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9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권세진 기자

cj@ekn.kr

권세진 기자기자 기사모음




"에어컨? 선풍기도 못 틀어요"...에너지빈곤층 계속되는 폭염에 속수무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8.01 12:46

노약자 등 취약계층 사고위험까지 노출
서울시, 선풍기 등 추가 지원책 마련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서 91세의 김모 할아버지가 폭염을 견디고 있다.(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권세진 기자]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되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이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주 서울 기온은 111년 기상 관측 사상 1위 기록인 38.4℃를 넘어서 39℃를 예고하고 있다. 폭염일수도 지난달 31일 기준 16.2일 이어졌다. 기상청은 1일 "서울은 11일째, 부산은 15일째, 광주와 대전은 12일째, 여수는 14일째 열대야 행진을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주최한 ‘수요자 중심 맞춤형 폭염 대응방안 마련’ 포럼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KEI 관계자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동일한 기온에서도 사회·경제·환경 요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며 맞춤형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에너지 빈곤층과 노약자 등 취약계층이 폭염 속에서 더 큰 위험에 처해있다는 지적이 이날 포럼에서 나왔다. 김정민 서울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은 "에너지빈곤층 어르신이 더워서 옷을 거의 입지 않고 맞이하는데 부채질만 하고 손님이 오면 선풍기를 잠깐 틀어줄 정도"라며 "단열이 제대로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고 창문이 없거나 짐이 가득 차 제대로 누울 수 없는 곳이 많은 등 주거환경이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손연서 세종시 독거노인 응급관리요원은 폭염 때 ‘독거노인응급안전알림서비스’ 장비 오작동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거노인 가구의 활동, 화재, 가스를 감지해 4시간에 한번씩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손 요원은 "2012년 장비를 개발했는데 평균기온 22℃ 기준으로 만들어져 기온이 33∼35℃ 이상으로 높아지면 화재로 감지해 오작동이 나는 사례가 잦다"고 강조했다.

김재홍 대한양계협회 경영정책부 국장은 정부가 폭염을 예상하면서도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국장은 "원래 오늘 양계업 대표로 참석하려고 했던 분이 죽은 닭을 꺼낸다고 참석하지 못해 제가 대신 나왔을 정도"라며 축산농가 현실을 강조했다. 그는 "가축재해보험에 들면 폐사한 가축을 보상해주겠다고 하지만 그 전에 축사를 현대화해 폐사를 막는 방안이 부족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축사에 에어쿨링 시설이나 선풍기 등을 설치할 수 있게 보조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선업 등 현장 노동자도 폭염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군산조선소 전기설비업 종사자인 정연중 씨는 이날 포럼에서 "현대·대우·삼성 등 기업을 제외한 중소 조선소에서는 28℃ 이상 혹서기에 점심시간 20∼30분 휴식을 주지 않아 눈치껏 쉬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정 씨는 "정부가 법으로 노동자 휴식시간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시가 선풍기 없이 생활하는 등 에너지빈곤층에 선풍기와 쿨매트 등 냉방물품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오는 3일부터 선풍기 500대와 쿨매트 700개를 지급할 예정이다. 냉방물품 구입 비용은 신일산업과 한화생활건강, 시민 후원으로 마련됐다. 이상훈 서울시 환경정책과장은 "2주 이상 계속되는 폭염에 에너지빈곤층의 여름나기는 생명의 위협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1만 가구와 시설에 1차 지원을, 지난 7월 2500가구에 2차 지원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1200가구가 혜택 받을 예정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