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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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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수입차 ‘할인전쟁’ 딜러 ‘전전긍긍’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2.10 13:49
독일4사
수입차 ‘할인전쟁’ 딜러 ‘전전긍긍’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수입차 업체들이 연초부터 대규모 할인전쟁에 뛰어들었다. 몇 년간 이어지던 성장세가 올해는 한풀 꺾일 전망이고, 게다가 1월 판매량이 급감하자 업체들이 극약 처방에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딜러사 간의 ‘출혈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피해의식이 엿보이는 신경전도 치열하다. 일부 수입차 업체 딜러들은 경쟁사 세작이 구매 상담을 빌미로 자사 프로모션 내용을 염탐하지 않을까 경계하는 모습이다. 2월에도 판매량 둔화가 지속될 경우 출혈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그 피해는 본사가 아니라 딜러들에게 온전히 돌아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는 전월 대비 33.4% 감소한 2만4366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도 18.5%나 줄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25% 이상 성장세를 이어오던 성적과 비교해 초라하기 그지없다. 통상 1월이 업계 비수기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수입차 고공행진에 제동이 걸렸다는 전망이 새어 나온다. 수입차협회 또한 올해 국내 시장 성장률이 전년 대비 8.5% 성장한 22만5000대에 그칠 것이라 내다봤다.
수입차 브랜드 판매 현황

 
업체들은 일제히 판촉전 강화로 ‘체면 살리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여기에 정부가 개별소비세 인하를 올해 6월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한다고 발표하면서 판촉전은 날개를 달았다. 지난달 벤츠에 굴욕을 맛봤던 BMW는 베스트셀링모델 5시리즈의 모델에 따라 최대 400만원, M시리즈에 최대 600만원의 할인 조건을 내걸었다. X시리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세 인하에 개소세 인하 연장까지 최대 440만원의 추가 할인이 적용된다.

지난달 60개월 무이자 할부의 약발이 다하며 판매량 바닥을 찍었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도 판촉전에 가세했다. 아우디 파이낸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A6 모델을 36개월 무이자 할부로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40만원 상당의 프리미엄 블랙박스(선착순 1000명 한정)를 무료로 제공한다. 구매 이후 1년 이내에 사고로 차량 가격의 30%가 넘는 수리비가 발생할 경우 새 차로 교환해 주는 신차 교환 프로그램 혜택도 1년간 제공한다.

폭스바겐은 2월 한 달간 골프, 제타, CC, 티구안 등 폭스바겐 핵심 차종을 대상으로 최장 48개월 무이자 클래식 할부 및 저금리 유예할부 프로그램을 포함한 특별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차종에 따라 최대 약 970만원까지 공식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경쟁사들에 비해 프로모션 폭이 작았던 벤츠도 이달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수입차 업체의 경우 업체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프로모션 이외에 딜러사별로 추가 프로모션이 진행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차량 구매에 앞서 전시장 2~3곳의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 한 푼이라도 절약하는 방법이다.

수입차 업체가 앞다퉈 판촉전을 벌이면서 수입차 업체 딜러사들의 본격적인 출혈경쟁이 시작됐다. 일부 딜러사는 경쟁 딜러사를 경계하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수도권 내 한 수입차 딜러에게 이달 프로모션에 대해 유선으로 상담을 요청하자 "소비자가 아닌 경쟁 딜러사에서 프로모션을 알아보기 위해 전화로 문의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경계하면서도 "전시장을 방문하면 다른 혜택을 안내 받을 수 있다"고 전시장 방문을 유도했다. 딜러사들 간의 보이지 않는 불꽃 경쟁이 시작됐다는 점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과) 교수는 "경기가 어려우면 ‘제 살 갉아먹기’식의 프로모션이 등장하는데 연초부터 이런 현상이 발생할 경우 피로도가 쌓여 시간이 갈수록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그런 경우 지사는 타격이 없지만 판매 일선의 딜러들은 더욱 힘겨운 나날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수입차 업체의 판촉전이 강화되자 국내 5개 완성차 업체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미 BMW와 벤츠는 지난달 판매량에서 국내 업체 꼴찌인 르노삼성을 제쳤다. 4위 쌍용차와 격차도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들 업체가 시기 적절한 신차 출시로 맞불을 놓지 못할 경우 이제 수입차 업체에 밀릴 공산이 커졌다. 이는 단순히 시장점유율 일부를 내주는 차원이 아니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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