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탄소중립’이 임인년 새해 건설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노동 분야에서는 이달 말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뜨거운 감자라면 환경 분야에서는 저탄소·친환경 정책이 주요 이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함에 따라 노후화가 진행 중인 구축 주택이나 공공건물의 ‘그린리모델링’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축 건물의 ‘제로에너지화’를 통한 탄소중립 실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2회에 걸쳐 국내 건설산업의 친환경 정책 현황과 향후 과제를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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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1호 경기 광명시 시립철산어린이집의 준공 후 모습. 국토교통부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국제사회에서 탄소중립 논의가 확산되자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안’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건설업계도 건축 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건축물의 에너지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활용하고 나섰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친환경 기조에 따라 국토부가 지난달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했다. 공공건축물의 그린리모델링 의무화 제도를 도입하는 등 건설 산업에서의 탄소 배출 감축 계획을 제시했다. 민간건축물에도 그린리모델링 공사비 대출이자 지원을 확대하는 등 정책 강화에 나섰다.
그린리모델링은 일반 리모델링과는 성격이 다르다. 일반 리모델링이 인테리어의 심미적 기능 향상 등이 목적이라면 그린리모델링은 노후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고 탄소를 줄여 쾌적한 ‘녹색건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춘 건물재생사업이다.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추진하는 정책사업으로 현재 LH 그린리모델링창조센터에서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린리모델링을 시행하면 건물 에너지 사용량을 20~50%까지 절감할 수 있으며 주로 구축 건물의 단열 성능 향상, 창호교체 등의 형태로 진행된다.
공공건축물 분야에서는 어린이집이나 보건소, 의료시설 등 공공건축물의 그린리모델링 지원을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그린리모델링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공임대주택의 그린리모델링 대상도 지난해 8만3000가구에서 올해 9만3000가구로 1만 가구 가량 늘어난다.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의 대표적인 예는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1호 사업지인 경기 광명시 철산동 시립철산어린이집이다. 1999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외풍이 심하고 단열이 안 되는 등 노후화가 많이 진행돼 전력 소비가 심각했다.
이에 지난 2020년 그린리모델링을 통해 열손실을 막는 고효율 단열재와 이중창호 시공과 함께 폐열회수형 환기장치 등이 설치됐다. 이후 기존 대비 에너지소요량이 88% 감소하고 냉난방비가 연간 520만원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민간 부문에서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그린리모델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이 조성됐다. 민간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이자지원이다. 그린리모델링 참여도를 높이고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모든 유형의 민간사업에 대해 공사비 대출이자의 일부를 보조하는 형태다.
민간건축물에서 폐열회수형 환기장치와 내외부 단열보강, 고효율 냉난방장치, 신재생에너지 등의 공사를 진행할 경우 이자지원 대상에 해당하며 스마트에어샤워, 순간온수기 등 기타 에너지 성능향상과 실내공기질 개선을 위한 공사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지원 기준은 에너지 성능개선 비율이 20% 이상이거나 창호 에너지소비효율등급(공동주택)이 3등급 이상인 경우 3%의 이자지원율을 적용해 지원한다. 차상위계층(기초생활수급자 포함)에 대해서는 이자지원율을 4%로 우대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이자지원 대상 최대한도가 상향됐다. 공동주택 이자지원 대상 한도가 기존 20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으로, 단독주택은 기존 5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한도가 확대됐다. 이로써 그린리모델링 이자지원 혜택을 받는 대상이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이자지원 대상이 확대되고 지원방식도 다각화되면서 사업실적도 상승세다. LH 그린리모델링창조센터에 따르면 민간지원사업 지난해 총 공사비 실적은 1525억원, 건수는 1만1955건이다.
전문가들 역시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 그린리모델링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제도적인 측면에서 정부가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건설산업 분야에서 환경 관련 대응이 타 산업 분야에 비해 부족한 측면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업계가 그린리모델링 사업에 신속히 뛰어들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간건축물에 대해 이자지원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친환경 자재 사용에 따른 공사비 자체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라며 "정부가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이자지원뿐만 아니라 공사비를 지원하는 형태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LH 그린리모델링창조센터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예산이 많이 잡혀 있고 매년 관련 예산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올해도 그린리모델링 관련 각종 지원을 확대하는 등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giryeong@ekn.kr