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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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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美의회서 트럼프 작심 비판한 이유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4.26 08:05

▲미국을 국빈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기 전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미국을 국빈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에서 무역정책을 비롯한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이란 핵 합의 파기 압박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24일) 워싱턴포스트(WP)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로에 대한 터치(신체 접촉)"를 멈출 줄 몰랐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드러냈지만, 정책에선 확실한 선을 그은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우리는 보다 효과적이고 책임성 있는 새로운 종류의 다자주의에 기반한 21세기 세계 질서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국제적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은 이 다자주의 체제를 창안한 나라 중 하나로 이를 보전하고 재창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한 미국이 협정으로 되돌아오리라 믿는다면서 "지구가 다시 푸르게 되도록 함께 노력해나가자"고 제안했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관세장벽을 높이는 등 자유무역주의를 거스르고 보호무역으로 회귀하는 흐름에도 분명한 반대의 뜻을 드러냈다.

그는 "동맹국들을 대립시키는 무역 전쟁은 우리의 사명과 세계 안보에 대한 결의, 역사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란 핵합의 파기를 압박하는 트럼프 행정부에도 협정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마크롱은 "프랑스는 이란 핵협정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합의가 모든 우려를 해결하지 못할 거라 해도 그것은 사실이지만 더 근본적인 다른 대안 없이 핵협정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내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의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관계에 대한 이런 직설적 비판은 전날 정상회담을 전후해 트럼프와 돈독한 ‘스킨십’을 다진 것과는 다소 대조적이다.

트럼프와 마크롱은 전날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친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정상회담을 전후해 둘은 프랑스식으로 양 볼을 맞대는 인사를 나눈 데 이어 트럼프는 마크롱이 프랑스 역사에 남을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마크롱 역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발언할 때 윙크를 보내며 맞장구를 치는 등 친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마크롱이 이날 의회에서 미국의 일방주의를 작심하고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마크롱은 자유무역과 다원주의적 국제협력을 강조해온 개방론자이기 때문이다.

마크롱은 작년 7월 트럼프를 파리로 초청했을 때에도 트럼프 부부를 에펠탑의 최고급 식당에서 대접하고 샹젤리제 거리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보여주는 등 지극정성으로 환대하면서도 기후변화 문제 등에 있어서 미국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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