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2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박성준 기자기자 기사모음




[에너지 View] "우리만 깨끗하면 돼"...글로벌 '석탄발전' 투자 늘리는 중국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1.23 14:08

中, 27개국 석탄발전소 건설에 40.6조원 투자 계획
자국선 '신재생' 확대, 해외선 '석탄발전' 확대
전세계 온실가스 저감정책 '역주행'
친환경 최대시장 이미지 타격 받을수도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해외 에너지 투자방향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석탄발전소 건설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자국내 대기오염을 완화하고 석탄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해외에서는 세계적인 탈(脫)석탄 흐름에 어긋나는 투자를 진행, 중국 정부의 이중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 中, 해외 석탄발전에 40조원 투자…글로벌 탈석탄 흐름 '역행'

▲중국의 해외 석탄발전 투자규모. (범례: 작은 원-500MW급, 중간 원-5000MW급, 큰 원-15000MW급)(자료:IEEFA)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에너지경제ㆍ재무분석연구소(IEEFA)따르면 중국은 27개국 이상에 102GW 규모의 석탄발전소를 짓는 데 359억 달러(약 40조 585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을 제외한 세계 석탄발전소의 규모가 약 399GW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의 약 26%가 중국에서 주도된 점을 지적했다.

또한 중국은 12개국에 30GW 이상 석탄발전소를 짓는데 이미 213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추가로 24개국에 71GW 이상 규모의 석탄발전소를 짓는데 146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석탄발전소 프로젝트 투자대상은 방글라데시,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주로 개발도상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방글라데시가 중국의 투자를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에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가 순위를 이었다.

▲국가별 중국의 석탄발전소 투자규모(단위:MW, 자료:IEEFA) (범례: 연푸른색 - 시공이전 단계, 진푸른색 - 시공 진행)


대부분의 투자는 중국 국유은행인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개발은행, 중국수출입은행 등에서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적으로 탈(脫)석탄 움직임이 일면서 최근 개발은행들이 석탄 발전에 대한 투자를 축소함에 따라, 중국이 글로벌 석탄 발전소들의 최후에 의지할 수 있는 주요 자금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지구온난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 영국계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알리안츠 등 유수의 금융기관들은 잇따라 석탄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고 있다. 또한 오는 2030년까지 석탄 사용을 끝내기 위해 유럽 전력 회사들에 대한 압력을 가중 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멜리사 브라운 연구원은 "석탄발전소에 대한 투자는 글로벌 금융권 내에선 리스크가 높은 편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세계은행, 스탠다드차터드 은행, 제네랄리보험사, 닛폰생명보험사 등이 석탄발전 투자를 철회한 배경에는 그만큼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IEEFA는 중국의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는 자국의 사익을 채우기 위한 사업으로, 탈석탄을 위한 세계 각국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됨에 따라 장기적으로 투자대상국들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투자대상국들이 높은 비용에 환경을 오염시키는 구식 에너지에 의존하게 만들어 향후 신재생에너지가 석탄발전보다 발전비용이 저렴해지는 시대가 도래했을 때 해당 국가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다는 배경이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크리스틴 시어러 연구원은 "중국이 자국 밖에서 석탄발전소 건설에 투자하는 대신 더 저렴한 재생 가능 에너지와 그리드 기술 활용을 촉진해야 할 때"라며 투자 방향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신재생에너지 추구는) 중국이 자국 내에서 하는 일이다. 다른 나라도 이런 기회를 누려야 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 中 ‘신재생에너지 강국’ 위상 타격...중국 투자 받은 국가 "난처한 상황 맞이할 것"

▲주요 국가별 중국의 석탄발전소 투자금액. (단위 : 10억달러, 자료:IEEFA) 범례 연푸른색 - 이미 투자된 금액 진푸른색 - 중국이 추가로 제안한 투자금액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은 석탄 사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동시에 태양광·풍력·전기차 등 친환경 에너지를 확대하는 중국의 ‘국내 정책’과 상충되는 부분이다. 중국이 자국 내에서는 친환경 에너지를 추구하면서 해외 에너지 투자 대부분은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석탄발전소 건설 투자에 집중하고 있어 투자 방향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는 행위가 드러나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정부가 공을 들여 쌓은 ‘친환경’ 이미지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IEEFA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석탄발전소 해외투자는 신재생에너지 강국이란 중국의 위상에 금이 가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시장 육성에 ‘큰 손’ 역할을 맡고 있다. 에너지 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 내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투자규모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중국의 투자 규모는 1001억 달러(약 112조원)로 집계된 가운데 미국이 642억 달러(약 72조 3000억원), 유럽연합(EU)이 745억 달러(약 83조 551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결국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국가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존 무어 BNEF CEO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막대하다"며 "중국 덕분에 태양광 설치비용이 하락하고 해상풍력과 전기차 시장이 육성되면서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 투자가 확장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은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세계 최대의 태양광·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생산량 기준으로 태양광 모듈 상위 10개 회사 중 9개는 중국업체가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소도 중국에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새로운 태양광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태양광 모듈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 폭락하고 태양광 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규모 감축되는 등 세계 태양광 시장에 끼치는 중국의 영향력은 어마한 수준이다. BNEF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세계 태양광 시장이 위축되면서 이에 대한 투자규모는 전년대비 24% 감소했다.

중국은 태양광에 이어 최대 규모의 전기차 시장도 보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판매되는 전기자동차 중 절반은 중국에서 팔리는 수준이며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세계 배터리 출하량 순위에서 절반이 중국 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자 테슬라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 연산 50만 대 규모의 기가팩토리 기공식을 가졌다.

해상풍력발전도 앞으로 중국 정부 주도 하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BNEF에 따르면 지난해 해상풍력에 대한 세계 투자규모는 약 257억 달러(약 28조원)로 집계된 가운데 이 중 약 절반 수준인 114억 달러(약 12조원)가 중국에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풍력·태양광 발전의 그리드패리티(풍력·태양광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 발전 단가와 같아지는 현상)를 달성을 주요 목표를 삼으면서 현재 13개의 해상풍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의 석탄 소비량은 2013년부터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지구 온난화는 거짓말"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백을 메우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후 회담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탄소 배출 감축 활동마저도 배출원을 개발도상국 등 해외로 이전했을 뿐, 실제 탄소 배출을 줄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4년 동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연산 3200만 톤 규모의 새로운 철강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FT는 "중국의 은행들과 프로젝트 기획자들은 석탄이 지원되는 프로젝트가 저렴하기 때문에 좋아한다"면서 "중국 내에서는 공해와 배출 규제 때문에 제한이 있지만, 해외에서 석탄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은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브라운 연구원은 "중국은 세계 신재생에너지 업계의 선두자로서 자국 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러나 해외 발전(發電)투자에서 대해서는 중국의 구시대적인 투자논리가 반영되고 있다. 이 또한 탈석탄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가시화되면서 중국으로부터 투자받은 국가들은 결국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