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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업계 "웨스팅하우스면 몰라도 사업 지분 인수는 안될 일" 이구동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3.07 07:38
웨스팅

▲경수로원전의 원조격인 웨스팅하우스를 놓고 세계원자력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한전이 도시바 원전사업 인수 1위로 꼽히면서 세계원자력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미 조지아주 웨인즈버러에 건설 중인 보글 원자력발전소 3, 4호기 건설현장 모습.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천근영 기자] 한국전력이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할 경우 세계 원자력 업계를 강타할 빅뉴스가 분명하다. 웨스팅하우스는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를 지을 때, 턴키 사업자로 참여해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1차 설비는 물론 모래까지도 지정해준 원자력 전문기업이다. 국내 주종 원전인 경수로형 원전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말 그대로 경수로형 원전의 원조이기도 하다.

웨스팅하우스와 한전의 인연은 과거에 그치지 않는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전이 UAE에 수출한 원전에도 원자력연료 안전해석 설계코드, 원자로 냉각제 펌프, 원전계측제어시스템(맨 머신 인터페이스, MMIS) 등 핵심기술을 좌지우지하며 수억 달러의 로열티를 챙겼다. 여전히 한국은 원전계측제어시스템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국산화하지 못했다. 따라서 웨스팅하우스 인수는 더 이상 로열티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글로벌 원전 건설기업을 인수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전의 브랜드는 급상승할 것은 자명하다. 다만 상승한 인지도가 실제 사업에서 얼마나 효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인지도보다 더 중요한 게 현실적인 경제성과 사업성 즉 미래 가치이기 때문이다.

원자력 업계는 웨스팅하우스 인수에 대해 "적극 검토해야 한다"와 "아니다"로 양분돼 있다. 단지 도시바(웨스팅하우스) 소유인 영국 원전 사업 지분의 일부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론이 훨씬 우세하다. 단일 원전 사업의 지분만 인수할 경우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그것은 도시바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도시바가 가진 누젠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웨스팅하우스 자체를 인수하는 것은 충분히 검토할 만한 일"이라며 "이 경우에도 한전이 아니라 두산중공업이 인수하는 게 맞다"고 제언했다. 또한 그는 "두산중공업이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할 경우 세계 원전 시장은 프랑스의 EDF와 한국의 두산중공업 양강 체제가 될 것"이라며 "현재 원전 건설시장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성장 가능성이 커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 역시 "웨스팅하우스 인수는 의미가 있지만, 원전 사업 지분 일부를 인수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라며 "웨스팅하우스가 개발한 AP1000 원전은 즉시 수출할 수 있는 원전이지만, 한국의 APR1400은 트렉 레코드가 없어 턴키 사업이 아니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영국 원전 사업 참여를 생각한다면 웨스팅하우스의 지분 인수가 아니라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부지를 인수하는 게 훨씬 사업성이 클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노형도 자체적으로 선정할 수 있어 지분 참여와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차세대 원전 중 경쟁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AP1000을 개발한 회사다. 세계 원전 시장의 대세는 경수로형 원전인데, AP1000이 바로 경수로형이다. 물론 현재로선 도시바의 의도가 확실히 드러나지 않아 예측이 불가능하다. 원자력 부문을 매각한다고는 알려졌지만 웨스팅하우스를 떼어 팔겠다는 것인지 영국 원전 사업 지분만 팔겠다는 것인지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현재까지는 영국 원전 사업의 지분 매각 쪽에 무게가 실려있다. 원전 사업에서 손실을 보긴 했지만, 현재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AP1000)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웨스팅하우스를 떼어 팔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원전 건설시장이 1∼2년 내에 살아날 가능성이 적은 상황이라 그나마 가치가 있는 때 파는 게 손실을 줄이는 유일한 길이라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 경우 관건은 가격이다. 도시바는 2008년 웨스팅하우스를 54억 달러에 사들였다. 경쟁 여파로 가격 꼭지점에서 샀다는 게 당시 평가이지만, 얼마가 적정선인지 추산하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당시 가격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한 M&A 전문가는 "웨스팅하우스의 실제 가치는 실사를 하기 전에는 누구도 모르지만, 매물로 거론되고 현실을 감안할 때 25억 달러보다 한참 낮은 선이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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