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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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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시민단체 "누진제 완화는 표퓰리즘, 전면적 요금체계 개편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6.19 14:39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수요관리 포기·에너지 전환 멀어지게 될 것

-요금 정책 포기하고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려는 것은 기만. 전면적인 요금체계 개편과 요금 현실화 필요

-‘에너지전환, 전기요금 인상 없다’ 선언 때문에 다 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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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열린 ‘전기요금, 무엇을 위해 어떻게 책정되어야 하나?’토론회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누진제 개편을 비판했다. [사진=에너지경제]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지난 18일 정부가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기로 확정한 가운데 정부정책을 지지하던 환경시민단체가 이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선언한 현 정부의 기조는 자기모순이며 기만이며 에너지전환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19일 열린 ‘전기요금, 무엇을 위해 어떻게 책정되어야 하나?’토론회에서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에너지전환의 첫 단계는 효율을 통한 수요관리, 소비절감이며 가격정책은 가장 효율적이며 효용성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택용 누진제 전기요금 개편안은 최대전력소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꼴"이라며 "이미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으로 소비 증가가 지속되고 있고,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정책 개발과 이행이 답보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비용과 에너지전환 비용이 반영된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해 에너지 소비 감축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들이 꾸준히 전기소비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매년 2.7%정도 늘고 있는 가운데 누진제 완화로 수요관리를 뒷전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에서는 꾸준히 전기요금이 올랐지만 현 정부 들어 정체 또는 하락하고 있다. 전기소비 증가율도 이번 정부 들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또한 누진제 완화보다 맞춤형 복지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도 나왔다. 양이처장은 "이번 누진제 개편으로 가구당 한 달에 6000원에서 1만 6000원 정도이지만 전체비용은 약 3600억원"이라며 "정부가 ‘국민의 냉방권 보장’이라는 취지로 누진제 완화를 추진했지만 이 비용이면 에어컨도 없는 에너지빈곤층 36만가구에 100만원짜리 에어컨을 보급할 수 있으며, 3만 6000가구에 1000만원 상당의 단열 개선을 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누진제 폐지=전기요금 인하 아니다" 한전부담은 결국 국민부담, 전기요금 원가 공개해야


또한 이번 개편으로 가구당 받는 혜택은 별로 크지 않은 반면, 한국전력공사는 큰 비용을 쓰게 돼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전이 부담하는 정부가 부담하는 결국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라는 것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도 "민간기업은 절대 손해를 보며 판매하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전기요금을 올리는 대신 세금으로 메운 적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력소매가격은 한전이 관여하고 있으니 결정권은 정부가 쥐고 있다. 한전이 신청한 요금제도를 산업부 전기위원회가 심의하고, 이 과정에서 기재부와 협의해 ‘인가’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 책정 과정에서 정치권의 개입이 계속됐다. 물가인상률에 비해 현저히 낮은 전기요금 인상률, 국제 연료비 인상에도 변하지 않는 전기요금의 배경이다. 이 대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정보공개와 책정 방식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전기요금 원가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판단에 따라 전기요금을 인하하고 있다"며 "원가가 공개돼야 요금을 인하, 인상해야 할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고 부정하게 특혜를 보는 사람이 있는지 여부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연평균 매달 600킬로와트시(kWh) 이상(매달 136040원 이상)을 쓰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1%에 불과하다. 소위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 세대는 전체 가구의 1%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국민이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 것처럼 여론이 형성돼 누진제 완화에 이른 것이다. 민정희 ICE네트워크 사무국장은 "OECD국가와 비교해도 한국의 전기요금은 주택용, 산업용 모두 저렴하다"며 "일본과 독일도 19%∼29%까지 인상을 했다. 우리도 에너지전환, 사회적 비용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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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낙송 한전 영업계획처장은 "에너지전환 성공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현실화, 에너지효율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에너지경제]


한전 측도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임낙송 한전 영업계획처장은 "에너지전환 성공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현실화, 에너지효율화로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전 입장에서는 요금 현실화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인하를 해준 것이다. 적자가 커지다보면 세금으로 지원받는 입장이 된다"고 말했다. 임 처장은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1인당 전기사용량이 미국 다음으로 많다"며 "그런데 주택용은 전체의 14%정도로 여기서 많이 쓴다고 비효율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에너지의 비효율적 사용은 주로 전체 사용량의 절반이 넘는 산업용과 농사용 등 다른 부분인데 이런 것들은 두고 주택용만 손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헌석 대표는 "‘왜 주택용만 누진제를 적용하냐’는 질문들은 선동용 밖에 안된다. 산업용 요금 조정도 마찬가지"라며 "‘왜 대기업만 경부하 요금제를 통해 전기요금을 깍아주는가?’ 라던가 ‘중소기업에 없는 전기요금 특혜는 왜 대기업에만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저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 에너지 소비량의 62%를 차지하는 산업부문에서의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투자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에너지효율 의무화 규제와 실질적 세제혜택 등 재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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