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4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천근영 기자

chun8848@ekn.kr

천근영 기자기자 기사모음




[데스크칼럼] 실천과 소통이 원전 신뢰 회복의 열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1.09 16:46

천근영 에너지부 부국장


천근영

신고리 5·6호기가 국민들의 결정으로 재개된 이후 한 지인은 "원전마피아라는 말은 좀 심하지만, 원자력계에 끼리끼리 문화가 심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탈원전 논란은 국민들의 원자력계에 대한 경고"라고 했다. 또 그는 "원자력계는 그동안 전문성을 빌미로 방만하고, 안일하게 운영해 온 측면이 있다"며 "특히 연구개발 분야에는 통합하고, 일원화할 수 있는 분야도 세분화해 성과도 없이 사장되는 연구가 적지 않았는데, 이런 것도 정리해야 할 적폐라면 적폐"라고도 했다. 이런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비단 이 지인 뿐만이 아니다. 필자가 만난 원자력계 인사들 가운데 결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엇비슷한 지적을 하며 자성과 자숙을 입에 올렸다. 다행이다. 자기 밥그릇 지키겠다고 악을 쓰는 대신 뒤돌아보고 스스로를 성찰하자는 목소리가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이 최근 참고자료까지 덧붙여 ‘원전 안전 건설·운영 대책’이라는 보도자료를 하나 냈다.

이 자료의 핵심은 안전성 강화와 투명한 정보공개다. 한수원은 이 자료에서 국민 눈높이에 방점을 찍어 △신고리 5·6호기를 국민과 함께 세계 최고의 원전으로 건설 △가동중인 원전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강화 △국민 눈높이에 맞춘 한층 더 투명한 원전정보 공개 등 3대 방향을 내놓았다. 한수원은 공론화 과정에서 제기된 국민들의 우려를 받아들여 최신 기술을 원전 건설과 운영에 접목해 원전 안전성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게 원자로 제어설비 등 핵심설비 내진성능 을 7.4로 강화한 것이다. 원자로 제어 등을 위한 핵심설비의 내진성능을 기존 7.0(0.3g)에서 7.4(0.5g)로 강화키로 했다. 특히 2018년까지는 모든 운영원전의 내진성능을 6.5(0.2g)에서 7.0(0.3g)으로 상향하고, 20년 이상 운영한 원전의 핵심설비 교체 및 선진국 안전요건 분석을 통한 안전설비 지속 확충으로 안전설비를 보강키로 했다.

무엇보다 ‘사고저항성 핵연료 개발’로 핵연료의 내구성을 2배 강화하는 등 성능을 개선해 사고 발생시 진행을 최대 5시간 지연시켜 골든 타임도 확보키로 했다. 또한 ‘재난탈출 앱 개발’로 지진·해일·원전 사고 등 비상사태 발생시 원전부지내 설치된 비상대책본부에서 GPS상 개인 위치정보를 기초로 실시간 재난 상황, 현 위치에서의 대피경로 및 행동요령 등 각종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또한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 기술을 선제적 개발해 국내 원전에 적용키로 했다. 첨단기술 적용도 한수원이 내놓은 안전성 강화 대책의 하나다. 먼저 3D 및 가상현실 기술(구조물, 밸브, 기기 등의 위치 사전 검토 및 시공 전 시뮬레이션 등)을 적용한 사이버 발전소를 단계적(설계·시공·운영)으로 구현해 설계 및 시공 오류를 예방키로 했다. 지능형 CCTV를 적용해 건설현장 내 안전 취약지역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완비해 안전사고 사전예방 및 사고시 신속 대응키로 한 것도 새로 마련한 대책의 하나다.

눈여겨 볼 것은 또 있다. 건설 현장에 대한 ‘시민참관단’ 운영이다. 신고리 5·6호기 준공시까지 건설 전과정을 시민이 직접 모니터링하고 개선사항을 제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국민 신뢰를 넘어 국민 안심을 향하겠다는 외침이다.

중요한 것은 실천 그리고 소통이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홍두승 교수는 "아무리 원전이 필요한 설비라도 국민 대다수가 그만하라고 한다면 그만할 수밖에 없다"고 한 바 있다. 원전도 결국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시설일 뿐이라는 얘기다. 원자력계가 듣기에 섭섭한 말일 수 있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신고리 5·6호기는 다시 짓게 됐지만, 건설 재개에 표를 던진 약 60%의 시민참여단 모두가 원전을 신뢰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그들은 30% 가까이 건설이 진행된 시설이라 짓게 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성의 산물로 나온 한수원의 원전 안전 건설·운영 대책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실천’과 ‘소통’ 뿐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