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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들수첩] 재건축 비리의 10일, 10년, 100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0.26 15:59
본들수첩 사진

▲최아름 건설부동산부 기자

재건축 사업 비리로 건설 업계가 뜨겁다.

GS건설은 자체 신고 센터를 운영하며 자정 노력에 나섰고, GS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한국주택협회 회원사들은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클린 선언’을 하며 정정당당한 경쟁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뒤이어 한 재건축 사업 조합원이 건설사를 고발하고 국토교통부는 ‘2년 입찰 제한’ 카드를 꺼내놓으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GS건설이 자체 신고 센터 운영 결과를 발표한 것이 지난 15일이니 10일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모든 관련 기관·업체가 빠르게 움직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재건축 사업장이 다 지나간 마당에 이제 와서 재건축 비리 척결을 외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금품·향응을 제공할 수 있는 자금을 모두 써버렸기 때문에 아마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클린 경쟁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관련자 모두가 재건축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움직인 ‘10일’ 이전에도 재건축 비리를 잡을 수 있었던 순간은 많았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마다 운영되는 각 자치구의 신고센터가 있었고, 아파트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나선 시민단체가 있었고, 금품·향응 제공을 한 OS 요원의 양심 고백이 있었고 경쟁이 치열한 사업지마다 비리 문제를 지적한 보도가 있었다. 10여 년간 쌓인 ‘클린 선언’이다.

깨끗한 경쟁 구도는 10일 만에 완성할 수 없다. 재건축 비리를 해결하자는 이야기를 업계에서 먼저 꺼냈기에 명분도, 시점도 나쁘지 않다. 완벽한 기술로 짓지 않는 한 결국 재건축 사업은 10년 뒤, 50년 뒤, 100년 뒤에도 여전히 진행될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을 놓쳤기에 앞으로의 100년은 더더욱 잡아야 한다. 100년 뒤에 ‘재건축’ 된 건설회관에서 또다시 ‘클린 선언’을 외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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