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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CEO 인터뷰] 에너지밸리 투자기업 영인기술(주) 김영달 회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6.16 08:33

▲김영달 영인기술(주) 회장


[에너지경제신문 호남취재본부=박승호 기자] 영인기술주식회사 김영달 회장은 기업하는 현장교육자다. 1961년 한전에 입사해 줄곧 변전현장에서 일하다 1998년 건설처장을 끝으로 정년 퇴직했다. ‘38년 한전맨’이다. 우리 기술이 아닌 외국 기술에 의지해 전기가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전기를 만들고 변전, 송전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후배에게 배운 것을 가르치고 싶어 책으로 펴내려다 결국 영인기술이란 회사를 차리게 됐다. 그는 남의 것이 아닌 내 것, 변칙이 아닌 정직(正直)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기업가다. 한전의 에너지밸리가 들어선 나주 혁신산단에 올해 배전반 공장을 완공하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3년 후 나주에서 큰 것 한 건을 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변전 설비, 설계 분야 국내 일인자라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다. 엔지니어 특유의 고집과 자부심을 가진 ‘76세 청년’ 김영달 회장, 14일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동 본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영인기술 주식회사를 소개해 달라.


" 엔지니어링 전문 회사다. 주요 업종은 발전과 송전, 변전, 플랜트 전문 엔지니어링, 설계와 감리, IT기술과 계통보호 제어 분야 Total 지원시스템 개발이다. 세계 유수의 전력기업들, 이를 테면 미국의 SDM, 독일 SIMENS, 일본NGK와 기술제휴하며 전력설비와 수급자재를 국산화하는 회사다. 한전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LS산전 등 국내 기업들에게 납품하고 있다. 작년 매출이 320억원이고 전체 직원이 100여명이다. 성남에 상대원 공장이 있고 전남 나주공장, 해외에는 미얀마 양곤공장이 있다. 2014년 미얀마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국내 최초로 3000만 달러짜리 미얀마 전력사업을 수주했다. 1억40만 달러 규모의 미얀마 사업을 진행하는데 올해는 500∼700억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2015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전력산업 신기술을 개발하고 젊은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전력설비 국산화, 자동화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 에너지밸리인 나주공장의 주요 생산품은 무엇인가.

"한전과 전라남도, 광주시, 나주시와 에너지밸리 기업투자·R&D지원협약을 맺고 작년에 공장을 지었다. 2220평 규모다. 현재 보호배전반과 소내 AC/DC 배전반을 생산하고 있다. 장차 이곳에서 4차산업인 신재생에너지사업을 본격적으로 할 생각이다. 자기장 반사파의 반발력을 이용한 발전사업인데 기술 개발을 하고 있고 2∼3년 후 시험을 거쳐 곧바로 양산할 수 있다. 고효율, 저비용 사업이다. 아직 자세히 밝힐 순 없고 세계 최초 사업이다. ESS, EMS 같은 남들이 많이 하는 것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을 이곳에서 할 것이다."


- 나주공장 지으면서 어려움은?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한전을 비롯해 국무총리로 영전한 이낙연 당시 전남지사와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강인규 나주시장의 진심 어린 지원으로 공장 잘 짓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다만 혁신산단 주변 교통이 불편하다. 차츰 좋아지기를 바란다."


- 미얀마에서 큰 사업을 하고 있는데….

