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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컴플렉스부터 에스모머티리얼즈까지...코스닥 툭하면 '간판세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7.18 07:25

실적부진 숨기고 기업가치 제고 시도...올해 상호변경 업체 벌써 47곳

▲(사진=연합)


코스닥 상장사들이 기업 이미지 제고 등을 이유로 상호를 변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부진한 실적을 감추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최대주주에 오른 것을 계기로 상호를 변경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이날까지 상호를 변경했다고 공시한 상장사는 총 47곳이다. 이는 전년 동기(47건)와 유사한 수치다.

문제는 상호를 변경한 기업들의 상당수가 1주당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이거나 장기간 손실로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일례로 반도체 및 LED(발광다이오드) 소재 개발업체인 네패스신소재의 경우 이달 12일 기업 이미지 제고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상호를 ‘에스모머티리얼즈’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업다각화를 위해 수소연료전지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 관련 기술개발, 원료, 부품, 기의 제조업, 기업 인수합병 알선 및 중개업 등 9개의 사업목적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최근 1년간 네패스신소재 주가 추이.(사진=구글)


이 기업은 올해 흑자전환이 시급한 상태다. 별도 기준 2016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만일 연간 기준 올해도 흑자를 내지 못하면 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네패스신소재 주가는 올해 들어 40% 넘게 급락했다.

틈만 나면 상호를 변경하는 상장사도 있다. 스마트폰 케이스 제조업체인 삼우엠스는 지난달 말 기업 이미지 제고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상호를 나인컴플렉스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07년 참테크글로벌부터 시작해 2012년 크루셜엠스, 2014년 삼우엠스, 그리고 현재 나인컴플렉스까지 상호를 총 4번 바꿨다. 최근에는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화장품 제조업체인 코스나인 주식 40만1850주(100%)를 약 42억원에 현금 취득한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주가는 535원으로 만년 동전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당기순손실은 2016년 65억원, 2017년 296억원, 지난해 495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전문 투자금융회사인 리더스기술투자는 지난달 제미니투자에서 현재 이름으로 상호를 변경했지만 현재 주가는 700원대로 여전히 동전주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상호를 변경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사명을 바꾼 사실을 모르는 주주들도 많다. 포털사이트 종목게시판에는 "언제 이름을 바꿨냐, 대체 지금 이름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반면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순수한 의도에서 사명을 바꾼 기업도 있다. 언더웨어 전문기업 엠코르셋은 기업 이미지 제고 및 사업 다각화를 위해 상호를 그리티로 변경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언더웨어를 넘어 아웃도어, 뷰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사명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엠코르셋은 지난 4월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코라오가닉스’를 한국에 론칭한데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홈쇼핑 채널에도 해당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엠코르셋 관계자는 "이미 언더웨어 쪽 시장은 포화상태인 만큼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언더웨어 느낌이 강한 ‘코르셋’을 벗고 다른 사명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요가복이나 트레이닝복 같은 애슬레저 룩(가벼운 스포츠웨어)도 선보일 예정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상호를 변경한 기업에 투자할 때 실적이나 최대주주 등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상호도 함께 변경하는 경우 최대주주가 진정성이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기업사냥꾼 이력이 있는 인물인지 등을 확인한 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호변경의 원래 목적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려면 최대주주나 대표이사를 자주 변경한 기업인지를 봐야 한다"며 "000조합 등 정체불명의 기업이 최대주주로 올랐다면, 그 대표이사 역시 바지사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상장사가 주력 업종을 변경한다면 상호 역시 그에 맞춰서 바꾸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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