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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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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전기차 시대, 日산업계 판도 바꾼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9.07 15:22

DAIMLER-ELECTRIC/EXECUTIVE

▲전기자동차(EV) 시대가 예상보다 앞당겨지자 스미토모화학과 도레이 등 일본의 배터리 관련 소재 기업들이 증산을 위해 투자를 늘리는 등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전기자동차(EV)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스미토모화학과 도레이 등 일본의 배터리 관련 대기업들이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재료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새로운 자동차 저변 산업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미토모화학은 한국 대구공장에 200억엔(약 2150억원)을 투자해 리튬이온배터리 발화를 막아주는 ‘세퍼레이터(절연재)’ 생산능력을 2018년 중반까지 올 초의 4배인 연간 4억㎡로 늘릴 방침이다. 증산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긴 것이다.

이 회사는 대구공장에 대한 투자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확대해 절연재의 내열성을 높이는 수지(樹脂) 제조 설비 등을 순차적으로 늘린다. 전기차 50만대분의 배터리 재료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스미토모화학은 미국 테슬라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일본 파나소닉에 재료를 공급 중이다. 테슬라는 50만대 생산 시기를 2018년으로 2년 앞당겼다. 스미토모화학은 이에 따라 파나소닉 등 배터리업체의 주문 증가를 점치고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것이다.

도레이도 200억엔을 투자해 한국에서 절연재를 70% 정도 증산할 방침이다. 이를 파나소닉이나 LG화학에 공급한다. 도레이의 절연재 생산능력은 5억㎡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도레이는 올해 한국에서 설비를 새로 가동했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생산능력의 확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소재산업 시장에서는 저가품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다. 그런데 자동차용 절연재 등은 안전성이 중시되기 때문에 일본기업이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다. 기술력 격차가 유지된다면 일본 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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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용 주요 재료 생산업체 움직임. (표=연합)


실제로 전기차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다른 일본기업들도 움직임이 빠르다. 아사히카세이는 2020년까지 절연재 생산능력을 배로 늘린다. 전해액을 생산하는 미쓰비시화학은 효율화를 위해 거점을 집약한다.

배터리의 정극재(正極材)를 생산하는 시미토모금속광산은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린다. 배터리 부극재(負極材)를 만드는 쇼와전공은 올해 말까지 생산능력을 80% 늘릴 예정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4대 핵심 부품은 절연재, 전해액, 정극재, 부극재다.

한편, 전기차 시장 확산은 더욱 빨라지는 기류다. 디젤 배출가스 조작 문제로 고전한 독일 폴크스바겐도 전기차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중국정부는 보조금을 주며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고 있다.

미국 조사회사 IHS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작년 35만대였던 전기차 세계 판매량은 2025년에는 256만대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리튬이온배터리 주요재료 시장규모는 2020년에는 작년에 비해 2.4배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용에 한정할 경우 시장규모는 5배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국내 산업계에 몰고올 파장 역시 클 것으로 보인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8월까지의 전기차 누적 판매대수는 9만3197대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는데 특히 지난 6월부터 증가 폭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은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세로 전환하면서, 미국의 전기차 시장도 구조적인 성장기조"라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이런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주요 부품, 소재를 납품하고 있는 국내업체들에게 긍정적"이라면서 국내 전기차부품업체들에 대한 관심을 주문했다.

김경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 확산이 가속되면서 관련 산업생태계에 변화가 예상된다"며 "전기차용 배터리시장의 지배권 다툼이 치열해질 것이고, IT기업은 물론 새로운 사업모델을 들고나오는 전기차 전문기업들의 등장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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