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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석유의 미래는 어떻게 다가오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6.26 03:38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 석유산업은 세계 6위의 원유정제 시설을 갖추고 석유제품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수출한다. 석유제품은 연평균 국제 유가가 1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해에도 우리나라 5대 수출 품목이었다.

우리의 이러한 사정에 비춰봤을 때 지난달 발표한 미국 독립계 연구소(RethinkX)의 전기자동차 부상과 미래 석유수요에 대한 예측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 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는 전기자동차 확대로 인해 불과 10여년 후인 2030년 이전에 휘발유와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터리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역사상 유례 없는 수송부문의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미국에서 도로를 이용한 여객수송의 95%는 운전자가 없는 자동 전기자동차가 담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자동차 이용은 개인 소유가 아니라 사용 비용을 지불하고 자동차를 빌려 쓰는 카 쉐어링 형태의 서비스가 일반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더 나아가 이 보고서는 강력한 전기 저장 배터리의 등장이 석유수요의 급감과 석유가격의 폭락으로 이어지면서 석유산업이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계 석유수요는 3년 후인 2020년에 하루 1억 배럴로 피크에 도달한 후 감소세로 돌아서서 2030년에는 하루 7000만 배럴로 낮아진다고 전망했다. 석유는 주로 화학산업의 원료와 항공기 연료에 국한돼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 연구팀은 유가는 배럴당 25달러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들은 마침내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물거품이 되는 등 석유산업에는 ‘재앙’과 같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는 달리 세계 석유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유가도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훨씬 더 많다. 미국 EIA(에너지정보청)는 오는 2040년에도 전기는 수송용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것도 철도 여객 수송용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반면에 휘발유, 경유, 제트유 등 석유제품이 2040년에도 전체 수송용 에너지 소비의 88%를 담당한다는 것이다. EIA는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자동차가 빠르게 증가해 현재 3% 내외인 연료 소비 비중이 11%로 높아지면서 석유의 일부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석유수요는 2040년까지 연평균 1%씩 증가해 1억2000만 배럴에 이른다. 유가도 점진적으로 상승해 실질가격 기준으로 배럴당 141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EIA의 예측은 앞으로 수십 년 내에 전기자동차가 기존의 내연기관을 장착한 자동차를 대체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 석유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성장률이 높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들의 인구 대비 자동차 대수는 선진국들 수준을 향해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신흥국들의 석유소비 증가는 선진국들의 자동차 연비 개선에 따른 석유소비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물론 연구소의 연구팀은 주요 기관들이 제시하는 이와 같은 예측이 기술 발전의 속도와 범위, 그리고 기술 발전의 영향력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연구자나 기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예측의 바탕이 되는 이론과 모형이 다르고 예측을 위해 동원되는 여러 가지 전제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예측이란 어떤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어떤 관점을 가지고 이뤄졌는가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기술 발전에서 비롯되는 혼란이나 사회적 영향을 주로 분석하는 미국 독립계 연구소의 예측은 과장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의 양상과 속도를 미리 가늠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빠르던 늦던 기술 발전이 현재 주종 에너지인 석유의 위상을 미래 언젠가는 변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석유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석유기업들은 전통적인 사업 외에 에너지와 연관된 다양한 분야로 적극적인 사업다각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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