급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전날 발표를 예고했던 급여세 인하 등의 경기부양책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트윗에서 "로널드 레이건의 위대한 경제참모이자 자유의 메달 수상자가 급여세 인하에 대해 방금 대단한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수석경제보좌관을 지내며 감세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보수경제학자 아서 래퍼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대해서도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우리의 한심하고 움직임이 더딘 연준은 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고 너무 낮춘 제롬 파월이 이끌고 있는데 우리의 경쟁국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면서 "그들(경쟁국)은 2(%)포인트나 유리한데 환율도 도와주고 부양책도 있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코로나19 확산 속에 지난 3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전격 인하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추가 인하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코로나바이러스팀은 대단히 잘해왔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마저 아주 칭찬할 정도!"라고도 했다. 실제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미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다감으로 큰 폭으로 올랐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167.14포인트(4.89%) 급등한 25,018.1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35.67포인트(4.94%) 뛴 2,882.2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393.58포인트(4.95%) 급등한 8,344.25에 장을 마감했다.


◇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마련한 경기부양책 눈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사진=AP/연합)


시장에서는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마련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50억 유로(약 33조 9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EU 27개 회원국 정상들과 긴급화상회의로 코로나19 대응책을 논의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런 방침을 밝혔다. 이날 화상 회의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참여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자금은 몇주 안에 제공돼야 하며, 보건 체계와 소규모 기업, 노동 시장에 지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모든 필요한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유럽 주요국 자체적으로도 긴급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는 75억유로(약 10조원)를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독일도 124억 유로(약 17조 원) 규모의 공공투자 계획을 발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일본 정부도 약 150억 달러의 금융지원과 40억 달러 규모의 직접 지출을 포함한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40억 달러를 마련해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CNBC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인용해 정부 산하 대부업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에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무이자와 무담보로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진 홍콩 당국도 총 300억 홍콩달러(약 4조 6000억원) 규모의 부양책을 시행하기로 했고 호주 정부도 경제 살리기에 100억 호주 달러(약 8조원)를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국제기구들도 잇따라 긴급 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세계은행(WB)은 12O억 달러를, 국제통화기금(IMF)은 500억 달러를 각각 코로나19 대응비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의 진앙격인 중국은 일찌감치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특히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 인터넷 데이터센터 건설 등을 필두로 한 ‘신(新)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으로 방향을 잡았다.

중국의 각 지방정부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윈난성은 올해만 4400억 위안 규모의 중점 프로젝트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밖에 허난성, 푸젠성, 쓰촨성, 충칭직할시, 산시(陝西)성, 허베이성 등 7개 성급 지방정부가 밝힌 올해 주요 프로젝트 투자 계획액만 3조5천억 위안(약 600조원)에 달한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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