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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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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 살아있는 거위털을 뽑는다고?...RDS인증을 아시나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2.16 13:36

오리·거위 살아있을 때 털 뽑아 패딩 충전재 사용
동물보호 인식 높여야…


롱패딩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해 3만개 한정판으로 나온 일명 ‘평창롱패딩’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이주희 기자] 겨울에 많은 사람들이 입는 패딩의 충전재가 살아있는 오리, 거위의 털을 뽑아 사용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올 겨울 대박난 패션은 ‘롱패딩’이다. 이에 대한 이견은 없을 거라 짐작한다. 롱패딩의 길이는 무릎 또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와 겨울 찬바람을 막아주기 ‘딱’ 좋다. 롱패딩 하나만 있으면 ‘찬바람 쯤이야’ 할 정도로 보온성에 대한 만족감도 높은 편이다.

롱패딩이 대박난 가장 큰 원인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해 나온 ‘평창롱패딩(구스다운 롱패딩)’일게다. 평창롱패딩은 한정판으로 나왔을뿐더러 디자인과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좋아 패딩을 사기 위해 밤새 줄서서 기다리는 풍경도 벌어졌다.

평창롱패딩은 RDS인증을 받았다.

RDS(Responsibe Down Standard)인증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 RDS인증을 아는 사람보다 이게 무슨 인증이냐고 묻는 사람이 더 많을 거라 보인다.

RDS인증이란 살아있는 상태에서의 깃털(우모) 채취, 강제급식 등 동물학대와 관련된 행위를 하지 않은 원재료만을 가공하고 있음을 인증하는 것이다.

식품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육·도축되는 오리와 거위의 부산물인 털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 생산되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리와 거위는 식품 산업 기준에 따라 적합한 방법으로 사육 및 도축되는데 도축 후 불필요한 부분인 털을 제거한 후 이를 세척-분류-가공 과정을 거쳐 충전재에 적합한 우모로 생산한다. 일반적으로 우모 자체를 생산하기 위해 동물 가학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

지금 입고 있는 패딩 충전재는 어떤 방법으로 생산한건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RDS인증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RDS인증은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지난 2014년 만들었다. 미국 비영리단체 텍스타일 익스체인지와 친환경 인증전문 업체 컨트롤유니온(Control Union)과 공동으로 연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운(Down) 가공 업체 태평양물산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다운 브랜드 프라우덴이 RDS인증을 최초로 받았다.

현재 프라우덴이 우모를 공급하는 의류 브랜드는 디스커버리엑스페디션, 코오롱스포츠, 빈폴 아웃도어, 데상트, 블랙야크, K2, 콜롬비아, 스케쳐스 등이지만 이 브랜드의 모든 패딩이 RDS인증을 받은 건 아니다.

태평양물산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RDS인증 절차는 6단계로 인증신청 → 인증 비용 납부 → 현장 심사 시행 → 결과 통보 및 인증서 교부 →RDS로고 사용 → 사후 관리 등으로 이뤄진다. 심사는 컨트롤유니온에서 한다. 인증서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연 단위로 갱신이 필요하다.


RDS 인증 로고

▲사진에서 나오는 모든 단계의 인증을 완료해야 최종 완제품에 RDS 인증 로고를 사용 할 수 있다. (사진=태평양물산)


하지만 RSD인증은 동물보호 차원에서 윤리적으로 하는 거라 강제성은 없다.

2018년 5월 출산을 앞 둔 강민정(29·가명)씨는 2년 전 채식주의자를 선언했다. 강 씨는 채식주의자가 되고나서 동물보호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고 RDS인증을 알게 됐다.

지난 11월 남편과 함께 H백화점에 패딩을 사러갔다.

강 씨는 "패딩을 사려고 아웃도어 스포츠 매장 세 곳을 갔어요. 직원한테 RDS인증을 받았냐고 물었어요. 수 많은 텍(TAG) 인증 중에 RDS인증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직원이 당황해하면서 그게 뭐냐고 물어보더라고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알고 나서는 달라지는 게 많더라고요. 채식주의자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동물보호에 한걸음만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일들이 주변에 꽤 있어요"라고 말했다.

RDS인증 외에 다운패스(DOWNPASS) 인증 등이 있다.

DOWNPASS란 다운 및 깃털에 대해 추적이 가능한 것이 특징으로 살아있는 동물에서 깃털을 취하는 것을 단절하고 추적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있는 인증제도다.

독일 다운 및 깃털 산업협회는 2015년 이래 관련 유럽연맹기준 및 동물사양, 동물운송 및 동물 부산물 가공과 판매법규 제정면에서 협력했으며 추적성을 갖고 있는 기록 시스템을 개발하했다.

많은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는 이랜드월드는 미쏘, 후아유, 로엠 등의 패딩 충전재는 DOWNPASS 인증 받은 충전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전재 원산지는 제품별로 중국, 헝가리, 한국 등이다.

LF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RDS인증을 받았지만 올해는 RDS인증을 받지 않았다. LF관계자는 충전재를 가져오는 나라가 바뀌면서 디자인과 의류소재 쪽에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블랙야크는 아웃도어 브랜드 최초로 RDS인증을 받았다.

패딩에 오리털, 거위 깃털이 어느 정도 들어있는지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 씨의 말대로 한걸음만 더 들어가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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