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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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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늪’ 한전, 한전공대 제때 개교 가능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8.08 16:32

-한전, 8일 오후 2시 한전아트센터에서 ‘제8차 이사회’ 개최...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안 논의

-문 대통령, 지난달 12일 전남을 찾아 "2022년 한전공대 개교 약속" 대선 공략 실천 재확인

-일단은 한전이 건립 재원 5000억~7000억원 대부분 부담, 추후 정부·지자체가 지원하기로

-"한전과 해당 지자체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대선공약이란 이유로 무리하게 추진"


한전공대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오후 전남 나주 빛가람전망대에서 한전공대 부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적자 속에서도 본격적으로 ‘한전공과대학교(이하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에너지업계 안팎에서는 한전의 악화된 재정상황에도 불구하고 대선공약 이행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의 적자부터 해결하지 않을 경우 결국 전기요금과 세금 등 국민들에게 비용부담이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전은 8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한전공대 설립 및 법인 출연안’의결을 위한 임시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사회 결과 원안가결됨에 따라 학교법인 설립을 위한 절차를 본격 진행하게 됐다. 한편 이날 이사회는 비공개로 열렸으며 한전 측은 원안가결 여부만 공개했다.

한전공대는 2020년 6월 착공해 2022년 2월 준공,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설립비용은 대략 5000억~7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한전공대 설립은 대통령 공약과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반영된 정부 정책이다. 정원 1000명(대학원 600명·학부 400명) 규모로 연구소와 클러스터를 대학 주변에 갖춘다. 글로벌 에너지 신산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산·학·연 클러스터로 조성된다.


◇2022년 개교 맞추기 위해 한전이 재정투입하고, 정부는 후속 지원...‘무리한 추진’


한전공대는 한전이 재정을 투입해 먼저 짓고 정부는 개교 이후 후속 시설 재원을 부담한다. 한전은 최근 전남도 및 나주시와 2000억원의 재정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다만 전라남도와 나주시는 앞으로 10년 동안 학교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약속한 것이어서 건축과 설립을 위한 비용은 한전이 조달해야 한다. 2022년 3월 개교가 늦어지지 않도록 한전이 먼저 사업비를 투자해 한전공대를 지으면 이후 시설 사업 예산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부지원금은 전력산업진흥기금 등을 활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필요해 관련 시행령 개정과 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현행법상 대학설립에 따른 모든 절차를 거치려면 2022년 3월 개교가 어려울 수 있어 교육부 협조를 얻어 절차와 소요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전남을 찾아 "2022년까지 한전공대 개교를 약속한다"며 대선 공략 실천을 재확인했다.

이를 두고 한전과 지자체의 재정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계획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2월 한전이 밝힌 계획에 따르면 한전공대의 총장 연봉은 10억원 이상이며, 학생 1000여명의 학비·기숙사비를 무료로 제공해 연간 운영비가 600억~7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전은 2017년 4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섰고 2018년에는 6년 만에 한 해 통틀어 2080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올해 1분기에도 분기기준 역대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2분기에도 적자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부채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공공기관은 한전이었다. 부채총액은 108조8243억원에서 114조1563억원으로 1년 사이에 5조3320억원 급증했다. 또한 한전의 ‘2019년 재무위기 비상경영 추진계획(안)’을 보면 한전은 올해 2조4000억원의 영업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공대설립의 재원 마련을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덕환 에너지정책합리화를 촉구하는 교수 협의회 대표는 "무리한 탈원전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적자의 늪에 빠져 들고 있는 한전에게는 7000억의 설립 비용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며 "대학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는 한전이 미래의 적폐로 전락할 대학에 쏟아 부을 엄청난 운영비용도 국가 발전과 통일 준비에 필요한 전력 산업 개편에 써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전의 대학 설립은 현실적으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전국의 대학이 학령 인구의 급속한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교육부에 따르면 3년 이내에 38개 이상의 사립대가 문을 닫아야 하는 형편이다. 광주·전남의 발전 방안으로 대학 설립을 떠올리고, 그 짐을 한전에 떠넘겨버린 대선 캠프의 비현실적인 공약은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한전 관계자는 "전라남도와 나주시의 지원내용 외에는 아직 한전공대 건축비용 등 다른 재정계획은 구체적으로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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