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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장들 "이젠 '큰물'서 놀겠다"...해외시장 공략 '투트랙' 전략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3.31 09:49
-동남아 넘어 런던·뉴욕 등 금융허브 지역으로 영토 확대 '새 수익원 발굴'

▲진옥동 신한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사진=각사)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시중은행장들이 글로벌 ‘투트랙 전략’을 내세우며 새로운 해외시장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고했다. 단순히 동남아에 진출해 점포 수를 확대하는 것을 넘어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기업투자금융(CIB)을 확대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동남아에서 벌어졌던 영토 확장 전쟁이 세계 곳곳으로 점차 더 확대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투트랙 전략을 해외 진출 주요 방향으로 잡고 지역에 맞는 전략에 따라 해외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동남아를 집중 공략하던 방식에서 더 나아가 유럽 등에서 CIB 등에 적극 나서며 새로운 수익원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지난 26일 새로 취임한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앞으로 글로벌 전략은 기존과 달리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는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지역, 또 하나는 금융니즈가 늘어나고 있는 베트남 등 신흥국가의 진출 확대다. 신한은행은 현재 20개국에 163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국외점포 순이익은 2014년 1255억원에서 지난해 3215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진 행장이 특히 강조한 것은 기축통화지역에서 ‘똘똘한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경제상황이 좋지 않으면 신흥국 또한 마찬가지로 상황이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선진 국가에서 국내 경제상황을 보완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기축통화 지역에서의 채널은 국내 본점의 약 5분의 1 규모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더했다. 그는 "몇 개국에서 몇 개 점포를 가지고 있는 지가 중요한 시대는 끝났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초격차를 벌이는 전략으로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또한 동남아 지역 확대와 더불어 뉴욕, 런던 등 금융거점지역에서 기업금융 점포를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 현재 우리은행은 26개국에 443개의 가장 많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기존 진출 지역인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는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리테일을 중심으로 한 점포 확대에 나선다. 베트남 하노이·호치민·다낭 지역에 전략점포를 새로 만들고, 거점점포는 방글라데시 수출공단을 중심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 지역에도 리테일 영업을 확대하는 한편, 멕시코에서는 현지법인을 설립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

뉴욕, 런던, 홍콩 등 금융허브 지역에서는 해외에 진출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금융 점포를 마련한다. 글로벌 IB 데스크를 활용해 다수 은행이 함께 돈을 빌려주는 신디케이트론을 적극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외에서 대면영업과 함께 비대면 채널 확대를 통해 고객기반을 확대하고 있다"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속 확대해 글로벌 영업기반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는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이대훈 NH농협은행장도 지역에 따른 진출 전략을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국민은행은 현재 해외 10개국에 28개 네트워크를 가진 데 불과해 다른 경쟁 은행들에 비해 진출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동남아와 선진국 시장에 대한 투트랙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대하겠다"는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허인 행장의 각오 아래 지역에 따른 차별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은행의 투트랙 전략은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는 소액·중소기업대출(MSME) 중심과 디지털뱅크 중심으로 영업망을 확대하고, 선진국에서는 CIB 위주의 성장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리테일 영업과 함께 현지에 진출한 기업과 손을 잡고 부동산 개발, 인프라 금융 등에 선별적으로 참여한다. 올해는 새 시장으로 인도 지역 진출도 도모하고 있다. 아울러 홍콩과 런던, 뉴욕은 아시아, 유럽, 미국 시장의 IB허브로 활용한다. 이미 오픈한 홍콩 IB 유닛에 이어 지난 26일에는 런던에 IB 유닛을 열고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농협은행은 해외 점포 대부분이 문을 연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은 해외진출의 후발주자다. 미국을 비롯해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중국, 인도 등 총 6개국에 7개소의 네트워크를 두고 있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이대훈 농협은행장 주도 아래 해외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는 고성장국 핵심거점, 미얀마·캄보디아 등은 미래성장 잠재국으로 설정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글로벌 사업에 집중해 왔다.

이대훈 행장은 올해 기존 진출국과 함께 글로벌 CIB를 육성하기 위해 지역을 ‘핵심, 잠재, 기반’지역으로 좀 더 세분화해 전략적인 해외진출을 시도한다. 동남아와 인도 등 핵심지역은 수익을 얻는 주요 국가로 설정하고 중남미 등 잠재지역에서는 영업거점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국제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홍콩, 유럽, 중국에서는 외환과 투자·융자 기반을 구축하고 CIB금융 지역으로 활용한다.

한편 지난 21일 취임한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신남방지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하나은행은 24개국에 169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아세안 지역과 함께 중동과 유럽, 미주 등 진출 지역이 넓다. 지 행장은 취임 후 가진 간담회에서 "하나은행 글로벌 시장 타깃은 중국과 인도네시아였는데 이미 시장이 성숙했다"며 "앞으로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 아세안과 인도 시장을 미래 글로벌 시장 타깃으로 삼고 임기 2년 동안 본격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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