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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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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항공산업발전조합 설립 재검토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6.09 10:46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한국항공보안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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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한국항공보안학회 회장


국토교통부는 최근 항공산업의 자생적 발전과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을 내세워 ‘항공산업발전조합’이라는 금융기구 도입을 추진 중이다. 조합은 항공운송사업, 항공기취급업, 항공정비업, 양대 공항공사를 우선적으로 포함하고, 항공기 리스료 절감을 위한 공적보증, 국가계약 입찰 보증 및 일시적 경영위기 시 기업별 출자금 한도 내 융자 등을 사업 내용으로 계획하고 있다.

본래 ‘조합’은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뜻을 모아 자신들의 지위 향상과 권익 옹호를 위해 만든 경제조직이다. 정부의 손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분야에서 조직구성이 자발적이고, 운영이 민주적이며, 사업 활동 및 경영이 자율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조합원의 가입 요건은 비교적 자발적이며, 운영 관리 방식은 조합원을 주체로 민주적이어야 하며, 조합원은 공정한 출자로 조합 자본을 조성하며, 외부기관으로부터의 간섭 없는 엄격한 자주성이 유지되어야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하는 조합의 설립은 여러 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으므로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합은 일반적으로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구성되며 출자 규모와 재원조달은 조합원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현재 국토부의 운영안은 출자규모를 매출액과 연동하는 방안일 뿐만 아니라 조합원이 적자 상황에서도 출자를 감행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항공수요가 회복되기까지 짧지 않은 기간이 요구되며 급기야 유가·환율·금리 등 대외변수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항공업계가 재원조달 방안을 원활히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더욱이 조합 운영의 특징은 자율성이 강조되어야 하는데 정부의 개입이 너무 지나쳐 조합 원래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운영안으로는 조합이 수행하는 투자·융자 등의 모든 사업은 국토부 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할 뿐만 아니라 조합을 지도할 수도 있고, 나아가 조합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고 업무 집행을 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위원의 과반수를 비조합원으로 구성하는 정부 중심의 ‘운영위원회’ 설치도 가능하도록 하여 조합의 자율성 침해가 우려된다. 즉, 심각한 정부의 간섭으로 조합 기본적 원칙을 위배하므로 그 저의를 의심하게 한다.

기금은 정부와 업계가 분담하고 조합 기반은 1조원 규모 기금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각 항공사는 수년에 걸쳐 7000억원을 출자하여야만 한다. 나머지 3000억원은 한국공항공사·인천공항공사와 정부가 각각 1500억원씩 정부 재정 지원을 구상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상호부조라는 조합의 특성상 항공조합의 재원은 항공사 자체 재원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 재정 지원을 전제한 조합을 기대한 항공업계는 오히려 막대한 분담금을 떠 안게 될 판이니 울상이다. 게다가 조합의 다른 주축이 국토부 산하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인 점을 고려하면 조직 실효성도 의심스럽다.

또한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면에서 조합의 주요 추진사업인 보증·융자의 경우 조합의 낮은 신용도로 인해 조합의 보증을 통한 항공기 리스 비용 등의 절감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긴급자금 융자의 경우도 실제 팬데믹과 같은 위기상황 시 실효성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비업이 주 대상인 공동구매의 경우도 업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항공업계의 특성상 현실적인 안으로는 한계가 드러난다.

이렇듯 정부의 재정 지원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간섭만을 하겠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자율’ 및 ‘민주적 운영’이라는 조합의 기본원칙을 깡그리 무시한 무리한 정부 주도의 조합 설립 계획은 자칫하면 예상하지 못할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따라서 뭔가 쫓기듯이 새로운 조직을 성급하게 출범시키기보다는 조합의 가치와 사회적 존재 의의를 검토하는 등 지금이라도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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