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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에너지전환정책, 주인은 시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5.01.29 21:31

전의찬 세종대학교 대학원장

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거대 지진과 뒤이은 대형 쓰나미로 일본 도호쿠(東北)지방은 폐허로 변했다. 2만명 가까운 시민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직접적인 경제 피해 만도 약 175조원에 이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이다. 가동 정지된 원자로를 해체하기까지 앞으로도 30∼40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원전에서 발생되는 방사능 오염수는 현재도 ‘통제 불능’의 상태로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의 안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가져왔다. 일본의 경우, 사고 전인 2009년 정부 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원전 확대에 찬성하였지만 사고 후에는 여러 조사에서 80% 안팎의 응답자가 즉각 가동 정지 또는 점진적인 감소에 찬동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부산환경교육센터 조사에 따르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하여 ‘위험을 느끼는 층’의 비중이 2011년 사고 이전 59%에서 사고 후인 2012년 78%로 거의 20% 포인트가 증가했다. 특히 2012년 조사에서 ‘원전을 점진적으로 폐쇄하고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중이 52%로 과반을 넘었다. 풍부하고 값싼 에너지라고 인식되던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과 대체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민들이 알게 된 것이다. 즉, 그동안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으나 국민적 수용성이 낮았던 ‘에너지전환(轉換)’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당위성을 갖게 되고 시민들의 지지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월 22일 서울시가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등과 공동 주최한, ‘에너지전환 : 지자체와 시민사회의 역할’을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는 에너지 관련 주요 인사 및 전문가를 비롯해 300명 이상의 시민이 모일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세미나에서 일본 교토대학 우에다 카즈히로 교수는 에너지전환에 있어서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지역주민의 참여를 주장했다. 지역주민이 에너지 소비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동시에 생산자가 되는 ‘프로슈머(Producer + Consumer)로서 역할을 역설한 것이다. 프로슈머에 의한 신재생에너지 시설은 지역의 재산이므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지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의미하며,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에다 교수는 또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본의 에너지 정책뿐 아니라 정책의 결정 방법에도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지역에너지 정책에 자율성을 갖고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에너지원별 비중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지자체의 정책 수립 등에 주민 의견 반영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고 한다. 과거 에너지 정책이 중앙집중형으로 공급 위주였다면, 앞으로 에너지 정책은 지방분산형이며 수요 위주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2012년 5월 ‘원전하나줄이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한 에너지전환사업은 최종 에너지 절감 목표인 200만TOE(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원의 발열량에 기초해서 이를 석유의 발열량으로 환산한 석유환산톤)를 6개월 정도 조기에 달성했다. 증가하기만 하던 서울시의 전기 사용량이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1.7% 감소로 돌아섰다.

이어 서울시는 ‘에너지살림도시, 서울’이라는 비전을 향해 총에너지 생산·절감 목표를 1단계의 2배로 책정한, 2단계 사업계획을 지난해 8월 발표했다. 에너지 절감 목표를 400만TOE로 상향 조정하고, 전력 자급률은 2013년 현재 4.2%에서 2020년 20%까지 높이며, 온실가스는 CO2 환산 1천만톤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정책은 결국 한정된 가용자원의 할당 문제이므로 정책에 대한 시민의 지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책의 성공은 정책에 대한 협조와 투자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시민의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에너지 전환의 중심에는 시민이 있어야 하며 정책의 추진과 성공을 위해서는 시민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놓아주고, 방향을 안내해 주고, 정책과 시민 그리고 시민과 시민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해줘야 한다. 최근 새로 출범한 서울시 ‘에너지시민협력과’의 활약이 기대된다.

전의찬 세종대학교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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