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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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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한국경제 사안별 진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6.28 15:31


폴크루그먼

▲전경련은 27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초청해 ‘양극화, 빈곤의 덫 해법을 찾아서 특별대담’을 개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경련)

[에너지경제신문 정희순 기자] "네? 주당 52시간이요? 미국은 1950년대에도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이었는데요?"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크루그먼 뉴욕 시립대 교수가 내달 1일 시행 예정인 한국의 근로시간 단축제도에 대해 듣고 보인 반응이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가 27일 주최한 ‘양극화, 빈곤의 덫 해법을 찾아서’를 주제로한 특별대담에 참석해 ‘근로시간 단축법 시행’을 비롯한 최근 한국의 주요 경제 이슈들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을 진행했다.

는 한국의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은 ‘굉장한 성공담’이라고 추켜세우는 한편 최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 전쟁에서 한국이 받게 될 타격을 우려했다. 또 소득양극화 해법으로 정부가 제시하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설명하며, 주 52시간이라는 법정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전경련이 주최한 행사에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비전인 ‘J노믹스’ 설계를 맡은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초대됐다.


◇ 미·중 무역전쟁 한국에겐 ‘새우등 터질 일


‘가장 앞서나가는 성공담’. 폴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 경제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한국은 많은 서구의 선진 국가들이 150년에 걸쳐 이루어낸 경제 성장을 4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경제 성장은 세계 경제와의 통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최근 주요 강대국의 무역 전쟁이 시작되면서 한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 중 하나인 첨단 부품(반도체 등)의 주요 수출국이 중국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에서 첨단 부품을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에서 완제품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완제품은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로 수출된다. 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이 무역 관세에 있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중국의 대미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결과적으로는 한국산 첨단 부품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적정한 선에서 합의점을 찾은 후 기존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봤지만, 상황이 심각해졌다"며 "기존의 무역질서가 통제를 벗어났고, 한국 역시 무역 전쟁의 주체"라고 단언했다.


◇ 양극화 해법, 최저임금 인상 무조건 답 아냐

소득 양극화 해법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의 ‘사전 분배’ 방식 보다는 상속세 인상 등을 통한 ‘재분배’를 지지하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생산성과 소득이 받쳐줘야 한다"며 "미국 시애틀 주는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앨러바마나 미시시피와 같이 빈곤한 주에서는 반드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최저임금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기술이 진화할수록 저숙련 노동자에게 있어 이전소득의 중요성은 강조될 것이라 전망했다. 로봇 등이 인간의 단순한 업무를 대체하면서 기존에 있던 단순 업무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그만큼 이전 소득의 중요성은 점점 중요해지고, 결국 이것이 부유층과 빈곤층의 불평등을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기조연설에서 "현 시대에는 상속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부유층이 많다"며 "이 문제가 사회에서 너무 많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지하는 ‘교육을 통한 양극화 해법’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 주 52시간 너무 많은 편…정부가 제한해야

폴 크루그먼 교수는 근로시간을 책정할 때 정부 정책이 아닌 노사 간의 자율적인 합의에 근거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경험상으로 미루어볼 때 근로자가 받는 타격이 크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만일 고용주라면, 임금을 삭감해도 좋으니 38시간만 일하겠다는 직원과 60시간을 일해도 좋다는 직원 중 어떤 직원을 택하겠는가"라며 "고용주는 분명 38시간만 일하겠다는 직원을 ‘문제아’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최대 근로시간 상한 기준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고 못 박았다.

그는 "주당 52시간으로 줄인다고 해도 선진국 대비 너무 높은 수치"라며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측면으로 봤을 때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 일을 할 수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폴 크루그먼 교수와 함께 특별 대담에 참석한 김광두 부의장은 "(유연근무제의 단위기간을) 업종별 특성에 따라 6개월 혹은 1년까지 늘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근로시간 단축이 잘 자리 잡기 위해서 ‘직무 분석’이 선행되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 그런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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