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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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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역대 최장 랠리...세계 경제·제조업 '호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1.06 10:44

원유부터 천연가스 구리까지 지난해 연말부터 '랠리'

▲(사진=연합)



연초부터 미국 다우지수가 2만5000선을 돌파하는 등 세계 증시가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도 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국제유가는 약 3년만에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했고, 구리 가격도 4년 고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제조업황 호조로 원자재 수요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데 베팅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원유, 금, 구리, 밀 등 22개 원자재 국제 시세를 집계한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 가격 지수’는 4일(현지시간) 361.18까지 뛰어올라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은 연말부터 랠리를 시작해 14일 연속 상승을 기록 중이기도 하다.

원자재 강세는 미국, 유럽을 포함한 주요국 제조업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공장 등에서 산업용 금속 수요가 치솟은 데 따른 것이다. 일례로 자동차 매연감축 촉매제로 많이 쓰이는 팔라듐은 사상 최고에 근접했다. 

국제유가는 이란 정세 불안에다 미 재고 감소가 겹치면서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70달러 탈환을 바라보고 있다. 

금값도 달러화 약세를 타고 온스당 1만3200달러를 넘어서며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융 위기로 가라앉은 경기를 끌어올리려 통화 완화를 고수하면서 시중에 넘쳐나는 자금이 원자재 시장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BOCI GCUK(中銀國際環球商品)의 원자재 분석가인 샤오푸는 "제조업 지표가 탄탄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이어가면서 자금이 돌아오고 있다"면서 "자금은 어디로든지 가야 하며, 증시는 이미 가득 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원자재 강세가 연초가 지나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미 월가에서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4%를 찍을 것으로 점치면서 원유 수요가 수백만 배럴 증가하고, 구리도 수천톤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을 비롯한 투자은행들은 원자재가 더 오를 것이라는데 베팅했다. 지난달 골드만은 12개월 동안 투자비중 확대를 추천했다. 블룸버그원자재지수는 지난해 6월 이후 12% 반등했다. 게다가 최근 미국 대륙을 강타한 혹한과 눈폭풍으로 밀과 천연가스는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산업전반의 동향을 보여주는 구리는 미국, 중국, 유럽의 제조업 호조에 올랐다. 맥스 레이톤 씨티그룹 이머징 원자재리서치 본부장은 "유럽과 미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매우 강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몇 주 동안 원자재시장의 움직임은 중국의 신용 관련 통계와 통화정책에 달렸다고 그는 지적했다. 

레이톤 본부장은 "중국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목표를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면서도 문제는 아직도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신용 통계가 상반기 기조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자재 강세가 이어지면서 대형 에너지 기업들은 희색을 띠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기업인 BHP 빌리턴은 2014년 이래 처음으로 상승세를 보였고, 영국 석유기업 BP는 2005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원자재 상장지수펀드(ETF) 중 최대 규모인 인베스코의 파워쉐어즈 DB 상품 인덱스 트래킹은 지난 3일까지 11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2006년 이후 최장기간이다. 

그렇지만 원자재 가격 랠리가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다. 각국 중앙은행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중앙은행들이 예상한 것보다 인플레이션이 빠른 속도로 일어난다면 이는 당초 계획이나 시장 기대보다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할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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