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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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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들, 국제유가 주목할 때"… 물가상승률 밀릴 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6.28 15:58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트힐스 인근 유전에서 원유채굴장비 펌프잭이 가동되고 있다.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유가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는 조언이 나왔다. ‘유가 상승에 기댄 물가상승률 회복세는 둔화할 운명이었다’며 ‘유가가 다시 급락하면서 둔화하던 물가상승률이 더 큰 폭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유가 하락세가 시장과 중앙은행에 큰 골칫거리를 안겨준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주 원유는 최고치 대비 20% 하락하면서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1년 전보다도 낮아졌다. 지난 1월 국제 유가가 전년 가격의 거의 2배로 뛰어오르면서 미국과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정정책에 대한 리플레이션 기대가 흐지부지된 가운데 유가의 재하락은 채권 시장 랠리(시장금리 하락)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16%로, 올해 가장 낮은 수준에 가까워졌으며 수익률 곡선은 빠르게 평탄해졌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0.29%를 나타내며 유로존 경제 회복세에도 최근 몇주간 하락했다.

국제 유가는 아직 반등 여지가 남아 있으며, 최근 하락은 일시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UBS는 국제 유가 변화가 에너지 비용 급등을 우려할 필요가 없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헤지비용을 줄이고, 채권 수익률을 낮춘다.

이는 중앙은행에게는 난관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명확하지 않아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근원 물가상승률은 최근 몇개월 간 놀랄 만큼 둔화했으며,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부담을 줬다. 유가에 의한 물가상승률 하락은 정상화 노력을 복잡하게 할 전망이다. 물가 상승 기대를 낮추고 임금 동결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채권 시장은 이미 이 상황을 내부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앙은행들은 통화 완화 정책을 점진적으로 중단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더욱 떨어질 경우 중앙은행과 시장은 보다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WSJ는 경고했다.

한편, 유가의 반등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주요 선진국의 명목금리는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분석기관 스테이트 스트릿은 "높아진 실질금리는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가 회복하지 못하거나 경기흐름의 개선 속도가 올라가지 않는다면 명목금리에 대한 하락 압박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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