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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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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에 中 원유수요 20% '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2.04 13:52

▲(사진=연합)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연초부터 무서운 확산세를 보이면서 이에 따른 누적 사망자와 확진자 수가 각각 400명·2만 명을 돌파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필두로 중국 정부가 ‘전염병과 전쟁’을 선포하고 국가 총동원령을 내려 우한 폐렴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을 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는 물론 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는 국제유가도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원유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서 우한 폐렴 사태 발생이후 원유수요가 20% 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가가 앞으로도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들이 나오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어떤 대응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 계속 떨어지는 국제유가…WTI 배럴당 50달러 붕괴 눈앞


4일 0시 기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에 따르면 중국 전국 31개 성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2만438명, 사망자는 425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 8일 발병지인 우한에서 첫 확진 판정이 나온 지 약 2개월만이다.

특히 중국 전역에서 확진자 수가 하루 전보다 3235명, 사망자는 64명 늘었는데 일일 사망자 수가 60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20일 위건위가 공식으로 통계를 발표한 이후 처음이다. 특히 발병지 우한(武漢)이 포함된 중국 후베이(湖北)성에서만 사망자와 확진자가 하루 동안 각각 64명과 2345명 늘었다.

이렇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와 사망자가 확산세를 보이면서 국제유가는 13개월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국제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3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2.8% 하락한 배럴당 50.11달러로 장을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 역시 전일보다 3.83% 내린 배럴당 54.45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각각 작년 1월 이후 최저치로, 올해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달 6일과 비교하면 20%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의 마이클 트란 애널리스트는 투자노트를 공개하면서 "원유시장은 지난 몇 년 동안 공급쇼크에 수차례 노출된 적이 있었지만 중국발 급성 수요쇼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의 처음이다"고 설명했다.

CIBC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의 레베카 바빈 수석 에너지 트레이더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올 상반기 글로벌 원유시장의 수요공급 펀더멘털은 취약할 것으로 전망됐다"며 "바이러스가 글로벌 경제와 원유수요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들에 투자자들도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국제유가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원유 수요가 평소 소비량의 20% 규모인 일평균 300만 배럴가량 줄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중국 에너지산업 관계자를 인용해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경제가 위축되면서 중국의 원유수요가 20% 줄었다"며 "이 같은 폭락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수요쇼크이며, 과거 9·11 테러 이후 가장 빠르게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이자 수입국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2016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으로 부상했으며 하루 평균 1400만 배럴의 원유를 소비하는데 이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일본과 한국을 합한 원유수요와 동일한 수준이다. 중국의 원유수요가 왕성한 만큼 자국내 소비량에 변동이 따를 경우 세계 에너지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중국 당국은 우한 폐렴이 전역으로 퍼지고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면서 주요 도시들을 봉쇄하고 춘절(설) 연휴를 연장하는 등 인구 이동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세계 각국도 우한 폐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항공노선을 중단하고 자국 내 중국인 입국금지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국내 항공사 8곳에서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로 지난 3일까지 총 41개 중국 노선의 운항이 잠정 중단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조치들이 결국 중국 내 원유수요를 위축시켜 결국 글로벌 원유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으로 향하는 중남미발 원유화물선이 지난 주에 운항이 중단됐고 중국 정유업체들이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 서아프리카산 원유 수입량도 평소보다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ING은행 워런 패터슨 애널리스트는 "중국 여행제한 조치와 춘제 연장 등에 따른 경제활동 중단이 결국 원유수요를 짓누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RS에너지그룹의 빌 패런 프라이스는 "수요 문제는 중국 시장에 집중돼있다"며 "유가의 심리적 저지선이 깨졌다"고 말했다.

중국 내 원유수요가 줄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유재고는 연일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유업체들은 휘발유·항공 연료 등의 석유화학 제품들이 팔리지 않자 꾸준히 재고를 쌓고 있다"며 "그러나 재고 수준이 높아지자 한계에 도달하는 업체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원유 정제량이 감축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글로벌 원유시장에 또다른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제유가가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씨티그룹은 신종 코로나의 국제유가에 대한 영향이 예상보다 크다면서 올해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씨티그룹은 1분기 브렌트유 평균가 전망치를 종전 배럴당 69달러에서 54달러로 내리고 2분기(배럴당 68달러→50달러)와 3분기(배럴당 63달러→53달러) 전망치도 각각 하향 조정했다. 다만 올해 4분기 전망치는 배럴당 57달러에서 58달러로 올렸다.


◇ 신종 코로나에 대응하는 OPEC 주목

이렇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지속적인 확산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원유시장의 큰 손인 중국에서 수요가 급감하자 OPEC에서는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OPEC은 감산을 통해 국제유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입장인데 중국발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유가가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이 "유가하락은 심리적"이라며 "우한 폐렴이 글로벌 원유수요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하는 등 원유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WTI 가격은 배럴당 50달러 선이 붕괴될 위험에 놓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OPEC이 우한 폐렴에 따른 유가 하락을 대응하기 위해 논의할 것이란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OPEC 산유국들의 대변인들은 5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동기술위원회(JTC)를 열어 바이러스의 영향을 진단할 예정이다. 산유국들에게 추가 감산을 권고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또한 OPEC회의는 다음주에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소식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서도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OPEC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 하루 50만∼100만 배럴의 감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PEC은 이번 주 신종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일차적으로 논의한 뒤 오는 14~1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을 열어 감산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OPEC 회원 14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는 기존에 이어가던 하루 120만 배럴의 감산을 올해 1월부터 170만 배럴로 3월까지 확대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발 우한 폐렴 악재로 인해 국제유가가 모처럼 오를 기조가 보이지 않자 3월에 예정됐던 회동을 한달가량 앞당기면서 추가적인 감산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두가지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우선 신종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산유국들이 하루평균 산유량을 총 50만 배럴 줄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OPEC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일시적으로 하루평균 100만 배럴을 대폭 감산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현재 하루평균 97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사우디는 조속한 감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산유국들의 입장은 엇갈리는 분위기여서 최종 결과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시장에서는 OPEC이 감산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바빈 수석 에너지 트레이더는 "시장은 OPEC+이 감산규모를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브로커리지 기업 FXTM의 후세인 사예드 애널리스트는 "원유시장은 유가가 바닥을 치기 위해 수요공급 균형이 잡힐 것이란 확신이 필요하다"며 "이는 OPEC이 감산기간을 연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3월 이후로 감산규모를 늘리겠다는 의지가 시사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상무이사는 "OPEC에게 모 아니면 도와 같은 상황이다"며 "예정되지 않은 산유국 회동이 잡힌다는 것은 국제유가가 추가하락을 막기 위해 상당한 원유감축이 거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OPEC은 최대 100만 배럴 범위의 감산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더 적은 규모의 감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 소재 하슘 자산운용의 요기 드완 최고경영자(CEO)는 "OPEC은 이 상황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추가 감산규모가 50만 배럴 범위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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