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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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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칼럼] 아파트 부실시공 부르는 주택건설공사 감리자지정기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0.26 16:44
정녕호 센터장

▲정녕호 한국CM협회 건설산업연구센터장

국정감사에서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동탄 A아파트에서 발생한 다수의 하자와 시행사의 무책임한 태도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결국 국감에서도 큰 이슈가 됐다. 국감에서는 ‘공기단축에 공정률 허위보고’가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다른 건설사들의 3분의 2의 기간만에 건설했고 그 이유는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고자 건설비를 아끼는데 있다고 했다.

아파트 하자문제는 공기단축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도 아니고 어제 오늘의 일 또한 아니다. 건설생산은 수많은 자재의 결합과 장기간에 걸친 작업과정이기에 하자의 발생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런 하자발생을 최소화하고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적절한 보완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건설 품질관리다.

품질관리 과정은 시공사의 선의에만 맡길 수 없어 제도적으로 많은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하자가 발생하면 그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 책임 있는 당사자가 이를 보수하도록 강제함과 동시에 하자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제도적 장치다. 이 같은 예방장치가 바로 감리제도다. 주택법에서 정한 감리제도를 살펴보면 우선 사업승인권자(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감리자를 지정하도록 해 사업시행자 시공자 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된 지위에서 감리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지정된 감리자는 시공자가 설계도서에 맞게 시공하는지 여부의 확인과 시공의 전 과정이 관계 법령에 따른 기준에 맞는지를 현장에 상주하면서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법의 취지나 내용을 보면 건설현장에서 하자는 감리제도로 상당부분 예방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왜 아파트공사에서 하자가 계속 사회문제화 되고 심지어 국회에서 까지 문제가 되는 일이 생길까.

법의 취지대로 현장에서 품질관리 업무가 이행 되려면 감리자가 그 역할을 법이 정한대로 수행해야 하며, 그 전제조건은 감리자에게 그런 집행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리자가 법이 정한 그대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는 법의 디테일에 있다. 즉 주택법 하위규정인 ‘주택건설공사 감리자지정기준’의 문제다. 이 기준은 감리회사 입장에서 보면 사업을 수주하는 입찰의 기준이 되는 규정이다. 업계에서는 이 규정에 따라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을 ‘로또’라 부른다. 그저 운에 의해서 사업자가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입찰 사이트에 하나의 사업이 공고되면 약 100~200여 개의 업체가 지정신청을 한다. 말 그대로 난립이다. 이중에서 예정가격 보다 낮은 가장 근접한 액수로 금액을 제출한 업체가 감리자로 지정되는 방식이다.

외견상 ‘감리자지정기준’에는 감리자의 신용평가, 감리업무수행실적, 행정제재, 기술개발 및 투자실적, 신규감리원 배치, 업무중첩도 외에 다양한 평가지표로 우수한 감리자가 선정될 수 있도록 규정은 정해두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청자가 모두 동일한 점수를 받는 구조로 돼있어 변별력이 없다. 결국은 예정가격의 결과에 따라 지정되는 것이 문제다.

제도적 허점은 시장에 참여하는 감리사업자에게 신기술개발이나 우수한 기술인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할 이유를 없게 만들었다. 주택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감리원과 이들을 지원하는 감리회사의 업무능력은 시간이 갈수록 저하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애꿎은 수분양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과 사업자가 주택건설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구조로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 최근 건설관련 입찰제도는 기술력중심의 평가제도로 변화되는 추세이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주택건설공사 감리자지정기준’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기술력평가를 통해 우수한 사업자를 지정하여 주택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감리를 하도록 하는 것이 국민인 입주자를 보호하는 국가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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