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9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김철훈

kch0054@ekn.kr

김철훈기자 기사모음




[칼럼] 김포공항 이전 공약,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5.28 15:34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교수/한국항공보안학회 회장/항공법학박사)

2022052801001113500046771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김포공항은 우리의 가슴 벅찬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1962년부터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여기 김포공항에서 떠나 보냈다. 1980년대에 젊은이들이 오일달러가 넘치는 중동의 건설 현장으로 떠난 곳도 바로 이곳 김포공항이다.

그들의 구슬땀으로 우리나라는 새로이 시작했다. 우리는 여기서 아픈 마음으로 누군가를 보내기도 했고, 뜨거운 눈물의 상봉도 했으며, 감격과 환희의 순간들도 경험했다.

이렇듯 항상 왁자지껄했던 공항이 최근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침체되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마음 아파했는가? 그런데 지난 대선에 이어 또 다시 믿기 어려운 보도를 접하게 되니 당혹스럽다.

"김포공항을 이전하고, 844만㎡에 달하는 김포공항 터에 20만~30만가구의 주택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김포공항 이전은 결코 섣불리 결정할 사안이 절대 아니다.

우선 김포공항이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전하면 국내선 이용승객은 현재보다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해야만 하기에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고, 인천국제공항으로의 이동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엄청난 추가적인 부담이 되며, 소요시간을 고려할 때 비효율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승객은 항공편 이용을 꺼려하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지방공항의 위축을 초래하게 되어 항공 일자리도 감소될 뿐만 아니라 결국 지방 발전을 저해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인천국제공항 자체도 설령 제5활주로를 건설한다하더라도 하늘길 부족으로 김포공항의 국내선 수요를 감당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항공기가 오가고 이착륙할 수 있는 공역과 슬롯(시간당 최대 이착륙 가능 횟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항공의 특성상 유사시를 대비해 영국 런던은 6개,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5개, 프랑스 파리도 3개의 공항을 운영하는 사실에서 보다시피 전 세계 60여개 이상의 대도시에서는 2개 이상의 제2의 대체공항을 운영하는데, 김포공항을 폐쇄하는 것은 우리의 안보여건과 수도권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너무나 상식적이지 않다.

더군다나 김포공항과 비슷한 810만㎡의 창릉 신도시 주택공급 규모는 겨우 3만8000가구에 불과한데 과연 어떻게 김포공항 터에 20만가구를 건축할 수 있는지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김포공항은 1958년 여의도공항의 국제선 기능을 김포공항으로 옮겨 대한민국 대표 국제공항으로서의 기능을 시작한 이래 지난 60여년 간 서울의 관문 역할을 성공리에 수행한 역사적으로도 뜻깊은 공항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2250만명이나 되는 많은 승객이 이용했을 뿐만 아니라, 김포공항-제주도 노선은 지난해 기준 하루에 240편이나 운항되는 전 세계 1위의 가장 바쁜 노선이고, 김포공항-부산 노선 또한 하루 평균 97편 운항되는 세계 2위의 노선이다.

그러나 이처럼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김포공항을 이전하면 그동안 애써 쌓아온 경쟁력을 잃게 되는 뼈아픈 실책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3조원의 예산으로 김포공항 일대에 도심항공교통(UAM) 이착륙장을 건설하는 등 모빌리티 혁신사업 시설을 조성하겠다는 도시재생뉴딜사업 계획을 발표한 바 있고, 한국공항공사도 이에 발맞춰 김포공항을 UAM 허브로 발전시키고 미래 산업육성을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김포공항이 옮겨간다면 이런 야심찬 청사진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고려하건대 섣부른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아무래도 검토과정에서 소홀함은 물론 정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