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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교통· 에너지· 환경세는 유지해야 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8.03 10:12

▲정홍상 전 APEC기후센터원장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우리가 주유소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넣을 때 내는 세금이다. 이 세금이 법에서 정한 기간(일몰시한)이 다 되었는데 정부에서 다시 연장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세금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치안,행정 등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 여기에 더하여 정부는 세금을 정책수단의 하나로 활용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장려 또는 억제할 필요가 있는 행위에 대해 세금을 조정함으로써 시장가격을 변화시켜 바람직한 행위를 유도하는 것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휘발유,경유 등 유류의 단가를 높임으로써 소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유류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질소 또는 황산화물 등을 만들어 낸다. 이들 가스는 기후변화를 더 악화시키거나 미세먼지 농도를 더 짙게 만든다. 결국 기상재해,농작물 피해를 더 크게 하거나 우리의 건강을 악화시켜서 사회적 비용을 높이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비용 부분만큼 유류 가격을 더 높여서 유류 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바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즉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국제적으로 최근 논의가 활발한 탄소세(carbon tax)의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탄소세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배출원에 대해 매기는 세금으로 이들 배출원의 소비를 억제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 등의 국제기구가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북구 국가 등 전세계 40여개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개선의 여지도 많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휘발유와 경유 등 유류에 한정하여 과세하면서 발전용으로 주로 쓰이는 석탄과 가스는 개별소비세 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특히 석탄은 이산화탄소,질소 또는 황산화물 배출이 유류보다 월등하게 높아 더 고율로 과세해야할 것이다.또 경유는 휘발유보다 기후변화나 미세먼지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큰데도 오히려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억제라는 정책 목적에 비추어 악영향 정도에 따라 세율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중요한 문제는 교통·에너지·환경세로 거두어 들인 수입의 사용에 관한 것이다.현재는 이 세금수입의 80퍼센트를 도로,철도,공항,항만 등의 교통시설 투자에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러한 재원의 칸막이 사용은 바람직할까? 시설투자의 경우 건설하는 당시는 큰 돈이 필요하지만 이후에는 훨씬 작은 규모의 유지보수 비용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20년 넘는 기간 동안 비슷한 규모의 금액을 매년 투자하고 있으니 과잉투자가 있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타고 전국을 다녀 보면 별로 교통량도 없는 지역에 고속도로급의 신설도로가 깔린 곳이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교통시설 투자에 도매금으로 목돈을 배정하는 것은 국가 재원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많은 것이다. 이러한 교통시설 과잉투자는 결국 교통수요를 더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당초 억제하고자 했던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생성을 오히려 더욱 조장하게 되는 모순도 있다. 이제는 이러한 재원 사용의 칸막이 족쇄를 풀어서,복지,교육,산업,환경 등의 다른 재원 사용처와 같은 레벨에 놓고 우선순위에 따라 재원을 배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교통시설 투자를 특별 대우하는 제도가 유지되어 온 것은 왜 그럴까? 정치적인 측면이 크다.국회의원들의 소위 ‘쪽지 예산’중에서 많은 부분이 바로 이러한 지역 토목사업들인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이러한 사업을 관철하는 의원에게 표를 몰아주는 지역주민들인 우리의 이기적 형태가 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기후나 미세먼지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이 문제는 다른 누가 아닌 바로 우리 스스로가 조금씩 부담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국민적 이해를 넓혀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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