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현지 최고경영자(CEO)들의 관계가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이후 급속도로 냉랭해지는 모습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대통령의 외부 자문으로 활동해 온 각 기업인들은 오는 19일 백악관에서 열릴 예정인 회담 참석 여부를 쉽게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협정을 탈퇴한다고 발표한 직후 세계적인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탓이다. 특히 기업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부 고문으로 활동한다는 사실이 고객과 소비자, 주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우려하고 있다.
앞서 각 기업 CEO들은 미국의 파리 기후협정 탈퇴 발표 직후 대통령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수장 일론 머스크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에서 탈퇴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디즈니의 밥 아이거도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의 로드 블랭크페인, 애플의 팀 쿡, 구글·페이스북 등 거대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했다.
CEO 모임 단체인 ‘뉴욕시를 위한 파트너십’(Partnership for New York City)의 캐스린 와일드 대표는 대중을 상대하는 기업들에게 이와 같은 상황은 고민거리라고 설명했다. 와일드 대표는 "대통령이 논란이 될 경우 고객과 소비자, 나아가 주주들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협정 탈퇴처럼 당장 가시적인 변화가 별로 없는 것보다 법인세 감축을 골자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혁안, 오바마케어 대체·폐지안 등의 추진력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기업인들의 우려를 사는 부분이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관계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관계자는 "역풍은 예상했으나 나쁜 수준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훨씬 많은 회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자문직을 관둔 기업인들이 캘리포니아 출신의 민주당 지지자들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19일 열리는 회담은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관계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이는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추진한 것으로, IT 기업 임원들이 참석해 연방정부 시스템 현대화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폴리티코는 대통령에 대한 기업인들의 ‘거리두기’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익히 자신과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이의 의견을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기업인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 등 주요 정책과 자신의 재선, 그보다 앞서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기업 역사가이자 ‘월스트리트 100년’의 저자인 찰스 가이스트는 "만일 행정부가 무엇을 추진하고자 하고 미국 기업이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이는 이미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