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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 칼럼] 영국, 탈(脫)탄소 발전 앞당긴 비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6.25 09:57

이오금 주한영국대사관 선임기후변화담당관

▲이오금 주한영국대사관 선임 기후변화담당관

[기고=이오금 주한영국대사관 선임 기후변화담당관] 최근 영국이 3일 동안 석탄 발전 없이 전기를 공급하는 기록을 세우면서 영국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은 꾸준히 기후변화·저탄소 정책을 실시한 결과 지난 5년간 신재생에너지가 놀라운 수준으로 증가했다. 석탄발전소는 이에 비례해 급격히 줄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관련 분야의 고용 역시 2010∼2015년 사이 3배 이상 늘었다. 한국이 실시하고자 하는 '신재생 3020' 정책에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영국 전력 시장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5년 전만 해도 40% 수준에 달하던 석탄 발전은 현재 전체의 10% 이하로 급감했다. 이로 인한 전력 부족량은 신재생에너지와 가스로 채워지고 있다. 특히 2012년 11.3 %의 전력을 공급하던 신재생에너지가 지난해 30%로 급증했다.

용량면으로 보면 2012년 1754MW(메가와트)에 불과하던 태양광 용량이 지난 연말에는 1만 2756MW로 늘었고 같은 기간 육상풍력은 6035MW에서 1만 2862MW, 해상풍력은 2994 MW에서 6971MW로 증가하면서 세계 최고의 해상풍력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설비가 급증하면서 신재생에너지 가격도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영국은 저탄소 에너지에 대해 발전차액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경매를 통해 발전사와 정부가 통상 15년 정도 장기 계약을 맺는 저탄소 발전 지원책이다. 2015년과 지난해 경매를 통해 계약을 맺었는데, 2015년에 맺은 계약 가격은 해상풍력의 경우 메가와트 아워당 114파운드였지만 불과 2년 뒤 지난해 계약에선 57.5파운드로 계약이 체결됐다. 해상풍력 가격이 2년 만에 거의 절반으로 떨어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계약은 예상보다 훨씬 더 싼 가격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계약을 체결하기 1년 전인 2016년 영국 산업부는 다음 해에 진행될 2차 계약에서 해상풍력 가격이 100파운드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정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된 셈이다. 오는 2023년에는 태양광·풍력발전이 가스 발전이나 원자력보다 더 싼 전력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너지전환으로 소비자 부담도 덜었다. 실제 영국의 일반 가구가 지불하는 전기료는 2008년에 비해 2016년 10% 감소했다. 경미한 전기세 인상보다 가정 내 에너지 효율 향상의 효과가 더 컸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기질을 포함한 환경 개선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이처럼 영국에서 신재생에너지가 확충되고 가격이 급격히 싸지고 있는 배경에는 영국 정부가 기후변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실행하면서 이러한 방향성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성을 기업에게 심어줬기 때문이다.

일례로 영국 당국은 석탄 발전에 대해 유럽연합(EU) 배출권거래제(ETS)에 더해 국내적으로 탄소세 성격의 탄소가격하한제(CPF)를 실시하고 있다. 2015년까지 9파운드이던 탄소 배출 톤당 가격은 2016년 18파운드로 올랐고 2030년까지 점진적 인상이 예고돼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석탄발전소가 경제성을 잃고 문을 닫고 있고, 탄소포집장치 등 저감 장치를 하지 않는 석탄 발전은 2025년까지 완전히 퇴출된다.

영국이 기후변화 정책에서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 2008년 초당적인 지지를 받아 제정된 ‘기후변화법’이 큰 역할을 했다. 기후변화법 제정을 통해 2050년까지 1990년도 배출량의 80%를 감축하겠다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기후변화위원회 등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5년 단위로 탄소배출량을 정하는 탄소예산제도를 도입해 매년 목표 달성 수준에 대해 평가하고, 정부 차원에서 매년 공식 발표를 하고 있다. 그 결과 영국은 지난해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43% 감축할 수 있었고,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은 68% 증가하며 경제와 탄소배출의 ‘디커플링’도 이뤘다.

영국의 2013∼2017년 탄소 예산은 1990년 대비 31% 감축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영국은 현재 목표한 탄소 예산을 초과 달성하고 있다. 감축 목표는 영국의 국내 법으로 정해져 있어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영국은 또 ‘파리협약’에서 약속한 감축 실행 로드맵으로 청정성장계획(CGS)를 발표해 탄소 감축 실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3020 신재생에너지 계획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투자를 촉진해 에너지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방향이 정해졌을 때 이를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내는 한국의 저력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영국이 5년동안 이토록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면 한국은 그보다 더 빨리 목표를 성취할 것으로 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에너지전환에 대한 정책과 재정, 기술적 경험을 갖춘 영국과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협력이 이뤄진다면 더욱 빠르게 에너지전환이라는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영국이 에너지전환과 저탄소 성장의 과업을 함께 이뤄내는 동반자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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