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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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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둔화에 힘 빠진 산유국 감산조치...하반기 유가 어디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7.06 09:23

글로벌 경기 둔화-미국 셰일가스 증산 등 유가 '하락' 요인 산적

산유국 120만 배럴 규모 감산안 내년 3월까지로 연장...'안정화' 무게

"저유가 지속시 산유국 점유율 회복 기회...미국 셰일오일 주춤할지도"

▲(사진=연합)


최근 산유국들이 내년 3월까지 감산 조치를 연장하면서 하반기 국제유가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로 갈수록 산유국들의 감산이행 의지가 약해지고 글로벌 경기 둔화,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 등이 맞물리며 55~65달러 수준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3%(0.17달러) 오른 57.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9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1.47%(0.93달러) 상승한 64.23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유가는 산유국들의 감산 조치와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미중 무역분쟁, 일부 경기지표 악화에 따른 원유 수요 둔화 우려, 미국 원유 재고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리며 연초(46.54달러) 대비 23.57% 올랐다. 지난 4월 66.3달러로 연중 고점을 찍은 이후 이달 들어서는 57달러 선을 맴돌며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졌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4일 42.53달러까지 급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1년간 WTI 추이.(사진=네이버 금융)


문제는 하반기 유가 '상승' 요인보다 '하락' 요인이 더욱 많다는 점이다. 미국은 퍼미안 지역에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면서 원유생산량이 최대 227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러시아,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이름을 올린 미국은 하루 121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작년보다 130만 배럴 많은 양이다. 

여기에 미국의 유럽 관세부과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장기전으로 접어들었고 주요국 경기지표 부진 등으로 원유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유가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 미 에너지정보청(EIA), OPEC은 월간 에너지전망보고서에서 작년 7월 이후 올해 전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평균 30만 배럴 이상 하향 조정했다. 

OPEC 회원국들이 지난달 30일로 종료되 감산 조치를 향후 9개월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도 2일(현지시간) WTI가 전일 대비 4.8% 급락한 점도 이같은 요인들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OPEC은 1일(현지시간) 하루 80만 배럴 감산을 지속하기로 했고 이어 2일 열리는 회의에서 러시아 등 비회원 10개 산유국(OPEC+)이 하루 40만 배럴 추가 감산을 결정하게 된다.
  
통상 OPEC의 생산 정책 결정은 6개월 단위로 이뤄지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의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감산 기간을 큰 폭으로 확대했다. 그간 감산합의에 반대해온 이란에게서도 합의를 이끌어냈다.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는 하루 1억 배럴 정도로 추산되며 여기에서 OPEC의 감산 목표치는 1.2%를 차지한다. 

즉 산유국들의 이번 감산 조치는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 아닌 추가로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 더욱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전 세계 무역갈등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 역시 수요 부진에 따른 유가 하락을 마냥 반길 수 없는 만큼 이번 산유국들의 결정은 어느 때보다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최대 석유 수요자이자 공급자인 미국 입장에서 국제유가가 현재 셰일오일 손익분기점(배럴당 40~55달러) 아래로 하락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세력인 블루칼라 백인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결국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있어서 유가의 적정 레벨(WTI 55~65달러)은 계속 요구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렇듯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 심화, 베네수엘라 경제불안, 리비아 내전 등 원유생사차질 이슈와 위험자산 선호 환경 등은 국제유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하반기 원유 공급이 초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유가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하반기로 갈수록 산유국들의 감산이행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6월 말로 예정됐던 OPEC 정례회의는 회원국 간의 의견이 분분해 7월로 미뤄지는 등 장기간의 감산으로 인해 산유국들의 결속력은 이미 약화됐다. 

그럼에도 OPEC이 감산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힘이 컸다. 결국 이 모든 점을 종합하면 국제유가는 하반기 55~65달러 수준에서 횡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OPEC의 5월 감산이행률은 133%인 반면 사우디는 290%를 기록했다"며 "원유수요 둔화로 국제유가 하방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 셰일증산이 본격화된다면 사우디 외 OPEC+ 국가들의 결속력은 더욱 약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재 글로벌 원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셰일산업 호황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7년부터 이어진 감산조치로 인해 중동지역 내 산유국들의 세계 원유 시장 점유율은 거의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몇 년 후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OPEC의 시장 점유율이 회복되고 경쟁률도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국제유가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유가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미국 셰일오일과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JP모건의 크리스티안 말렉 원유 및 가스 리서치 연구원은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년 동안 국제유가가 점진적으로 하락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의 점유율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OPEC은 재정과 경제정책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미국 셰일가스에 점유율을 뺏기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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