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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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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름의 눈] 긴 쉼터가 사라지는 도시재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3.28 13:59
최아름_수첩
[에너지경제신문 최아름 기자] 경의선 철도는 도시재생을 통해 숲길로 재탄생했다. 대학에 막 입학했을 당시, 그 철길 너머에 사는 친구의 자취방을 찾아가려면 1층짜리 주택의 숲을 건너가야 했다. 나무 대신 가로등이 가득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대학 졸업을 앞둔 때, 낡은 철길은 공원으로 재생됐다. 인근 학교의 학생들, 주민들은 종종 그 안에서 노트북을 켜고 과제를 하거나 유모차를 끌거나, 함께 커피를 마셨다. 괜찮은 쉼터였다.

철길 옆에 있던 2층, 1층 단독 주택의 가장 아랫부분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젊은 사람들이 몰려 유동인구가 늘어나자 카페, 레스토랑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거지로 적합한 지역과 상권이 형성되는 곳의 조건은 정 반대다. 유동 인구가 많아질수록 장사는 잘 되고, 살기는 힘들어진다. 철길 옆 주거지였던 주택들은 장사가 잘 된다는 소식에 임대료를 올리기 시작했고 1층에는 상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거주하던 주민들은 1층부터 떠나기 시작했다. 2층, 3층까지 모두 가게로 변한 주택도 있다. 공트럴파크의 미래는 그 인근의 ‘홍대’에 있다. 홍대 상점의 앞이 아닌 옆을 보라. 적색 벽돌을 쌓아 올린 주택의 흔적이 남아있다. 주거용 건물이 모두 상업용 건물이 됐다. 건물을 부수지 않았어도 서울 중심부에 있던 주택이 사라진 셈이다.

도시재생은 짤막하고 지나쳐갈 수 있는 쉼터를 만든다. 잠깐 앉거나, 잠시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곳은 될 수 있지만 길고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주거지’의 역할은 빛바래고 있다. 장사가 잘된다면 지역에 경제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일자리가 없어서 떠나는 사람을 막을 수 있겠지만 상권이 형성돼 주거지의 기능을 상실한 곳에서는 사람이 들어올 수 없다.

주택의 상가화는 홍대, 익선동, 체부동 등에서 매번 같은 양상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도시재생이라는 단어가 닿는 곳마다, 유동인구가 늘어날 때마다 같은 일이 벌어진다. 1층에서 떠나간 사람들은 상승하는 주택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떠난다. 정부의 모든 주택 정책은 주거 유형의 절반 이상을 넘게 차지하는 아파트에 치중됐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을 떠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반쯤 손을 놓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 재건축 사업에 기민한 반응을 하는 것만큼이나 주택에도 같은 무게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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