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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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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성과와 과제는? 북핵 주도권 확보 vs FTA 재협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7.01 22:11

-남북관계·한반도통일·연합방위서 ‘韓 주도권 지지’ 확보 이끌어내
-트럼프 ‘무역불균형’ 개선 요구에 文대통령, TF 구성 제의로 ‘선방’
-한미정상간 신뢰·우의 확고히 다져…트럼프 "그레이트 케미스트리"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언론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첫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접근 방식과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향후 새 정부의 북핵 구상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30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간에 개인적 신뢰와 우의를 단단하게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일차적 의미가 있다.

양국 정부 모두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고 임기 상당 부분을 같이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상 차원의 ‘유대’를 쌓은 것은 앞으로 북핵 문제를 포함해 양자·지역·다자 분야의 전략적 공조를 펼쳐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첫 일정이었던 장진호 전투 기념비 연설을 "훌륭하고 감동적이었다"고 평가한 데 이어 이날 문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우리에게는 아주 중요한 메이저 파트너다. 양국 관계는 매우 강력하다"며 "문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는 ‘베리 베리 베리 굿’이라고 표현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이어 확대 정상회담에서는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그레이트 케미스트리’(Great Chemistry. 매우 호흡이 잘 맞는 관계)라고 표현했다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의 이면에서는 서로가 ‘주고받을 것’을 둘러싸고 치열한 외교적 샅바 싸움이 전개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국이 정상회담 직전까지 공동성명의 문안조율을 놓고 진통을 겪고, 성명문이 회담이 끝난 뒤 7시간이 넘어서야 발표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방증하고 있다.


◇ "한국 주도적 역할 지지" 남북대화·한반도통일·연합방위서 ‘주도권’ 확보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으로서는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주도권’을 확보한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성과로 볼 수 있다.

특히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고 밝히면서 한반도 상황을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이끌 발판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것이 주목된다. 5·24 조치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이후 사실상 미국으로 넘어갔던 대화의 주도권을 되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로서는 주도적으로 남북대화를 추진해나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외교적 여건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과 관련한 미국 측의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 있어서도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한반도 통일의 직접적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는 동시에 앞으로 북핵 협상과 맞물린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서도 우리 정부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는 측면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한가지 의미 있게 볼 대목은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관련한 연합방위에 있어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한 부분이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대한민국은 상호 운용 가능한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및 여타 동맹시스템을 포함해 연합방위를 주도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방어, 탐지, 교란, 파괴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군사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이 확장억제력 제공이라는 전통적 개념의 안보 확약이 아니라 한국의 독자적 역량 강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특히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조속히 추진한다는 공동성명 내용과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 트럼프, 노골적 ‘한미FTA 재협상’ 요구에 韓 "합의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단독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비롯한 ‘무역 불균형’ 시정을 공개적으로 요구함으로써 우리 측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숙제’를 떠안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문 대통령에게 한·미 FTA와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일단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보자"는 선에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배석한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FTA는 이익균형이 잘 갖춰진 협정"이라고 당당히 밝히고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지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연구하고 조사해보자"고 제의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한미 FTA 문제와 관련해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한미FTA 재협상에 대한 합의는 결코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지금 한미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면서 "공정한 협상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혀 ‘재협상’을 기정사실로 하려는 듯했다.

특히 "양측에 공정한 협상이 될 것"이라면서 "한미FTA는 미국에는 거친 협정(rough deal)이었다. 그것은 아주 많이 달라질 것이고 양측 모두에 좋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한국과의 무역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겠다"고도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국 자동차와 철강 분야의 무역손실을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한·미 FTA 재협상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국내 정치용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사실 미국 중서부 벨트 백인 근로자층의 ‘반(反) FTA’ 정서를 등에 업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부터 FTA에 따른 무역손실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재협상’을 압박해왔다.

최근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수세에서 벗어나고자 백인 보수 지지층에 먹히는 무역이슈를 다시 들고나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물론 우리 정부 역시 미국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해왔다. 한국은 상품수지에서만 흑자를 봤을 뿐이고 서비스수지에서는 오히려 미국 측이 유리해 전체적으로 ‘이익의 균형’이 유지된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해왔다.

어찌 됐건 앞으로 한·미 FTA 무역 불균형 문제는 미국 측의 강력한 문제 제기로 사실상 ‘재협상’ 수순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으나 우리 측이 TF 구성을 통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해보자고 제의함으로써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가장 시급한 안보현안인 북핵 해법을 놓고 미국 측으로부터 동의를 이끌어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 경제 현안인 FTA 문제를 놓고 자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것은 정치적 실리도 챙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FTA 재협상 압박에도 문 대통령이 "양국간 경제 협력이 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있어 중요한 한 축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양국 국민 모두가 호혜적 성과를 더 많이 누리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는 선에서 언급한 것은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소식통들은 "FTA 이슈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설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기분 나쁜 측면이 있지만 그런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문 대통령이 나름대로 현명하게 방어했다고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사드 이슈, 정상회담 의제서 빠져


당초 양국 간 이견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29일 미국 의회 지도부를 상대로 사드의 절차적·민주적 정당성을 강조하면서도 사드 배치를 철회 내지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미국 조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성공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실리를 중시하고 직설적으로 협상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무역 불균형 문제에 이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공정한 방위비 분담이 매우 중요하다"며 방위비 증액 필요성을 제기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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