"2003년 12월 한전과 함께 가서 미얀마 정부와 5000kV 송전전압 격상 기본설계사업을 계약해 2006년 1월까지 사업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2006년 미얀마 계통보호 현안 조사와 개선용역을 맡았다. 201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얀마 몰민에서 66kV 임시 수전설비 사업에 이어 양곤 변전소 건설공사, 몰민 230kV SWYD건설공사까지 일거리가 잇따랐다. 미얀마에서 ‘KOREA를 몰라도 영인기술은 안다’고 할 정도다. 영인기술이 가진 기술력과 신뢰 덕분이다. 미얀마 정부 엘리트와 기업인, 군인들을 상대로 수차례 강의도 했다. 한국의 발전상을 알리고 전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얀마 산업 우선순위는 가스와 농수산, 나무 순이다. 전기는 맨 끝 기타 부문에 있다. 그만큼 전기 분야는 낙후돼 있고 돈벌이를 할 수 있는 분야다. 또한 영인기술은 미얀마에 전기 전문 연수원을 차렸다. 연수원에서는 미얀마를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학생에게 전기교육을 하고 있다. 내 제자가 300명 정도다."


- 국내에선 왜 그런 교육을 하지 않나.

"……여건이 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 학자들과 내 생각이 다르다. 후배에게 가르치지 못한 기술이 많아 늘 아쉬움을 느꼈다. 생각 끝에 이명박 정부 시절에 한전공대를 설립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마침내 현재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업이 됐고 공론화돼 다행이다."


- 평소에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이유는?

"현재 너도 나도 IT에 열중하고 있다. 대학의 전기과가 부족하고 전기인이 부족하다. IT나 자동차, 철강 모든 게 전기가 없으면 안된다. 품질 좋은 제품을 위해서도 고품질 전기가 필수다. 그런데 전기업은 3D 업종이 됐고 전기인은 푸대접 받고 있다.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일본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독일은 문제점을 간파하고 현재 전기인을 우대하고 있다. 미국의 SAP사(社)가 3000개가 넘는 변전소를 가지고 있는데 변전기술 교육을 해 달라고 나를 초청했다. 우리나라에 변전소가 700개 정도니까 규모가 큰 회사다. 미얀마를 거쳐 장차 미국으로 가서 교육할 생각도 있다. 현 정부가 일자리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데 청년을 위한 전기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겠다. 청년도 전기에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 직접 기술서적까지 펴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영인기술을 창업한 것도 실무교재를 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1996년 12월 퇴직을 앞두고 후배를 위해 내 경험을 책으로 만들 생각을 했다. 설계 업체를 통해야만 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문 닫은 한 업체를 인수하게 됐다. 결국 송변전 서적을 펴냈고 그 설계 업체는 영인기술의 모태가 됐다. 1967년에도 변전 실무교재를 만들었다. 서울전력소에서 근무할 때다. 당시에는 일본 책 밖에 없어 일하는데 고생이 많았다. 몸으로 직접 부대끼며 배워야 했다. 당시 변압기가 고장 나서 수리를 위해 서울 도봉산에 올라갔다가 얼어 죽을 위기를 맞았다. 변압기를 운반하다 사고를 당해 머리를 27바늘 꿰맸고 이런저런 사고로 온몸에 70여 군데 흉터가 남아있다. 후배는 나 같은 고생을 하지 말아야지…."


- 회사 운영하면서 좌우명은?

"정직과 신뢰다. 직장생활을 맨 처음 시작한 곳이 현장이다. 현장에서 하는 일은 항상 정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진다. 전기 업무도 마찬가지다. 정직한 물건을 만들지 않으면 고객이 등을 돌리고 정직하게 시공하지 않으면 곧 탈이 난다. 변전 현장에서 기술을 체득했다. 새로운 기술을 늘 개발하려고 애썼다. 남의 기술을 베끼지 말라고 강조한다. 내가 주장하는 공법이 세 가지다. 기술공법, 품질공법, 경제공법이 그것이다. 내가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법이어야 한다. 또한 비용을 적게 들이는 공법이어야 한다."


- 회사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

"전력시장 흐름과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미리 대응하려고 한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전력산업에 신기술과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고 국산화에 노력할 것이다. 젊은 인재를 육성해 전력기술인이 부족한 시대에 대비할 생각이다. 세계 일류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배움을 포기하지 않고 경험을 갖춘 인력과 젊은 인재들이 함께 연구하고 지식을 공유하면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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