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4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한상희 기자

hsh@ekn.kr

한상희 기자기자 기사모음




국제유가, 상승 랠리 이유 3가지…‘강경파 볼튼+베네수엘라+사우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4.02 12:20

▲지난 1개월 간 WTI 가격 변화 추이. (표=네이버 금융)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가 한 달 간 강력한 상승장을 펼치고 있다. 최근의 유가 상승세는 미국-이란 간 갈등 우려 증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의 원유재고량 감소,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베네수엘라의 산유량 감소세 지속, 사우디의 감산활동 연장 의지 표명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유가는 다양한 국제적 이슈의 영향으로 상승하며, 지난 달 29일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전주 대비 6.40% 상승한 배럴당 70.27달러를 나타냈다. 또, WTI유 가격은 전주 대비 5.7% 오른 64.94달러를 기록했다. 3월 상승폭에 비하면 잠시 주춤한 모습이지만, 상승동력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브렌트유가는 1월 24일 배럴당 70.53달러를 기록한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가, 3월 23일 70달러 선에 재진입했다.

최근 상승장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이 경질되고 강경론자인 존 볼튼이 백악관 안보수장으로 내정됐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 NSC) 보좌관으로 볼튼 전임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지명했다.

전문가들은 볼튼 보좌관의 임명으로 이란에 대한 미국의 신규제재 부과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에 따라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져 국제유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존 볼튼 내정자는 지난 2015년 7월 이란핵협상 당시 강력하게 반대했으며, 이란의 군사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 초강경파 인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오바마 정부에서 합의된 ‘이란핵협상(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파기를 주장하고 있고, 이란은 미국이 핵협상을 파기하거나 수정할 경우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원유 재고 감소 역시 유가에 상방압력을 가했다.

미국은 3월 셋째 주에 원유 수입량이 줄고 원유 정제처리량이 증가하면서, 원유재고량이 3월 9일 4억3093만 배럴에서 3월 16일 4억2831만 배럴로 262만 배럴 감소했다. 앞서 석유시장 전문가들은 당초 동기간 중 원유재고량이 약 18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원유재고량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3월 셋째 주 미국의 원유수입량은 전주 대비 일일 59만4000배럴 감소하고, 원유 정제처리량은 전주 대비 41만 배럴 증가해 가동률이 91.7%(전주대비 1.7%p 상승)를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75%로 0.25%p 상향조정 (2018.3.21)한 것 또한 유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clip20180402093346

▲2014∼2018년 베네수엘라 원유생산량. (단위=일일 1천 배럴, 표=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너지경제연구원)

남미 최대 산유국 베네수엘라의 지속적인 원유생산량 감소세도 유가를 끌어올린 주 요인 중 하나다.

지난 1월 베네수엘라의 산유량은 약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는데, 2월에도 전월 대비 5만2000배럴 감소한 154만8000배럴을 기록했다.

베네수엘라는 2014년 6월 이후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산유량을 줄여왔으며, 주요 원유 수출대상국이던 미국이 베네수엘라 추가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산유량은 계속 감소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해 8월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의 독재정치와 민주주의 훼손을 이유로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영석유기업 PDVSA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 조치를 담은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행정명령은 △상환기간이 30일 또는 90일 이상인 신규 채권의 발행 금지, △미국에 기반을 둔 기업에 대한 베네수엘라로의 배당금 송금 금지, △베네수엘라가 발행하는 채권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제재 내용을 골자로 한다. 행정명령이 미국의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 금지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으나, PDVSA가 추가 경제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PDVSA와 거래하고 있는 미국의 정유공장과 금융기업의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감산활동 연장 의지를 시사하는 사우디의 발언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분석된다.

사우디 칼리드 알-팔리 석유부 장관은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OPEC과 비회원국 감산참여국들이 2019년에도 감산활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알-팔리 장관이 언급한 ‘협력’이란 용어가 지금과 같은 방식의 감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감산 출구전략(exit-strategy)에 대한 ‘협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