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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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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구매' 입장차에 미중 무역협상 '암운'...美증시 혼조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1.14 14:4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협상이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최근 ‘관세 철폐’ 합의 여부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1단계 무역협상의 핵심 쟁점인 ‘대규모 농산물 구매’에 대해서도 양국간의 이견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간 ‘무역협상 낙관론’을 기대해왔던 투자자들은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낙관적인 경기 전망 등으로 혼조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 무역합의 핵심 쟁점인 ‘농산물 구매’에서 난관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협상이 농산물 부문에서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 대해 확실한 약속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에 약 500억 달러 상당의 농산물을 판매할 것"이라며 조만간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계속해서 유지했다.

그러나 WSJ은 협상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은 무역합의문에 구체적인 수치를 명시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에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모양새를 보일까봐 부담스러워한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1단계 합의 발표 이후 미국산 농산물 구매 규모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당국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다시 나빠지면 우리는 언제든 구매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무역갈등이 다시 고조될 경우를 대비해 돌파구를 미리 마련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농산물 이슈가 무역협상을 지연시키는 주요 쟁점이라고 WSJ은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무역협상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농산물 구매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합의사항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를 금지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서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현행 관세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철폐할지를 놓고서도 입장차가 있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 측은 미국이 기존 관세를 철회할 때까지 합의를 미루고 있지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협상단 대표는 중국이 미국의 요구사항에 대해 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이상 기존 관세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익명의 미 행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기존의 추가관세를 전면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12월 부과 예정인 1560억달러(약 180조원) 물량에 대한 관세 15%만 보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그간 중국과 관세 철폐 합의 여부와 관련해서도 꾸준히 마찰을 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단계적 관세 철회 합의 여부와 관련해 "아무것도 합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미국과의 단계적 관세 철회를 합의했다고 밝힌 중국 측의 발표를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에도 "미국과 중국 간 1단계 무역 합의가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며 "그들은 죽도록 합의를 하고 싶어 한다. (다만) 합의를 할지 말지는 우리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러나 협상 타결이 무산되면 대규모의 관세를 중국에 퍼부을 준비가 돼 있다"며 대중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미중 고위급 협상단은 지난달 11일 워싱턴에서 1단계 무역합의, 이른바 ‘스몰딜’에 도달하면서 양국간의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1단계 합의에 따라 중국은 연간 400∼500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고 미국은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관세율을 25%에서 30%로 인상하는 계획을 연기했다.

이어 트럼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16∼17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 1단계 무역협정에 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칠레 자국내 시위가 격화됨에 따라 APEC 회의가 취소되면서 공식적인 합의문 서명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3∼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 주석과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양국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미국은 다음달 15일부터 156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 뉴욕증시, 무역합의 갈등에도 美 경기낙관론으로 혼조세


이렇듯 미국산 농산물 구매, 강제적인 기술이전 제한과 무역합의 이행조치 등을 둘러싸면서 미중 무역협상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소식에 뉴욕증시는 일시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이 후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베어링스의 크리스토퍼 마혼 자산 배분 연구 담당 이사는 "단기적으로 시장이 너무 낙관적이었다"면서 "무역 상황에 대한 가장 적절한 이해는 관세가 부과될 수 있는 모든 제품이 이미 관세가 부과됐다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이 ‘경기 낙관론’을 피력하면서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자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장을 마감했다.

13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2.10포인트(0.33%) 상승한 27,783.5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2.20포인트(0.07%) 오른 3,094.04에 마감했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99포인트(0.05%) 하락한 8,482.10에 장을 마쳤다.

파월 의장은 이날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 출석해 "통화정책에서 미리 설정된 경로는 없다"고 전제한 뒤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는 적절하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이어 "미·중 무역전쟁과 맞물려 기업투자가 위축했지만, 개인소비가 탄탄하다"며 "미국 경제가 11년째 확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속적인 경기확장, 강한 노동시장, 우리의 목표치인 2% 부근의 인플레이션을 보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는 강한 위치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발언은 최근 3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만큼 당분간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금리인하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의 충분한 효과가 현실화하려면 시간이 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 ‘경기 확장을 지속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하면서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도 "경제 상황에 대한 들어오는 정보가 대체로 우리의 전망과 일관되게 유지되는 한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가 적절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관망 모드’를 예고했다.

아울러 파월 의장은 이날 저금리·저물가·저성장을 전세계적인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표현하면서 경제확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재정정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이민자들이 미국 성장의 주요 투입요소(input)가 될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선 "매우 낮거나 심지어 마이너스인 금리는 우리 경제 여건에는 확실히 적절하지 않다"면서 "우리는 정책 결정에서 정치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마이너스 금리를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에도 "나는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라며 "우리는 마이너스까지 금리를 내려서 돈을 빌리면서도 이자를 받는 국가들과 경쟁하고 있다. 나도 그런 돈을 받고 싶다. 나에게도 그런 돈을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월트디즈니 주가는 7.4%가량 폭등하면서 다우지수의 상승을 견인했다. 전일 출시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의 가입자가 1000만 명을 넘기는 등 호응을 얻은 점이 주가를 끌어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사인 넷플릭스 주가는 3% 하락했다.

디즈니는 월정액 6.99달러(8174원), 연 69.9달러(81748원)의 파격적인 가격에 디즈니+를 출시했다. 넷플릭스의 HD 기본상품이 월 12.99달러(15206원)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디즈니는 2024년까지 최소 6000만, 최대 9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CNBC는 "미 지상파 방송 중 하나인 CBS가 온라인에서 유료 회원 800만 명을 모집하는 데 5년이 걸린 것을 디즈니는 단 하루에 해냈다"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는 미국 내 6000만 명, 미국 이외 지역 9000만 명 등 전 세계적으로 1억5000만 명의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다.

다만 CNBC는 "디즈니+가 7일간 무료 시험기간을 운영하고 있어 1000만 가입자가 전부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지는 보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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