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S(사진=테슬라)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제품들이 안전 등에 대한 검증 없이 멋만 냈습니다. 2~3년 내에 회사가 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기차가 최적의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원통형 배터리 방식을 채택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시장의 리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만난 두 전문가가 밝힌 테슬라에 대한 견해입니다. ‘망한다’는 의견을 낸 사람은 한 글로벌 자동차 부품 업체에 몸담고 있는 임원입니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인물은 배터리 분야 석학입니다.
테슬라를 둘러싼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자동차 업계의 화제로 떠오른 지 오래입니다. 이 회사가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들과는 전혀 다른 시도를 해왔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디젤 게이트’ 이후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 테슬라는 새 시대를 주도하는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평가와, 거품이 잔뜩 낀 채 이미지 마케팅만 펼치고 있다는 혹평을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이유는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은 기술이 진보하고 시장의 틀이 바뀌고 있는 격변의 시기니까요.
테슬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우선 ‘좋은 차’의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내연기관차는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연료 효율성은 높아지고, 승차감이 개선되고, 안전성이 향상됐습니다.
각 브랜드는 저마다의 철학을 가지고 차량을 만듭니다. 벤츠·BMW·아우디 등은 프리미엄 가치를 최고로 여겨 멋진 차를 만들었습니다. 현대차·토요타 등은 합리적인 가격과 실용성을 갖춘 제품을 제작했고요.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거나 외관 디자인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가 운전하느냐에 따라 ‘좋은 차’의 기준은 달라집니다. 최고의 상품성을 인정 받는 BMW 3시리즈도 아이 셋 딸린 아빠에게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솔로족이 베스트셀링카라는 이유로 카니발을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각종 유지비가 부담스러운 사회초년생에게 벤츠 S-클래스는 짐이 됩니다.
전기차도 마찬가지. ‘어떤 전기차가 가장 좋은가?’라는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 테슬라를 대표하는 ‘모델 S‘와 ’모델 X’는 프리미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가격이 1억 원을 넘어가고, 각종 첨단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대신 효율성은 기대 이하입니다. 국내 판매 모델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테슬라 모델 S 90D는 1회 충전 시 378km를 달립니다. 쉐보레 볼트 EV는 383km를 달리죠. 모델 S는 90kWh급 배터리가 장착됐고, 볼트 EV는 60kWh급 배터리를 품었습니다.
모델 S는 연료 탱크가 ‘90’인데 378km밖에 못 가고, 볼트 EV는 연료 탱크 용량이 ‘60’으로 적지만 더 멀리 간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대신 모델 S는 볼트 EV보다 럭셔리한 감성을 충족시켜주고, 빠른 스피드를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좋은 전기차’를 함부로 꼽긴 힘듭니다. 같은 논리로 접근하면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 리더라는 말은 그들의 주장에 불과한 셈입니다. 다른 브랜드들에 영감을 많이 주긴 했지만, 기술적으로 현재 테슬라의 존재감은 미미한 것이 사실입니다. 안전성에 대한 검증 등을 감안하면 테슬라를 후발주자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상당합니다.
시야를 조금 더 넓혀보겠습니다. ‘왜 전기차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며 전기차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문제는 전기차가 무조건 친환경차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전기를 어디서 만드느냐가 중요하니까요. 배출가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화력·원자력 발전소를 펑펑 돌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에너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전기차에 ‘친환경차’라는 타이틀을 붙이기 위해서는 동력원을 만드는 방법도 친환경적이어야 하니까요.
▲테슬라는 ‘솔라루프(Solar Roof)’를 통해 태양 에너지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사진=테슬라 홈페이지) |
이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면 테슬라는 시장의 선구자가 확실하다는 평가입니다. 솔라시티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세워뒀거든요. 단순히 전기차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는 다른 회사들과 테슬라가 가장 다른 점입니다.
테슬라는 전기차 리더일까요? 최근 모델 3의 생산이 엄청나게 지연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일반 고객들 사이에서는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담이지만 사실 테슬라는 차량의 출시 시기를 단 한 번도 지킨 적은 없습니다.
대부분 완성차 회사들이 전기차 제작에 뛰어든 상황에서 테슬라의 존재감은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입니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리더가 될 수 없다는 뜻이죠. 이미 제너럴모터스(GM)에 밀렸다는 의견도 상당하니까요.
대신 보다 큰 틀의 ‘친환경 시대’에서는 테슬라가 가장 앞서서 길을 밝히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차 뿐 아니라 에너지도 볼 줄 알아야 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